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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맞붙을 얼굴 누구…민주당 2등 경쟁이 치열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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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와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치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더불어민주당은 9월5일 대선 후보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닷새 뒤 1·2위 후보 간 결선투표를 치른다. 여론조사 1위가 2위 이하 후보들과 격차를 크게 벌린 현재 상황대로라면 결선투표는 이 지사와 누군가의 대결이 될 전망이다. 이 지사 측은 내심 본경선 과반 득표로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길 기대하는 눈치지만 “9명이 뛰는 판에서 과반은 어렵다”(민주당 당직자)는 게 당내 다수 의견이다.

예비경선(컷오프) 국면 초반부터 2위 싸움이 치열하게 불붙는 게 그래서다. 등판한 8명의 주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재명과 일대일에서 승산있는 사람은 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각자 모색 중인 2위로 가는 길은 출발점부터 크게 갈라지고 있다.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9명의 대선 주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순서대로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후보, 송영길 대표,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뉴스1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서 9명의 대선 주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순서대로 추미애,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후보, 송영길 대표, 이낙연, 박용진, 양승조, 최문순, 김두관 후보. 뉴스1

‘단일화 승부수’ 띄운 정세균·이광재

초반 가장 큰 승부수를 던진 건 ‘친노(친 노무현) 후보’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다. 이들은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7월 5일 단일화”를 발표했다. 단일화는 경선 연기 불발로 자력 반등을 노릴 시간 확보에 실패한 두 사람의 고육책이다. 한 사람은 본경선 문턱도 밟지 못한 채 7월5일 멈춰서야 한다.

‘2+5=10+α’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승부수의 배경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전 총리는 5% 안팎, 이 의원은 2%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양 캠프에서는 역동성과 미래를 내세우는 이 의원과, 경험과 안정감이 장점인 정 전 총리의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의원은 2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정 전 총리하고 단일화해 제가 된다면 2위에 육박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번 이상의 공동행보 뒤 여론조사로 단일화하겠다는 두 사람은 행선지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자취(봉하마을과 세종시)와 민주당의 정치적 뿌리(호남)에서 찾았다. 두 사람은 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산업자원부 장관(정 전 총리)과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의원)을 지냈다. 노 전 대통령과의 거리는 이 의원이 더 가깝지만, 호남 연고는 전북 출신인 정 전 총리가 뚜렷하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 사전행사 '너 나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 사전행사 '너 나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적통 후보’에 대한 지지층의 갈증이 단일화에 대한 기대로 전환될 것”(이 의원 측 핵심 참모)이라는 게 두 사람의 기대다. 그러나 “2+5=3’이 될 수도 있다”(여권 전직 의원)라거나 “노무현 후광 효과가 사라진 첫 대선이 될 것”(익명 원한 정치컨설턴트)이라는 회의적인 전망도 적잖다.

1위 탈환 꿈꾸는 이낙연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하나가 된 두 사람(정세균·이광재)과의 추가 단일화를 선택지로 남겨뒀다. 이낙연 캠프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그림을 짜고 제안하지는 않겠지만, 경우에 따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경우’는 10%대 박스권에서 2위 자리를 상당 기간 지켜온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추이에 따라 변할 수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2위권으로 치고 올라오거나, 이 전 대표와 다른 주자들이 동반 추락해 1위(이 지사)의 본경선 과반 달성이 가시권에 드는 상황은 이 전 대표가 단일화 대열에 합류하는 ‘경우’가 될 수 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 해오름관 e스포츠경기장에서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 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e스포츠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0일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 해오름관 e스포츠경기장에서 호남대 e스포츠산업학과 학생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e스포츠 체험을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아직 이 전 대표는 역전 1위로 결선 투표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캠프 내부에선 여전히 “본경선 중반까지 1위와의 격차를 한자릿수로 좁히면 막판 뒤집기도 불가능하지 않다”(전략통 의원)는 희망이 흐른다. 이 전 대표 측은 호남 기반과 TV 토론이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최근 이 전 대표는 수시로 호남을 찾아 ‘신복지포럼’등 조직 기반의 모세혈관을 늘리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개설한 캠프 공식 후원계좌에는 하루 만에 1만5000명이 보낸 8억원이 넘는 후원금이 들어왔다. 이 전 대표의 한 정책 참모는 “TV 토론회를 거듭할수록 기본소득 등 이 지사 주요 정책의 허약성이 노출될 것”이라며 “이 전 대표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상승세 탄 다크호스 추미애 

민주당 내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지만 추 전 장관이 경선판의 다크호스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지지 의원은 0명이지만 이미 추 전 장관의 지지율은 이미 6~7% 수준으로 올라섰다. 개혁국민운동본부(개국본) 등 결집력 강한 친조국 성향의 단체들이 공개 지지에 나선 데다 이들의 유튜브나 SNS 파워가 가공할 수준이기 때문에 나오는 수치다. 캠프 관계자는 “이재명과 1대1 구도가 되면 친문 지지층은 결국 추미애를 중심으로 결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사람이 높은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경기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사람이 높은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 전 장관의 길은 ‘반(反) 윤석열’ 선명성 강화다. 지난 1일 출간된『추미애의 깃발』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 차 있다. 기타 정책에서도 그는 “토지 공개념을 다시 세상 밖으로 꺼내야 한다”는 등 진보색을 강조하고 있다. 추 전 장관은 조만간 호남땅도 밟을 예정이다. ‘DJ가 발탁한 호남 며느리’라는 게 발걸음의 콘셉트다.

정책 지향에선 꽤 차이가 나 보이는 이 지사와는 추 전 장관이 “밀월관계”(친문 재선 의원)라는 관측도 있다. 한 여권 인사는 “추 전 장관이 2위 등극에 실패하면 결선 투표에선 이 지사에 표를 몰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경선 연기 반대” 등 이 지사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추 전 장관의 핵심 지지층(개국본 등)이 이 지사에도 호감을 보이고 있어 가능한 일“(중립지대 재선 의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젊음·반전 내세운 박용진

지난 5월 초 일찍이 도전을 선언한 박용진 의원은 지난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 직후 몇몇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깜짝 3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50줄에 들어섰지만 민주당 대선 주자 중 유일한 90년대 학번, 70년대생이라 생긴 반사이익을 누린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24일 전북 전주시 왱이콩나물국밥집에서 열린 청년정치인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달 24일 전북 전주시 왱이콩나물국밥집에서 열린 청년정치인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최근 진보진영에서 금기에 가까운 법인세·소득세 동시 감세를 공약했다. “증세가 진보의 어젠다, 감세는 보수의 어젠다라는 것은 낡은 진영논리”라고 주장하면서 꺼낸 카드다. ‘젊은 경제대통령’을 표방한 그는 지난 1일 “삼성전자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기업이다. 삼성전자 같은 회사를 10~20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과거 ‘삼성 저격수’로 유명했지만 이날 자신을 “삼성 지킴이”라고 표현했다.

박 의원은 민주노동당 출신으로 정의당 등 진보정당과 겹치는 민주당 지지층에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민주당의 다수 고정 지지층과의 접속에선 애를 먹고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원한 정치컨설턴트는 “박 의원이 2등을 노리기 위해선 중도 또는 중도 진보 성향의 민주당 지지층의 테두리를 넘어 중도나 중도보수층에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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