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는 화재 초기 펌프차 1대와 맞먹는 위력 지닌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3 07:00

지난달 24일 오전 6시쯤 경기 고양시 육군 9사단 소초 상황실. 한강대대 조상민(20) 상병은 폐쇄회로(CC) TV를 통해 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중 자유로 상에 민간트럭 1대가 연기를 내뿜으면서 정차하는 것을 발견했다. 당시 사고 차량은 엔진 과열로 불이 났다. 이에 운전자는 갓길에 차량을 정차시켰지만, 소화기가 없어 불을 진압하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었다.

육군 장병들, 소화기로 트럭 화재 진화  

상황대기 간부인 여현수(25) 하사는 영상감시병의 보고를 받은 즉시 119에 신고했다. 그는 이어 상황병이었던 권익환(21) 상병과 함께 소화기를 들고 사고 지점으로 달려나갔다. 현장에 가 보니 생각보다 큰 불이었다.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침착하게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했고, 다행히 더 큰불로 번지지 않았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 및 경찰 요원들이 안전을 확보해 2차 사고를 방지했고, 상황은 추가 피해 없이 마무리됐다.

육군 9사단 한강대대 장병들이 지난달 24일 오전 6시쯤 고양시 고속화도로의 민간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를 발견하고 신속히 소화기를 들고 출동해 큰 피해를 막았다. 육군 9사단

육군 9사단 한강대대 장병들이 지난달 24일 오전 6시쯤 고양시 고속화도로의 민간차량에서 발생한 화재를 발견하고 신속히 소화기를 들고 출동해 큰 피해를 막았다. 육군 9사단

현장에 출동한 여 하사는 “자욱한 연기를 보자마자 소화기를 들고 빨리 불을 꺼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위험에 처한 국민을 돕는 것도 군인의 임무이기에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육군 9사단 이강호(40·중령) 대대장은 “어떤 상황도 완전 작전을 이루겠다는 장병들의 강한 책임감과 철저한 임무 수행 노력이 결실을 본 것 같아 마음 든든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북부 지역에서 화재 초기에 소화기를 사용해 불을 끄면서 큰불을 막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취약계층에 대한 소화기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고양시 가좌동 아파트 화재 당시 해당 아파트 경비원이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진화해 대형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일산소방서

지난달 22일 경기도 고양시 가좌동 아파트 화재 당시 해당 아파트 경비원이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진화해 대형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일산소방서

빈 아파트 발코니 화재, 경비원이 소화기로 진화  

지난달 22일 경기 고양시 가좌동 한 아파트 발코니 화재도 이런 사례다. 발코니에 있던 의자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칫 대형화재로 번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근처를 지나던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은 경비원이 소화기를 들고 가 자체적으로 불을 껐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이 안전조치를 했고, 화재는 신고 접수 10여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권용한 일산소방서장은 “초기 화재 시 소화기는 펌프차 1대와 맞먹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며 “주택용 소방시설인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등은 위기의 순간 모두의 수호 천사가 되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 장난감 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회사 관계자가 소화기를 사용한 초기진화 시도로 큰 피해를 막았다. 일산소방서

지난달 16일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 장난감 가게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회사 관계자가 소화기를 사용한 초기진화 시도로 큰 피해를 막았다. 일산소방서

지난달 16일 경기 고양시 덕이동에 위치한 장난감 가게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지만, 관계자가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에 진화했다. 매장 옆 폐지류 적치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건물 외벽을 타고 상부로 번지던 위험한 상황이었다.

장난감 가게 화재도 소화기로 초기 진화  

이후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가 연소확대 저지 및 진압 활동을 했고, 불은 화재 발생 2시간 만에 큰 피해 없이 꺼졌다. 이런 초동조치 덕분에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피해도 작았다. 권용한 일산소방서장은 “소화기의 중요성은 초기 화재에서 빛을 발한다”면서 “자칫 큰 화재로 번질 수 있던 상황을 관계자의 신속한 대처 및 초기진화 시도 덕분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양주시 남면 소재 공장 화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관계자가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에 자체 진화했다. 양주소방서

지난달 15일 경기도 양주시 남면 소재 공장 화장실에서 화재가 발생했지만 관계자가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에 자체 진화했다. 양주소방서

지난달 15일 경기 양주시 남면 소재 공장 화장실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지만, 관계자가 소화기를 사용해 초기에 자체 진화했다. 이날 화재는 화장실 이용자가 흡연 후 불씨가 남아있는 담배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려 내부에 있는 화장지 등에 불이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공장 관계자는 공장 화장실 문틈으로 흰 연기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즉시 소화기를 가져다 자체진화했다. 박미상 양주소방서장은 “담배꽁초뿐만 아니라 화기 사용 시 많은 주의를 필요하다”며 “소화기 설치 및 사용법 숙지를 통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취약계층에 소화기 보급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는 올해 2억 6587만원을 들여 형편이 어려운 6913가구에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 중이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혼자 사는 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 취약계층에 설치해 주고 있다. 본부는 앞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취약계층 총 9만 4281가구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보급했다. 김찬수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소방장은 “의정부, 남양주, 구리, 가평 등 4개 소방서에서는 화재 현장에서 사용한 소화기를 보상해 주는 특수시책도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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