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안함·생태탕 이어 尹 X파일…‘제2 김대업’ 막는 딱 한 조건 [윤석만의 뉴스뻥]

중앙일보

입력

 선거가 다가올수록 음모론이 판칩니다. 얼마 전 윤석열 X파일도 여의도를 뜨겁게 달궜죠. 각종 음모와 정치 공작은 대선이 가까울수록 심해질 전망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은 병풍 사건으로 낙마했습니다. 지난 4월 서울시장 선거 때도 생태탕 논란이 일었죠.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모론, 도대체 누가 만들고 왜 유행하는 걸까요.
 민주당 대표 송영길은 윤석열 검증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지만, X파일의 출처에 대해선 모른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김무성의 전 보좌관이 발표했기 때문에, 야권에서 윤석열을 교체하고 최재형을 띄우려는 내부 권력 투쟁이라고 했습니다. 야권에선 X파일의 진위와 관계없이 유력 정치인들 간에 논쟁이 붙었습니다. 특히 송영길이 홍준표를 지목하며 "윤석열 X파일을 잘 알 것"라고 해 논란이 됐죠.
 이에 대해 홍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윤석열의) 검찰 선배고 검찰 후배도 많이 알고 그러니까 가장 많이 알 것 아니냐. 그런 추측에서 한 말, 하필 나를 콕 집어 이야기한 건 뭐 X파일 자기들이 만들었나 보지 뭐... 1997년 대선 내내 병풍으로 선거 치러졌고, 2002년에 병풍 재연해 또 그걸로 졌어요. X파일 문제는 병풍 못지않게 대선 끝까지 이슈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병풍으로 10% 넘게 폭락 

 X파일에 담긴 내용은 진위가 불분명합니다. 오히려 가짜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대선에선 큰 폭발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홍준표의 경고대로 제2의 김대업, 즉 병풍 사건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음모론과 네거티브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병풍 사건은 어땠을까요. 김대업은 과연 어떤 인물일까요.
 김대업은 사기 등 혐의로 여러 차례 실형을 받았습니다. 2002년 병풍도 마찬가집니다. 김대업은 이회창 측이 아들의 군 면제를 청탁한 녹음테이프가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녹음테이프의 목소리를 판별할 수 없다며 이회창 측을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반면 김대업은 노무현 정권에서 구속기소 돼 실형을 살았죠.
 병풍 당시 1위를 달리고 있던 이회창은 이 사건으로 지지율이 10% 넘게 폭락했습니다. 반면, 정치권에 새 바람을 일으킨 노무현은 정몽준과 단일화에 성공하며 대권을 거머쥐었죠. 노무현 당선의 본질적 이유라곤 단정할 수 없어도 이회창 패배의 핵심 원인이라곤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음모론과 네거티브, 이를 활용한 정치공작은 민주주의의 큰 병폡니다.

선동을 반박할 땐 이미 세뇌 

 지난 서울시장 선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엔 정책 선거가 되는가 싶더니, 나중엔 생태탕과 페라가모 구두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공격을 퍼붓던 16년 전 생태탕 사건은 선거 다음날부터 쑥 들어갔습니다. 과거에는 독재정권이 이런 방법을 많이 썼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이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았죠. 21세기라고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오히려 모바일과 SNS 기술의 발달로 가짜뉴스가 더욱 쉽게 퍼집니다.
 천안함 사건이 이명박 정부의 조작이라거나, 박근혜의 세월호 7시간 등이 대표적 음모론이죠. 사실이 아닌 소문을 근거로 기정사실화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무너뜨립니다. 단편적 사실을 맥락 없이 엮고, 이를 다시 ‘합리적 의심’이란 상상력으로 진실을 날조하는 것은 큰 죄를 짓는 일입니다.
 괴벨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선동은 한 줄로도 가능하지만 이를 반박하려면 수십 장의 문서와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반박할 땐 이미 사람들은 선동돼 있다.” 결국 시민들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묻고 따지고 비판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음모론을 퍼뜨리고 거짓말로 이득 보는 사람들을 거를 수 있습니다. 정치의 수준이 곧 시민의 수준입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