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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입맛 훔친 똥돼지들…370억 불티나게 팔리는 비결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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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호 내셔널팀장의 픽: 국민식탁 훔친 흑돼지

제주도를 흔히들 ‘삼다도(三多島)’라 부릅니다. 돌, 바람, 여자가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삼다도를 돌다보면 유난히 많은 게 하나 더 눈에 띕니다. 제주 사람이 ‘도니’라 부르는 돼지입니다.

현재 제주도에는 돼지 51만1595두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돼지 숫자로만 본다면 제주를 ‘사다도(四多島)’라 불러야 할 판입니다. 기존에 많다던 ➀돌 ②바람 ③여자에 이어 돼지가 많다는 뜻입니다.

제주 인구(69만6273명)와 맞먹을 정도인 돼지는 육지에서까지 입소문이 자자합니다. 고사리와 함께 구워 멸젖(멸치 젓갈)에 찍어 먹는 흑돼지는 제주의 대표음식이라 할 만합니다. 일반 돼지고기보다 30~40% 정도 값이 비싼 데도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된 겁니다.

제주돼지가 귀한 몸이 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똥돼지’로 불릴 만큼 설움도 컸답니다. 제주의 옛 화장실인 ‘돗통시’에서 인분을 받아먹고 자란 탓에 씌워진 멍에입니다. 돗통시는 돼지우리 한켠에 주인이 볼일을 보는 화장실을 설치한 공간입니다.

제주 중산간지역인 무릉2리 제주 전통 양식의 화장실 터. 둥근모양의 검은색 현무암 돌담이 돼지를 기르던 돗통시다. 중앙포토

제주 중산간지역인 무릉2리 제주 전통 양식의 화장실 터. 둥근모양의 검은색 현무암 돌담이 돼지를 기르던 돗통시다. 중앙포토

‘화장실+돼지우리’ 인분 먹고 자라 ‘똥돼지’

돗통시가 보여주듯 제주 사람들과 돼지의 관계 또한 밀접합니다. ‘관혼상제(冠婚喪祭)’ 때면 빠지지 않고 상에 오를 만큼 뿌리 깊은 음식문화 중 하나입니다.

이중 태어나기 전의 어린돼지를 물회로 만든 ‘새끼회’나 ‘돼지생간’ 등은 돼지 잡는 날만 맛보는 별미 중의 별미였답니다. 여기에 돼지의 경추뼈, 등갈비뼈 등을 우려낸 곰국을 그냥 내면 제주의 전통 곰탕인 ‘접짝뼈국’, 국에 면을 말면 ‘고기국수’가 됩니다.

제주돼지의 진가는 2016년 2월 요리연구가 겸 방송인인 백종원이 재각인시켰습니다. 당시 제주를 찾은 백종원이 흑돼지 삼겹살과 고사리의 맛에 반한 모습이 공중파 방송을 탄 겁니다.

제주 돔베고기. 최충일 기자

제주 돔베고기. 최충일 기자

돔베고기부터 '현대 웰빙식' 몸국까지  

돔베고기(수육)로 입소문을 탄 제주돼지는 현대인들의 웰빙식이 된 ‘몸국’으로도 진화합니다. 돼지 뼈와 내장을 삶아낸 국물에 참모자반을 추가해 끓인 게 관광객의 미각을 자극했습니다.

학술적으로도 제주돼지의 맛은 이미 입증된 상황입니다. 일반적인 랜드레이스 품종보다 근내지방 함량과 적색육이 많게는 3배 이상 많다는 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제주돼지의 특성 때문에 고소함과 감칠맛이 더 뛰어나다고 입을 모읍니다.

천대받던 제주돼지가 전국민의 사랑을 받게되면서 제주경제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제주양돈농협의 지난해 제주돼지 판매 매출만 370억 원에 달할 정도랍니다. 제주 흑돼지로 상징되는 양돈산업이 제주도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여러 지표 중 하나가 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 똥돼지 또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지난 10일 오전 제주 돼지 축사. 최충일 기자

지난 10일 오전 제주 돼지 축사. 최충일 기자

청정 양돈산업 각광…자취 감춘 ‘똥돼지’

과거 제주 사람들과 똥돼지가 공존해온 ‘삼다도’를 ‘삼무도(三無島)’라 부르기도 합니다. 제주에는 대문, 도둑, 거지가 없다는 의미이지요.

양돈농가 입장에선 앞으로 제주를 ‘사무도(四無島)’라 칭해주길 바랄 듯도 합니다. 기존에 없다던 ➀대문 ②도둑 ③거지와 함께 ‘똥돼지’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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