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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폭격이 아트다" 족보· 무덤까지 뒤지는 '검증계 달인'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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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승욱 정치팀장의 픽: 네거티브 전쟁

바야흐로 '검증 정국'이 찾아왔다. 진짜 ‘검증’일지 ‘검증’을 빙자한 네거티브 공격일지 모르지만 상상할 수 없는 양의 엄청난 포탄이 상대방 진지를 향해 투하될 것이다. 벌써 ‘쥴리’니 호스티스니, 선거판에선 생소했던 단어들이 네거티브의 소재로 등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장모의 실형 판결을 계기로 한층 더 격렬한 싸움이 전개될 게 뻔하다. 그리고 각 후보 진영은 결정적인 순간 상대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실탄 비축에 한창일 게다.

검증의 계절…FA시장에 풀린 '네거티브 명장'

여론조사 선두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오종택 기자

여론조사 선두를 다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오종택 기자

얼마전 보좌관 생활을 정리한 P씨(56)의 경우도 이런 네거티브 전쟁터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얼마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그에게서 이런 글을 받았다. "국회 보좌진에 입성한지 25년째인데, 이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인사를 올립니다. 제 청춘을 다 바친 (의원)회관 생활을 떠나려고 하니 아쉬움도 많습니다.(중략) 아직 정해진 길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왕 새로운 삶을 살아보기로 결심한 이상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P씨는 여의도에선  "검증을 아트(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검증계의 달인 급 선수다. 15대 국회부터 강재섭·김형오·주호영·최경환 등 내로라하는 실세 의원들의 보좌관을 지냈다. '이명박 청와대'에선 공직검증 관련 업무를 3년동안 했다. 재산 허위신고, 논문표절, 투기, 위장전입, 조상들의 친일행적, 출입국시 고가품 반입,다운계약서,세금 축소신고, 원정출산, 병역기피 등 전 분야에 걸쳐 압도적인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재산신고 내역을 대충 훑어만 봐도 ‘냄새 나는’ 포인트를 잡아내는데, 언론에 보도되는 부동산이나 투기 관련 특종 상당수는 그의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여의도에서 으뜸가는 ‘네거티브 명장’이 자유계약(FA)선수로 풀려 대선 캠프를 포함한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는 상황이다. 그는 요즘에도 “심심풀이로”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대선후보들의 족보를 읽거나 지방의 조상 묘를 찾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일했지만, 그의 타깃엔 여야가 따로 없다.

불쑥 P씨의 얘기를 꺼낸 건 그가 말하는 ‘검증론’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불법은 안된다. 고문서나 족보, 무덤, 현장, 주민등록,등기부등본, 토지대장 등 합법적인 자료로 검증해야 한다", "합법적인 자료에서도 팩트가 나온다. 검증과 네거티브는 팩트로 해야 효과가 있다. 그 팩트와 정치인의 해명이 다르면 치명적인 타격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허위사실이 아닌 팩트로 상대방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X파일 내용의 출처를 놓고는 ‘기관 개입설’이 돌았다. 또 상대방의 공격을 놓고 '팩트냐 마타도어냐'의 논란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네거티브 없는 선거'가 불가능하다면, 아무 곳이나 찔러 보는 '아니면 말고'식이 아니라 ‘합법적 자료와 팩트 폭격’에 의한 수준 높은 검증 대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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