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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서 ○○○ 먹으면 손해···배 타고 뒤집힌 속엔 이거다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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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팀장의 픽- 성공적인 울릉도 먹방을 위한 제언 

울릉도의 대표 별미 독도새우. 울릉도를 갔다 왔어도 막상 독도새우 먹어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울릉도에서도 귀하고 비싸지만 꼭 찾아 먹어야봐야 한다. 손민호 기자

울릉도의 대표 별미 독도새우. 울릉도를 갔다 왔어도 막상 독도새우 먹어봤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울릉도에서도 귀하고 비싸지만 꼭 찾아 먹어야봐야 한다. 손민호 기자

코로나 사태 이후 울릉도가 인기라지요. 해외여행이 막힌 지 1년 반이 지난 데다, 제주도는 슬슬 물린다는 사람이 생겨났기 때문이라지요. 울릉도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일주도로가 개통한 덕분에 섬을 돌아다니는 게 훨씬 편해졌고요. 울릉군이 허니문을 유치하려고 여러 혜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음식은 어떠셨나요? 울릉도 갔다 오신 분들께 물으면 “정말 먹을 것 없더라”는 대답이 의외로 많이 돌아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울릉도는 정말 먹을 게 많거든요. 육지에선 구경하기도 힘든 별미가 울릉도엔 흔합니다. 그런데 왜 여러분의 울릉도 먹방은 실패했을까요? 이번 주 ‘레저팀장의 픽’이 이 수수께끼를 풉니다. 이름하여 성공적인 울릉도 먹방을 위한 여행기자의 제언입니다.

현지식을 아시나요

울릉도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 울릉도 유람선 투어는 여행사 패키지상품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백종현 기자

울릉도 도동항에서 출발하는 유람선. 울릉도 유람선 투어는 여행사 패키지상품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백종현 기자

울릉도를 갔다 오셨다면 묻습니다. 여행사를 이용하셨지요? 울릉도 여행의 팔 할은 여행사 패키지상품입니다. 울릉도만 그런 게 아닙니다. 백령도·흑산도처럼 배 타고 들어가는 섬은 여행사가 여행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습니다. 여행사가 여객선 티켓을 미리 왕창 사놨기 때문입니다. 성수기에는 더 심합니다.

여행사 패키지상품은 일정표를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식사 항목을 잘 보십시오. 대부분 ‘현지식’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현지식이 뭘까요? 울릉도 현지 음식이니 울릉도 별미가 나올까요?

아닙니다. 국내 여행 패키지상품의 현지식은 백반의 다른 표기입니다. 멀건 된장국에 김치·멸치조림 같은 반찬 서너 개가 깔리는 허술한 백반을 이릅니다. 못된 여행사의 경우 여행사가 식당에 주는 단체 관광객의 현지식 1인 가격이 2000∼3000원에 그치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할까요? 섬에선 보통 민박집이 식당을 같이 합니다. 여행사가 민박집에 현지식 식사를 포함해서 경비를 계산하기 때문에 이런 덤핑 식사가 가능합니다. 당장 개선될 기미는 안 보입니다. 국내 섬 여행의 뿌리 깊은 관행입니다.

현지식 피하는 법

울릉도 도동항. 민박집과 식당이 모인 상업 지구다. 백종현 기자

울릉도 도동항. 민박집과 식당이 모인 상업 지구다. 백종현 기자

요즘엔 여행사도 경쟁이 치열해져 예전처럼 하루 세끼를 모두 현지식으로 깔지 않습니다. 자유식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말 그대로 여행자가 자유롭게 음식을 사 먹는 겁니다. 자유식은 여행상품 가격에서 빠져 있습니다. 비싼 음식을 여행상품에 포함하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보통 저녁식사가 자유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여행 상품 중에 에어텔이 있습니다. 항공과 숙박만 제공하는 상품입니다. 국내 섬 여행에도 에어텔처럼 여객선과 숙박만 연계한 상품이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상품을 이용하면 전 일정 식사가 자유식입니다. 일반 여행상품을 선택할 때도 자유식이 몇 끼인 지, 현지식 대신 특식을 선택할 수 있는지 미리 확인하면 멀건 된장국 밥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요즘엔 별미만 찾아 먹는 여행상품도 나왔으니 잘 찾아보십시오.

울릉도 광어

울릉도 바다는 깊다. 울릉도등대(태하등대)에서 본 현포항. 백종현 기자

울릉도 바다는 깊다. 울릉도등대(태하등대)에서 본 현포항. 백종현 기자

울릉도 바다는 가까운 바다도 깊습니다. 울릉도 바다는 수심 200m 아래로 바로 떨어집니다. 광어처럼 얕은 바다에 사는 생선이 울릉도에서는 거의 잡히지 않습니다. 울릉도는 동해 바다 외로운 섬이어서 파도가 높습니다. 파도가 높아 양식도 어렵습니다. 울릉도 바다에는 광어 가두리 양식장이 없습니다.

그럼 울릉도 횟집에 나오는 광어는 뭘까요? 아주 특별한 경우를 빼고는 육지에서 공수한 양식산입니다. 울릉도 횟집의 모둠회는 대부분 육지에서 배로 싣고 온 양식산 광어와 우럭 따위로 구성됩니다. 울릉도 바다 바라보며 먹는 양식 광어도 맛있습니다만, 저는 울릉도까지 들어가서 육지에서 키운 양식 광어를 사 먹어야 하나 싶습니다.

백령도는 사정이 다릅니다. 백령도 식당에는 양식산이 없습니다. 운송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백령도는 뱃길로 4시간, 울릉도는 2∼3시간입니다. 현재 백령도는 인천에서 하루 두 번 배가 들어가는데, 울릉도는 강릉·포항·울진·묵호 등 네 곳에서 하루 최소 6번 이상 배가 들어갑니다.

독도새우

배에서 갓 내린 독도새우. 손민호 기자

배에서 갓 내린 독도새우. 손민호 기자

모둠회가 아니어도 울릉도엔 먹어야 할 게 수두룩합니다. 먼저 독도새우를 추천합니다. 이왕이면 회를 권합니다. 껍질·대가리 떼어내고 통째로 먹습니다.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습니다. 서울에서도 냉동 독도새우를 택배로 받아먹을 순 있지만, 울릉도에서의 감동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울릉도에서도 독도새우는 귀합니다. 어선 두 척만 허가를 받아 독도새우를 잡습니다. 귀한 만큼 비쌉니다. 그래도 추천합니다. 박찬일 셰프가 말했었지요. 추억의 팔 할은 음식이라고.

독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새우라고 모두 독도새우라고 하지 않는다. 사진에 있는 세 종류만 독도새우라 부른다. 위에서부터 가시배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 도화새우. 손민호 기자

독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새우라고 모두 독도새우라고 하지 않는다. 사진에 있는 세 종류만 독도새우라 부른다. 위에서부터 가시배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 도화새우. 손민호 기자

독도새우는 정확한 이름이 아닙니다. 독도 앞바다에서 잡히는 새우를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품종으로 보면 도화새우, 물렁가시붉은새우, 가시배새우를 이릅니다. ‘새우깡’ 봉지의 새우가 독도새우 중에서도 도화새우입니다. 그러나 새우깡에 들어가는 새우는 독도새우가 아닙니다. 서남해에서 잡히는 꽃새우입니다. 독도새우보다 훨씬 흔하고 쌉니다.

울릉도 별미

울릉도의 별미 오징어내장탕. 손민호 기자

울릉도의 별미 오징어내장탕. 손민호 기자

울릉도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먹는 음식이 있습니다. 오징어내장탕. 개운한 국물이 배 여행으로 뒤집혔던 속을 가라앉혀 줍니다. 생선 내장만큼 쉬 상하는 것도 없는데, 울릉도에선 사철 오징어 내장으로 탕을 끓여 먹습니다. 아직 저는 울릉도 바깥에서 오징어내장탕을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일부러라도 도전해볼 만한 음식이란 뜻입니다.

꽁치물회. 전형적인 경북식 물회로 되직한 고추장 양념과 채소, 꽁치살에 물을 부어 먹는다. 손민호 기자

꽁치물회. 전형적인 경북식 물회로 되직한 고추장 양념과 채소, 꽁치살에 물을 부어 먹는다. 손민호 기자

제주도에 오분자기가 있다면, 울릉도에는 따개비(삿갓조개)가 있습니다. 따개비로 밥도 짓고 칼국수도 끓이는데, 저는 칼국수를 윗길로 칩니다. 따개비에 물 붓고 끓이면 먹물 같은 시커먼 국물이 나옵니다. 이게 진국입니다. 칼국수하고도 잘 어울립니다. 어지간한 울릉도 식당이 다 하는 홍합밥은 그다지 권하지 않습니다. 요즘엔 울릉도에서도 홍합이 귀해져 육지에서 들여온 건홍합을 불려서 쓰는 집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꽁치물회도 별미입니다. 전형적인 경북식 물회로, 꽁치의 담백한 맛이 도드라집니다.

숨은 주인공

울릉도 봄날의 나리분지는 초록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눈앞의 평지가 죄 명이 밭이다. 봄날에만 갓 딴 생(生)명이를 맛볼 수 있다. 손민호 기자

울릉도 봄날의 나리분지는 초록 물결로 장관을 이룬다. 눈앞의 평지가 죄 명이 밭이다. 봄날에만 갓 딴 생(生)명이를 맛볼 수 있다. 손민호 기자

울릉도에 들어갈 때마다 느낍니다. 울릉도는 섬이라기보다 산입니다. 울릉도는 바다도 깊지만, 산도 깊습니다. 하여 울릉도 먹방의 숨은 주인공은 산나물입니다. 삼나물·부지깽이·모시나물 등 울릉도 산나물은 하나같이 약초입니다. 무엇보다 울릉도엔 명이나물(산마늘)이 있습니다.

울릉도 생명이와 울릉약소. 천상의 궁합이다. 손민호 기자

울릉도 생명이와 울릉약소. 천상의 궁합이다. 손민호 기자

봄날 이른 아침, 나리분지는 명이 향이 진동합니다. 나리분지가 죄 명이밭입니다. 요즘엔 육지에서도 명이를 재배한다지만, 향은 울릉도 명이를 못 따라옵니다. 명이는 장아찌가 유명하지요. 하나 풋것을 못 먹어봤을 때 얘깁니다. 생(生)명이에 ‘울릉약소’라 불리는 한우를 싸 먹으면 최고입니다. 울릉도에서 의외로 찾아 먹어야 하는 게 한우입니다. 농부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육지에서 들여온 사료를 먹이는 게 나을까요? 지천으로 널린 풀을 뜯어 먹이는 게 나을까요? 울릉약소란 브랜드가 여기에서 비롯됐습니다.

울릉도 저동항 전경. 도동이 섬 관광객의 항구라면 저동은 섬 주민의 항구다. 저동항에서 봄이면 독도새우 배가 나가고, 가을이면 오징어 배가 나간다. 손민호 기자

울릉도 저동항 전경. 도동이 섬 관광객의 항구라면 저동은 섬 주민의 항구다. 저동항에서 봄이면 독도새우 배가 나가고, 가을이면 오징어 배가 나간다. 손민호 기자

대형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도동은 관광으로 특화한 마을입니다. 여행사와 현지 상인의 상술이 판치는 현장이기도 합니다. 도동에서 고개를 넘으면 저동입니다. 울릉도 주민의 터전이지요. 예전 같은 오붓한 느낌은 바랬어도, 도동처럼 되바라진 상술이 덜합니다. 일주도로가 난 덕분에 섬 북쪽 현포나 천부로 가는 길이 편해졌습니다. 관광객에게 아직 덜 알려진 진짜 ‘현지식’ 식당들이 이들 마을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품을 판만큼 여행이 즐거워집니다. 먹방 투어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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