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지RG

미얀마 '피 묻은 옥' 빨아들이는 中···군부엔 33조 '부패 돈줄'[RG]

중앙일보

입력 2021.07.03 05:00

업데이트 2021.07.03 10:53

※ '알지RG'는 '알차고 지혜롭게 담아낸 진짜 국제뉴스(Real Global news)'라는 의미를 담은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지난해 7월 2일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 흐파칸트의 옥 광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옥을 채굴하던 광부 최소 162명이 사망했다. 사고 후 수습된 시신들. [AP=연합뉴스]

지난해 7월 2일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 흐파칸트의 옥 광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옥을 채굴하던 광부 최소 162명이 사망했다. 사고 후 수습된 시신들. [AP=연합뉴스]

2020년 7월 2일.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 흐파칸트 지역의 옥(玉) 광산. 이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산사태가 발생해 일시에 16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확인된 시신만 162구였다. 2019년에도 이 지역에 산사태가 일어나 광부들이 진흙더미에 깔리면서 50명 이상이 사망했다. 2015년에도 폐광석 더미가 무너지면서 116명의 광부가 세상을 떠났다.

中의 옥 사랑, 중산층 늘며 수요 폭발

여름 우기가 오면 이곳 옥 광산에서는 하루 10여 명꼴로 사망한다. 불법 채굴업자들에게 고용된 이들이 폐광석에서 옥 찌꺼기를 줍다 흙더미에 깔린다. 중국,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전세계에서 가장 비옥하고 질 좋은 옥 광산이 '블러드 제이드'(피의 옥)라 불리는 이유다.

피로 물든 옥은 미얀마 군부의 주 수입원이다.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국제 자원개발 감시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에 따르면 2014년 집계된 미얀마의 옥 무역 규모는 약 310억 달러(약 35조원)로 미얀마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얀마산 경옥(硬玉)에 빠진 청나라

금을 걸쳐 부귀를 뽐내고, 옥을 차서 평안을 지킨다(穿金顯富貴, 戴玉保平安).

옥이 악귀를 쫓아낸다고 믿으며 기원 전부터 옥을 사랑했던 중국인들은 1762년 청-버마 전쟁에서 승리한 후 경옥(비취) 원석을 조공 받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중국 서부에서 생산되던 연옥을 사용했던 중국인들은 버마와의 전쟁 이후 에메랄드 빛 미얀마산 경옥을 최고급으로 취급했다. 청나라 말 중국을 통치한 서태후(1835~1908)는 장신구와 식기, 수저뿐 아니라 병풍까지 옥으로 만들었다.

청나라 말기 중국을 사실상 통치했던 여제 서태후의 초상화.

청나라 말기 중국을 사실상 통치했던 여제 서태후의 초상화.

중국인의 옥 사랑은 개혁개방 이후 경제력 있는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더 커졌다. 2016년 BBC는 "중국에서 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중국 중산층이 1억 900만명, 이들의 자산은 7조3000억달러(8경6천조원)선이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중국 투자자들은 여전히 경옥을 사랑한다. 홍콩 경매장에서 아르데코 디자인의 경옥 브로치가 93만 달러(11억원)에 낙찰됐다.

전세계 고급 비취의 90% 미얀마 광산서

미얀마 북부 카친주 옥 광산에서 나는 경옥은 전세계 유통 비취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곳에서 채굴 사업을 하려면 군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 흐파칸트의 옥 광산에서 채굴된 경옥. [AFP=연합뉴스]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 흐파칸트의 옥 광산에서 채굴된 경옥. [AFP=연합뉴스]

민주 정권이 들어서기 전부터 옥 광산의 통제권을 쥐어왔던 군의 옥 사업 지배력은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더 강화됐으며 불법 채굴된 미얀마 옥의 90%를 사들이는 것은 중국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지난달 29일 글로벌 위트니스가 낸 '옥과 충돌: 미얀마의 잔인한 고리'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얀마의 옥 산업 규모는 여전히 300억 달러(33조원)에 육박한다. 군부는 국영 미얀마 보석회사(MGE)를 통해 옥 채굴 사업 규제와 인허가권을 행사하면서 돈벌이를 해왔다. '부패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그의 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수년간 국제 사회에서 제기돼 온 문제다. 흘라잉 가족은 모든 이권에 개입해 막대한 비자금을 축적하고 파티와 레저를 즐기며 초호화 생활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는 지난 2016년 옥 산업 인허가를 중단하고 옥 산업 개혁을 주요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 군부와 연계된 군사 대기업인 미얀마경제지주회사(MEHL)는 NLD가 이같은 개혁안을 발표하기 몇 달 전 '광적인' 자원 확보를 통해 옥 채굴 라이선스의 절반 이상을 획득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흐파칸트 광산에서 불법 채굴된 옥의 90%는 미얀마의 경제 시스템으로 흘러가지 않고 곧바로 중국으로 밀수되고 있어, 지역 경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소수민족도 채굴 사업에 관여하면서 미얀마군과 카친독립기구(KIO) 소속의 카친독립군(KIA) 간의 전투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런 충돌 속에 가난한 이들이 목숨을 걸고 옥 부스러기를 찾다가 흙더미에 깔리는 것이다.

군부에 美 제재는 무섭지 않아, 中 밀수 멈춰야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실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실권을 잡은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로이터=연합뉴스]

쿠데타 이후 미얀마 옥 산업은 한 차례 위기를 맞았다. 지난 4월 인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전염 속도가 다시 빨라지면서 광산과 중국 간 국경이 폐쇄됐다.

여기에 미국과 영국은 미얀마 국영보석회사(MGE) 등 미얀마 국영기업들을 군부의 주요 자금줄로 규정하고 제재를 가했다. 모든 법인 및 개인과의 거래를 차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큰 손' 중국의 옥 사랑과 밀수가 멈춰지지 않는 한, 군의 막대한 자금줄을 끊기 어려울 전망이다.

보고서는 군부가 쿠데타 이후 채굴 산업 인허가권 수여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본격 재개할 움직임을 보인다면서 전세계, 특히 중국의 옥 수입 중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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