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환 曰] X, Y, Z…파일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0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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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호 30면

한경환 총괄 에디터

한경환 총괄 에디터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전이 바야흐로 개막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여야 유력 주자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앞으로 8개월여 동안 치열하게 벌어질 날 선 공방이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 될지 아니면 나라를 두 쪽으로 쪼개는 난장판이 될지는 각 당 후보들과 유권자들에게 달렸다.

대선후보 검증 막장드라마 돼서야
X, Y, Z…정책 따지는 게 더 중요

그런데 출발부터 심상치 않다. 시중에 떠도는 ‘윤석열 X파일’에 나온다는 ‘쥴리’를 두고 벌써 난타전이 시작됐다. 이는 대선 막장 드라마의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X파일 소동은 필연적으로 Y파일, Z파일…로 확산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당내 경선은 물론 여야 간의 본 경선에서도 ‘파일전쟁’은 더욱 불붙을 것이다.

대선 후보가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건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그 과정에서 후보 개인이나 가족들의 사생활이 낱낱이 까발려지게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 대선에선 더욱 그렇다.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씨가 요양급여 부정 수급 혐의로 2일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과, 아내 김건희씨가 주가조작 가담 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것도 검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문제는 ‘아니면 말고’ 식의 무차별적 폭로, 때로는 허위를 고의로 퍼뜨리는 마타도어가 판을 친다는 것이다.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양산하며 검증도 되지 않은 채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퍼진다. 각 진영 열혈 지지자들은 사실 여하를 불문하고 상대방 후보의 스캔들을 그대로 믿고 싶어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형적인 정치 후진국 선거 스타일이 아닐 수 없다.

사생결단식의 선거전은 정치인은 물론 국민과 국가 모두를 불행의 길로 빠뜨릴 것이다. 헐뜯고 물어뜯으며 상대방 후보 흠집 내기와 이전투구에만 열을 올리는 저질 선거운동을 벌였다가는 패배를 자초하게 될 것이다. ‘정치인의, 정치인에 의한, 정치인을 위한’ 대선이 돼선 안 된다. 우리는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네거티브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지 않았나.

과거에 정보기관을 총동원해 후보들의 뒤를 캐고 음모를 꾸미고 하던 일을 지금에 와서 다시 했다가는 극심한 역풍을 맞을 것이다. 누구든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 정정당당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이번 대선전에는 윤 전 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정치신인들이 많이 출마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정책과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정치력이 철저히 해부돼야 할 것이다.

국민은 제대로 알고 싶다. 기본소득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하고 실현·지속 가능한 것인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계속할 건지, 최저임금은 계속 올릴 것인지. 탈원전 정책은 계속할 건지,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검수완박은 계속 밀어붙일 것인지. 부동산 공급은 늘릴 것인지 아니면 규제를 더 강화할 것인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할 것인지, 소득세와 법인세는 어떻게 할 건지. 일자리가 줄어들고 집값, 전셋값은 폭등해 눈앞이 잘 보이지 않는 미래 세대에게 비전을 보여 줄 X정책, Y정책, Z정책…을 알고 싶다.

이런 것들이 후보들의 사생활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지난 대선에서는 ‘촛불’과 탄핵에 묻혀 이런 것들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국민이 이처럼 고통을 받고 있는 것 아닌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권력지상주의는 나라를 망치게 될 것이다. 내년 3월엔 과정과 결과 모두에서 승리한 당당한 차기 대통령을 즐거운 마음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팡파르가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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