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장 멀고, 인턴 못 하고, 생활비 부담…지방대생 ‘삼중고’

중앙선데이

입력 2021.07.03 00:02

업데이트 2021.08.1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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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3호 02면

지방 취준생의 눈물

지난 4월 서울의 한 학교에서 대학생이 교내 게시판에 붙은 취업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4월 서울의 한 학교에서 대학생이 교내 게시판에 붙은 취업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대구 토박이인 공기업 취업준비생(취준생) 김모(26)씨는 취업을 위해 상경을 고민 중이다. 고향에서 취업해 정착하는 것이 목표지만, 취업 준비를 위한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서다. 지역 근무자를 채용하는데도 필기시험과 면접은 본사가 있는 서울에 가서 치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수도권 거주자들이 누리는 각종 취업박람회,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강의, 면접 특강 등은 꿈도 꿀 수 없다.

코로나 속 수시채용 대세로 정착
채용 공고 72%가 수도권에 몰려
면접 오가는 교통·숙박비 많이 들어

“서울에 집 있는 사람이 취업 승자”
기회비용 커 인턴 ‘그림의 떡’
“교수 추천제 활용 등 숨통 터 줘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 문턱은 더 높아졌다. 기업들은 대규모 공채 대신 수시채용이나 인턴 등으로 채용 방식을 바꿨다. 감염자가 늘면 지원 자격을 갖추기 위한 자격증 시험조차 연기되거나 취소되기 일쑤다. 그나마 많은 장소에서 서너 차례 시험을 보는 수도권과는 달리 대구에는 시험장이 한곳밖에 없다. 김씨는 “석달 전에 응시한 자격시험이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취소돼서 부랴부랴 지원 가능한 수도권 시험 일정을 알아보고 있다”며 “경제적 여유만 되면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올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비대면·대면 혼합 채용 탓 혼란 가중  

구직난을 겪는 취준생 중에서도 비수도권 거주자의 어깨는 더욱 무겁다. 이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물리적인 거리다. 2019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방 거주 구직자 중 80.3%가 구직활동을 하면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채용설명회, 면접 등 취업활동이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집중돼서(65.8%), 면접을 보려면 몇시간씩 걸리는 곳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54.2%)이다.

예를 들어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취준생은 중구에 위치한 본사 면접장까지 지하철로 30분이면 도착하지만, 부산에 거주하는 취준생은 KTX를 타도 기차로만 3시간 가까이 걸린다. 시간을 맞추기 곤란할 경우 하루 먼저 상경해 숙박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드는 비용도 차이가 난다. 지난해 8월 구직 플랫폼 사람인의 조사 결과 면접에 응시하는데 수도권 취준생은 평균 4만6000원이 들었지만, 비수도권 취준생은은 5만8000원을 썼다.

부산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최모씨(26)는 “비수도권 지역에는 인·적성, 인공지능(AI) 전형 등을 준비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가 없다”며 “결국 서울로 상경해 학원에 다니고, 지역에 돌아가 비대면 시험을 치렀다가, 면접에 맞춰 다시 상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하고 돈은 두 배, 세 배로 든다. 실제로 충남에 위치한 한국서부발전, 전남의 한전KPS 등은 서울에서 필기와 면접을 진행했고, 대구의 한국부동산원은 필기를, 경남의 한국토지주택공사, 울산의 한국동서발전은 면접을 서울에서 진행했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공개채용을 진행한 14개 지방이전 공기업 중 울산의 한국석유공사를 제외한 13곳은 본사가 비수도권에 위치함에도 필기 또는 면접을 서울에서 진행했다. 이 기업들은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해 지방으로 이전한 회사들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코로나19와 맞물려 일부 기업이 도입한 비대면 채용도 겉보기와는 달리 지방 취준생에게는 오히려 부담이다. 기업들은 코로나19 감염을 막고, 지역 거주 지원자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언택트 채용을 도입했다. 하지만 비대면과 대면을 혼합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준비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는 것이다. 비대면 1, 2차 전형을 통과했다고, 면접을 위해 서울에 위치한 본사로 오라는 통보를 받을 경우 급히 상경 일정을 잡을 수밖에 없다. 학교나 학원 수업과 겹치면 더 골치가 아프다. 서울에서 대학 졸업 후 고향 울산에서 취업 준비하는 취준생 이모씨(25)는 “비대면 채용이 진행된 지난 5월에도 대면 전형을 위해 세 차례나 서울을 오갔다”며 “서울에 집 있는 사람이 채용시장에서도 승자”라고 말했다.

정규직 전환을 전제로 채용하는 인턴 제도도 지방 취준생에겐 ‘그림의 떡’이다. 신입 채용이 없어 금(金)보다 귀한 ‘금턴’으로 통하지만, 상대적으로 감당해야 할 기회비용이 크다. 채용전환형 인턴제도는 지원자에게 직무를 경험할 기회를 부여하고, 회사에 맞는 인재를 채용할 수 있어 지원자와 회사 모두에게 좋아 보인다. 그러나 인턴 기간 다른 곳에 지원해 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취업 기회가 차단된다. 특히 지방 취준생의 경우 최소 6개월 동안 기업 본사가 위치한 서울에 거주하며 근무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여력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다. 이씨는 “채용을 위해서는 인턴 전형을 필수로 거쳐야 하는데, 지방 거주자들은 받는 활동비보다 지출되는 생활비가 많고, 심지어는 활동비를 지급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며 “지방 거주자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경기 악화, 지역 일자리 소멸 악순환

구직 과정에서 지방 취준생들이 이런 삼중고를 겪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지역 내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다. 코로나19 확산 1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해소되지 않은 취업 시장의 한파가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든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 결과 올해 500대 기업 중 63.6%는 직원 채용계획이 없거나 미정인 상태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채용공고가 극심한 가뭄 상태다. 전국의 청년(25~34세) 거주지역은 비수도권의 비중(77.6%)이 수도권의 3배 이상이지만 지역별 채용공고의 비중은 수도권 72.1%, 비수도권 27.9%로 정반대다. 사람인 임민욱 팀장은 “코로나19로 기업 경영이 어렵고,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채용하는 기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졸업 후 취업 시장에 뛰어든 김모(23)씨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언제 회복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인지 채용시장이 경력자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갓 졸업한 취준생 입장에서는 막막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공개채용(공채)이 중단된 점도 지방 취준생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했다.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을 시작으로 정기 공채를 폐지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LG·SK·롯데 등도 계열사별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해마다 한두 차례 전국 단위로 대규모 인력을 뽑는 대신 비정기적으로 소수만 채용하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 김준영 중앙일자리평가팀장은 “코로나19가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해 수시채용을 가속화시켰다”며 “경영 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대규모 인원을 동시에 충원하는 방식이 더는 적합하지 않은 것도 공채 폐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정기적으로 주어지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 또한 공채의 경우 지역별 인재 쿼터나 인근 거주자 우선 채용 등이 지방 취준생의 ‘한 줄기 빛’ 역할을 했다. 하지만 수시채용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최씨는 “코로나 이후 수시채용에서는 비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아예 뽑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지방대 학생들이 취업에서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첫째, 절대적인 일자리 수 자체가 줄다 보니 아무래도 지방 취준생들이 불이익을 받기 쉽다. 둘째, 대부분의 기업이 타격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지방 중소기업의 타격이 크다 보니 생산이 줄고, 소비가 줄고,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 탓에 지방 취준생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됐다는 점도 악재다. 작은 것 하나만 실수해도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수도권 취준생들이 하는 것을 다 따라 하려다 보니 시간과 비용 면에서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도빈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공기업정책학과 교수는 “지방 취준생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취업하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고 자격증을 따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너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학교에서 취업연계 시스템을 잘 갖춰 대학을 졸업하면 스스로 취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방대의 교수 추천제 등을 통해 지역 구직자의 숨통을 터 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이 제도를 몇몇 사람이 악용해서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제도 자체를 터부시하기보다는 악용하지 못하도록 잘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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