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경율 괜찮다"는 이재명 때렸다···'친조국 본색' 드러낸 범친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선경선기획단의 '김경율 카드'에 송영길 대표의 사과와 기획단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선경선기획단의 '김경율 카드'에 송영길 대표의 사과와 기획단 전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대선 경선의 흥행을 위해 추진했다 좌초된 ‘김경율 면접관’ 카드가 2일 더불어민주당의 내홍을 더 키웠다.

여권 대선 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완전히 반정부적인 입장을 취해온 분에게 대선 후보 면접을 맡긴다고 하면 불쾌한 수준을 넘어 치욕일 것”이라며 “지도부가 사과를 해야 하고 대선경선기획단도 사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전 총리는 같은 날 페이스북엔 “대선후보 전원과 지도부 합동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분의 잘못된 주장으로 우리 사회도, 민주당도 상처받았고 갈등이 증폭됐다”며 “거짓 주장으로 사회와 민주당의 갈등을 초래한 분의 심사를 받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대선경선기획단(공동단장 강훈식)은 전날(1일)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저자인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를 4일 열리는 국민면접의 면접관으로 섭외했다. 이에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경선 보이콧’을 시사하며 반발하자 브리핑 두 시간 만에 면접관을 유인태 전 의원(전 국회 사무총장)으로 교체했다. 그런데도 당내 반발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반이재명 연대’ 커지나

‘김경율 카드’에 대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입장도 범친문 주자들의 반발을 키웠다. 이 지사는 1일 안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공동대표 섭외는) 상당히 괜찮은 아이템”이라며 “비판적 시각을 가진 국민의 눈으로 검증하는 게 당과 후보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이낙연 캠프는 2일 성명을 통해 “이재명 후보도 김경율 회계사의 언동이 정녕 ‘국민의 시각’이라고 여기고 계신 건가”라며 “우리가 스스로 정체성을 포기하고 한국 정치를 병들게 한 ‘차별화’ ‘청산론’의 관성을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정 전 총리도 이날 페이스북에 “뒤늦게 듣고 귀를 의심했다”라며 “‘괜찮은 아이템’이라니 이재명 후보님. 당의 정체성은 변질한 아이템으로 급조할 일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2019년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논란을 제기해왔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정경심 교수의 연루 혐의에 무죄를 확정하며 여권에선 "거짓 선동"이란 반응이 나왔었다. 연합뉴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는 2019년부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논란을 제기해왔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정경심 교수의 연루 혐의에 무죄를 확정하며 여권에선 "거짓 선동"이란 반응이 나왔었다. 연합뉴스

이들의 공동행보를 두고 여권에선 “확실한 ‘친(親)조국’ 입장 표명으로 강성 지지층을 규합해 이 지사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대표처럼 ‘반 조국’을 상징하는 인물이 당내 경선의 면접관으로 참여할 경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제와 거리를 둬온 이 지사에게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수 있다.

친문계 재선 의원은 이날 중앙일보에 “이 지사의 과반 득표를 막은 뒤 ‘친문·반이재명 연대’로 결선투표에서 승부를 보기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이라고 말했다.

본 경선룰 협상을 위한 ‘기 싸움’의 성격도 있다. 송영길 대표는 지난달 25일 ‘반 이재명’ 주자들의 경선연기론 주장에도 ‘7월 경선 레이스 시작, 9월 본선 후보 선출’ 일정을 밀어붙였다. 이 일정에 따라 예비경선과 본 경선 세부 일정을 대선경선기획단이 짜게 된다. 대선경선기획단이 이 지사에 유리한 경선 세부 일정을 짜지 못하도록 반 이재명 후보 진영이 미리 압박에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또다시 시험대 오른 송영길

김경율 대표의 하차에 이어 또다른 ‘국민면접 면접관’으로 섭외했던 김소연 뉴닉 대표도 이날 개인 상의 이유를 들어 사임했다. 야심 차게 준비했던 국민면접 면접관 카드가 당초 기대했던 경선 흥행 효과는커녕 당내 분란만 키운 셈이 됐다.

민주당 예비경선이 본격화된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추미애(오른쪽부터 기호순),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후보가 박수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 예비경선이 본격화된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추미애(오른쪽부터 기호순), 이광재,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후보가 박수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같은 혼란상에도 불구하고 송 대표는 이날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에선 친문 성향의 김영배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내 부끄러운 일에 대해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부로서 책임 있게 일하겠다”라고 했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송 대표를 향해 “어떻게 최고위에 공식 보고 한번 없이 결정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고 한다.

송 대표는 당원게시판에 사과문을 띄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은 “송 대표 사퇴”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강훈식 공동단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논란을 살피지 못한 것은 단장으로서 제 책임”이라면서도 “민주당이 변화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이는 것이 대선 승리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