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권 탄압엔 ‘침묵’, 공산당 100주년은 '축하’…'눈치 외교'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7.02 17:00

지난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한국 정부는 100주년 기념식과 관련 "당 차원의 행사"라며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행사엔 공사급 외교관이 참석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한국 정부는 100주년 기념식과 관련 "당 차원의 행사"라며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행사엔 공사급 외교관이 참석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와 관련 한국 정부는 그간 “당 차원의 행사”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중국 정부의 행사가 아닌 공산당의 정치적 기념일에 해당하는 만큼 한국 역시 정부 차원의 축전이나 별도의 외교 사절단을 꾸리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실제 한국은 지난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행사를 축하하기 위한 별도의 사절단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주중 대사관에 근무 중인 한국 외교관이 행사에 참석하는 것으로 수위를 조절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중국 측이 주중 외교단을 초청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이 이번 기념행사에 부여하는 의미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사급에서 참석했다”고 밝혔다.

공산당 창당에 축전 보낸 여당 대표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 행사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및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축전 소식을 보도했다. [CCTV 캡쳐]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1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 행사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및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축전 소식을 보도했다. [CCTV 캡쳐]

하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선 송영길 대표 명의의 축전을 보내 중국 측에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 송 대표는 앞서 지난달 23일엔 주한 중국대사관이 주최한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행사에도 참석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 1일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국제사회가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을 열렬히 축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축전을 보낸 정치인은 송 대표를 포함해 포르투갈 사회민주당 대표, 이탈리아 공산당 대표 등 총 8명이었다. 특히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국가의 정당들은 일당 독재 체제인 중국 공산당의 기념 행사를 축하하는 것 자체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중국 인권 문제엔 침묵만…'선택적 인권' 비판 

지난달 24일 강제 폐간된 빈과일보 사옥에 몰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4일 강제 폐간된 빈과일보 사옥에 몰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간 한국 정부와 여권은 홍콩·대만을 향한 위협과 중국 내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 입장 표명을 피해 왔다.

한국 외교부는 지난달 천안문 사태 32주년은 물론 최근 반중매체인 빈과일보 강제 폐간 사태에 대해서도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침묵했다. 인권과 언론자유를 앞세워 비판 성명을 쏟아낸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일 천안문 사태 32주년과 관련 “(천안문 광장에서)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달라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목숨을 잃었다”며 “인권은 보편적이며 모든 정부는 이를 보호하고 촉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빈과일보 페간에 대해선 지난달 24일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홍콩과 전 세계 언론 자유에 슬픈 날이다. 중국은 독립 언론을 표적삼는 것을 중단하고 구금된 언론인과 언론 경영진을 석방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중 특수관계, 언급 자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결과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공동성명에 중국 인권 문제가 담기지 않은 것과 관련 '한중 간 특수관계'를 그 이유로 들었다. [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결과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공동성명에 중국 인권 문제가 담기지 않은 것과 관련 '한중 간 특수관계'를 그 이유로 들었다. [연합뉴스]

각국의 인권 문제를 둘러싼 한국의 ‘선택적 개입’은 인권이 가진 보편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 미얀마 사태에 대해 4차레에 걸쳐 규탄 성명을 내는 등 목소리를 높인 것과 달리 중국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것은 '중국 눈치보기'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 설명 브리핑에서 중국 인권 문제가 공동성명에 담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중 간의 특수 관계에 비춰 우리 정부는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자제해왔다”고 발언한 것은 이같은 우려를 증폭시킨다. 정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공동성명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며 중국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이 한국 정부의 의지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공산당 100주년 창당 행사에 공사급이라지만 외교관을 보내고, 집권 여당 대표가 축전으로 축하한 건 한국이 점점 더 중국으로 이탈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더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국의 한국 다루기가 한 걸음 한 걸음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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