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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 '디지털 법가주의'로 간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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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설립 100년이다. 당은 경제 성적표를 내민다. '글로벌 넘버 투', 신중국 설립 100년이 되는 2049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 대국으로 뛰어오를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대중국학회 '中공산당 설립 100년' 세미나 #시 정권, 중앙권력 강화 수단은 신기술 통제 #인민 동의없는 법 적용, 성공 여부는 불투명

가능할까.

제조업 시대에는 그게 됐다. 당은 국가 자원을 모아 집중적으로 투자했고, 농촌 노동력을 도시산업 현장으로 배치하는데도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사회는 당의 통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러나 지금은 4차산업 혁명의 시대다. AI와 빅데이터, 로봇, IOT(사물인터넷) 등이 산업을 리드하고 있다. 노동력과 자본을 투입하면 산출물이 나왔던 제조업 시대와는 다른 논리로 움직인다.

정부의 정보 독점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IT로 무장한 기업은 정부 통제를 벗어나려는 속성을 보인다. 중국 정부는 기업을 사회주의 틀 속에 가두려 하고, 기업은 뛰쳐나가려 하고…. 마윈의 앤트 그룹이 홍콩증시 상장 직전 당국의 철퇴를 맞은 건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AI 시대 중국 공산당은 여전히 경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당은 경제 사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

"중국은 '디지털 법가주의(Digital Legalism)'로 간다."

지난달 29일 인천대학에서 열린 현대중국학회(회장 원동욱 동아대 교수) 정기 세미나에서 나온 주장이다. "중국은 여러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해 당국의 감시 능력과 통제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립대 하남석 교수가 경제 분야 토론에서 제기했다.

디지털과 법가주의의 결합이라고? 흥미롭다.

국내 중국연구 전문가들로 구성된 현대중국학회(회장 원동욱 동아대 교수)가 지난 6월 29일 인천대에서 중국 공산당 100년 특별 학술회의를 열었다. '중국 공산당 100년, 중국은 무엇을 이루었고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와 차이나랩이 후원했다.

국내 중국연구 전문가들로 구성된 현대중국학회(회장 원동욱 동아대 교수)가 지난 6월 29일 인천대에서 중국 공산당 100년 특별 학술회의를 열었다. '중국 공산당 100년, 중국은 무엇을 이루었고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와 차이나랩이 후원했다.

잘 알다시피, 법가(法家)는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마지막 사상 조류다. 한비자(韓非子)가 완성했다. 한비자는 부국강병을 도모하기 위해 왕으로의 권력 집중을 강화하고, 강력한 법 집행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300여 년 전 살았던 한비자가 오늘 디지털 시대에 소환된 셈이다. 하 교수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춘추전국시대 법가는 법으로 기득권 세력을 몰아내고자 했다. 혼란으로 인한 백성의 고통을 없애는 유일한 길은 공평무사한 법, 그리고 이를 실행할 관료제뿐이라고 봤다. 이는 시진핑 시대 중국 공산당이 전면적인 '의법치국(依法治國, 법에 의한 통치)'과 종엄치당(從嚴治黨, 엄격한 당 관리)을 앞세우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법가 통치술이 현대 디지털 기술을 만났다. 풍부한 데이터 확보로 AI가 고도화되면서 중국 공산당은 인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고 있다. 마윈의 알리바바가 그동안 축적했던 민간 데이터까지 당국에 넘어가면, 당 디지털 감시는 더욱 조밀해진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 법가주의는 서방에서 제기된 '디지털 레닌니즘(Digital Leninism)'과 맥을 같이한다.

원동욱 현대중국학회 회장(동아대 교수)가 '중국 공산당 100년' 세미나에서 개회 축사를 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인천대 학술원,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등이 공동 주최했다.

원동욱 현대중국학회 회장(동아대 교수)가 '중국 공산당 100년' 세미나에서 개회 축사를 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인천대 학술원, 동서대 중국연구센터 등이 공동 주최했다.

'디지털 법가'의 미래는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까? 제조업 시대처럼 중국 사회를 다시 통합할 수 있을까?

하 교수는 부정적이다.

"춘추전국시대 법가는 인민들의 자발적 동의를 받지 못했다는 점, 체제 스스로는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는 점 등의 한계를 가졌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강력한 중앙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시진핑의 중앙집중형 사회관리시스템 역시 이런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은 첨단기술을 활용한 중앙집중형 체제를 강화하려 하지만 그 방식이 성공으로 귀결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얘기다.

경제분야 토론에 나선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 그는 ″시진핑 체제가 중앙의 지도를 강조하면서 사회 통제수단으로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 법가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분야 토론에 나선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 그는 ″시진핑 체제가 중앙의 지도를 강조하면서 사회 통제수단으로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디지털 법가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 분명한 것은 있다.

춘추전국시대 법가는 공자의 덕치(德治), 맹자의 왕도(王道)정치와는 달리 강력한 왕권을 기반으로 한 패도(覇道)정치에 관심을 뒀다. 이를 진시황이 받아들였고, 진시황은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수립해 철권 통치를 이어갔다. 장기집권의 길을 걷고 있는 시진핑 체제의 향후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디지털 법가주의'가 내일의 중국을 읽는 또 다른 키워드인 이유다.

차이나랩 한우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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