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 조세회피 꼼짝마라…돈 번 나라에 세금, 최저법인세 15%

중앙일보

입력 2021.07.02 16:07

업데이트 2021.07.02 16:31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한 글로벌 작업이 8부 능선을 넘어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전 세계 130개국이 최저 15% 세율의 글로벌 최저법인세 계획에 1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이르면 2023년부터 글로벌 법인세가 시행될 전망이다.

이와함께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하면서 기업 소재지에 과세해온 국제 법인세 체계 개편도 가시화하며 100년간 이어져온 국제 조세원칙의 수술이 이뤄지게 됐다.

G7 재무장관들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모였다. 왼쪽부터 다니엘 프랑코 이탈리아 경제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재무장관,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재무장관,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머티어스 코먼 OECD 사무총장, 아소 다로 일본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G7 재무장관들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 모였다. 왼쪽부터 다니엘 프랑코 이탈리아 경제재무장관,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재무장관,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캐나다 재무장관,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머티어스 코먼 OECD 사무총장, 아소 다로 일본 재무장관. [AFP=연합뉴스]

OECD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139개국 중 130개국은 법인세율 15% 하한선에 합의했다. 지난달 5일 주요7개국(G7) 재무장관 합의에 이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한 것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중국과 인도는 글로벌 최저법인세율에 합의했지만 아일랜드와 헝가리 등은 성명에 참여하지 않았다.

OECD는 최저법인세율 합의로 최소한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세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마티아스 코만 OECD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에 대해 “다국적 기업이 어디에서든 공정하게 세금을 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해운업 등 일부 산업에 대해서는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계속 협상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뿐만 아니라 다국적 기업을 옥죄는 조항은 또 있다. 영업이 발생한 국가에서 해당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업 본사가 있는 국가에서 과세했던 국제 법인세 체계를 개편하는 것으로 조세피난처 등을 이용해 세금 회피를 해온 다국적 기업의 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이다.

합의안에 따르면 연결매출액 200억 유로(27조원) 및 이익률이 10%를 초과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는 벌어들인 이익의 10%를 넘는 초과이익의 20~30%에 대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법인세로 걷을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한국 기업 1~2개도 이에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기획재정부는 밝혔다.

반면 매출 발생국에 과세권을 부여하면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미국의 빅테크 기업을 겨냥해 추진하던 디지털세는 폐지하기로 했다.

OECD 주요국 2020년 법인세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

OECD 주요국 2020년 법인세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OECD]

130개국의 합의를 도출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각국 의회에서 법 제정 작업을 거쳐야 해서다. 내년까지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2023년 시행을 해야 한다는 것이 OECD의 시간표지만 이에 따라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글로벌 최저법인세를 제안한 미국 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야당인 공화당이 미국 기업에 손해가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미 하원 세입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케빈 브래디 의원은 “이번 합의는 미국 일자리를 해외로 보내는 위험한 경제 항복”이라고 날을 세웠다. 예상을 깨고 글로벌 최저법인세에 합의한 중국의 실제 이행 여부에도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뿐만 아니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 법인세율 최저선을 정하더라도 각국이 우회로를 만들어 빠져나갈 여지도 있다. 법인세율을 올리는 대신 기업 투자 유치나 이전을 막기 위해 소득 공제나 세액공제, 보조금 등으로 세금 감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만들어 해당 합의를 무력화할 수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국내 법인세율 수준(최고세율 25%)을 고려할 대 15% 수준의 최저법인세율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국가간 법인세 인하 경쟁이 감소하며 한국의 글로벌 기업 유치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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