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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90% 뛸때 -1% 찍었다…'십만전자' 멀어진 삼전의 배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스피가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 3,302.84로 마감한 숫자가 보인다. 지수는 장중 고점(3,316.08)도 새로 썼다. 코스피가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3000선, 3100선, 3200선을 차례로 돌파한 뒤 약 5개월에 걸친 조정 국면을 지나서 3300선에 올라섰다. 중앙포토

코스피가 사상 처음 3,300선을 돌파한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 3,302.84로 마감한 숫자가 보인다. 지수는 장중 고점(3,316.08)도 새로 썼다. 코스피가 지난 1월 사상 처음으로 3000선, 3100선, 3200선을 차례로 돌파한 뒤 약 5개월에 걸친 조정 국면을 지나서 3300선에 올라섰다. 중앙포토

회사원 이모(35)씨는 요즘 주식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다문다. 올해 상반기 수익률이 저조해서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주린이(주식+어린이)’인 그의 선택은 여느 동학개미처럼 삼성전자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세에 4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삼성전자 주가를 지켜보던 그는 지난해 말 ‘6만전자(6만원+삼성전자)’ 열차에 올라탔다. 이때만 해도 시장이 더 간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올해 초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을 넘어섰을 때 소위 ‘불타기(주가가 올랐을 때 추가매수)’에도 나섰다.

'9만전자'와 '10만전자'를 향한 동학개미의 기대가 무색하게 삼성전자 주가는 8만원대로 내려선 뒤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카카오나 다른 주식이 오르는 걸 보면 삼성전자에 불타기했던 돈으로 다른 주식을 사야 했나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4일 8만7000원이던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16만3000원으로 상반기 동안 90% 이상 올랐다.

'삼성전자의 배신'에 속앓이를 한 동학개미는 이씨뿐만이 아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 4일~6월 30일) 개인의 순매수 종목 1위는 단연 삼성전자였다. 2위는 삼성전자우가 차지했다. 이 기간 개인은 삼성전자 24조147억 원, 삼성전자우 4조1421억 원 등 총 28조1568억 원을 사들였다. 이는 코스피의 상반기 개인 순매수 55조978억 원의 51%가 넘는다. 개미의 '삼전 몰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삼전을 향한 동학개미의 짝사랑에도 1일 삼성전자 주가는 8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종가(8만700원)보다 0.74% 낮아진 수치로 지난해 말 8만1000원과 비교하면 1.1% 정도 낮아졌다. 지난 1월 11일 9만6800원을 기록하며 ‘십만전자’를 바라보던 때와 비교하면 20% 가까이 떨어졌다.

반면 상반기 코스피는 14.7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기록 경신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말 2800선에서 올해 시작과 함께 3000포인트 시대에 돌입했고 지난달 25일에는 3302.84(종가 기준), 3316.08(장중 기준)을 터치하며 최고점을 돌파했다. 상반기를 마감하는 지난달 30일에는 3296.68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가 15% 오를 동안 삼성전자는 오히려 1% 떨어진 셈이다.

코스피 지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스피 지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씨처럼 '삼전의 늪'에 빠진 동학개미의 속앓이가 나아질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하반기 삼성전자 매수 규모를 키워도 좋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무엇보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대하면서다.

증권사의 컨센서스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매출액은 62조원, 영업이익 1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7%, 42% 늘어날 전망이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문가 예상치인 10조3000억 상회하는 수치다.

김동원 KB 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향후 반도체 가격의 연착륙이 예상된다”며 “(상반기는) 과도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반기 반도체 가격이 하락 전환할 우려가 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최근 서버와 PC 부문에서 수요가 비교적 큰 폭으로 늘었고 메모리 재고도 정상 수준을 기록해 3분기와 4분기 디램(DRAM), 낸드(NAND) 가격의 상승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형 아이폰 출시와 노트북·태블릿PC의 OLED 탑재 비중이 느는 것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라 하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5% 증가, 상반기보다는 41% 늘어난 28조9000억원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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