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생활한복 출시했다고…"한국 도둑" 난데없이 떼쓰는 中

중앙일보

입력 2021.07.02 05:00

지난 27일 한 매체가 트위터에 ″한복은 중국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옷입니다″라며 스파오X리슬 생활 한복 출시 글을 올리자 중국 네티즌이 이 글을 리트윗하며 ″한국은 도둑″이라고 올린 답글. 트위터 캡처

지난 27일 한 매체가 트위터에 ″한복은 중국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전통 옷입니다″라며 스파오X리슬 생활 한복 출시 글을 올리자 중국 네티즌이 이 글을 리트윗하며 ″한국은 도둑″이라고 올린 답글. 트위터 캡처

“한국 도둑, 너희들의 더러운 손과 추악한 몰골로 우리 중국의 역사문화를 훔치지 마라.”

국내 한 SPA 브랜드가 모던 한복 브랜드와 협력해 생활 한복을 출시하자 중국 네티즌이 내놓은 반응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SNS에 중국어와 영어로 “중국 송나라 의상을 훔치는 거냐”, “중국 문화 유물을 사용해 가짜 한복을 만들지 마라”, “중국 의류 문화를 사랑해주시는 한국 네티즌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의 게시물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중 드라마, 시녀에게 치마저고리 입혀 논란되기도

중국 OTT 아이치이에서 제작한 드라마 '소주차만행'의 한 장면. 아이치이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중국 OTT 아이치이에서 제작한 드라마 '소주차만행'의 한 장면. 아이치이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한복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방영된 중국 드라마 ‘소주차만행(少主且慢行)’에서 시녀 역할 배우들만 한복과 유사한 치마저고리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한복을 중국의 하위문화로 인식시키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해 방영된 명나라 배경 드라마 ‘성화 14년’(成火 14年)에는 주인공이 갓과 망건을 쓰고 나오기도 했다.

한복고증연구소는 지난 5월 연구소 공식 블로그에 “한국과 중국의 복식에 유사점이 있다고 해서 한쪽이 다른 쪽을 모방했다고 섣불리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는 서로 교류하며 섞이기 마련”이라며 “고려양(원나라에서 유행된 고려의 풍습)이 유행했던 명나라 시절의 복식과 한복에 유사성이 발견되는 건 이상한 게 아니지만, 문제는 중국이 의도대로 한푸(汉服ㆍ중국 한족의 전통의상)를 밀자니 한복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 우월주의 교묘하게 포장”

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동북공정의 일환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추진한 동북부 만주 지역의 역사 연구 프로젝트다.

익명을 요청한 국제관계 전문 교수는 “중국이 한복, 김치 등 자신의 것이라고 다 같이 주장하는 건 충분히 우려스러운 사항이지만 이 상황을 동북공정으로 보는 건 조금 과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북공정은 국가 차원에서 행동하는 것이지만 지금 상황은 중국 네티즌들 개개인이 함부로 행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도 공식적으로 당이나 지방정부에서 나서기가 어려운 부분”이라면서도 “바이두(百度·중국 포털사이트)처럼 권위 있는 공간에 잘못된 사실이 게재되는 건 바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주용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는 “새 동북공정이라기보다는 중국의 문화 우월주의를 교묘하게 포장한 결과”라며 “중국의 영향력을 확산시키려는 제국주의적 관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논란될 때 한복 알려야”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힘을 모아 뉴욕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한복 광고를 올렸다고 11일 밝혔다. 뉴스1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재단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힘을 모아 뉴욕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한복 광고를 올렸다고 11일 밝혔다. 뉴스1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중국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한국의 전통문화와 대중문화가 세계인들에게 주목받으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여기서 드러난 잘못된 애국주의”라고 말했다. 이어 “OTT 서비스로 전 세계 시청자들이 우리 드라마와 영화를 보게 되면서 예전에는 서양 사람들이 아시아 문화의 중심지를 중국으로 인식했다면, 이제는 한국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다 보니 중국 드라마에서도 우리 한복을 시녀에 입히는 등 낮추고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를 잘 이용해 한복에 대해 더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경덕 교수는 지난달 11일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우리나라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광고 영상을 냈다. 서 교수는 “이 상황을 역이용해서 오히려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 세계로 알릴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정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 이사장은 “쇠도 달궜을 때 때려야 한다고 SNS에서 논란이 될수록 감정적인 대응 대신 한복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정체성을 지속해서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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