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단백 비닐, 파스타 빨대, 종이 콜라병…지구가 웃는다

콩단백 비닐, 파스타 빨대, 종이 콜라병…지구가 웃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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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빈랑 나무 잎과 껍질을 이용한 '본플라'의 일회용기. 본플라

빈랑 나무 잎과 껍질을 이용한 '본플라'의 일회용기. 본플라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한 비결은 ‘가볍고 단단함’이다. 그러나 ‘가볍고 단단함’을 만드는 강한 결합 구조 탓에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경우 ‘사용은 3분, 썩는데 300년’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오랫동안 쓰레기로 남아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플라스틱 어스] ④대안-플라스틱 없이 살 수 있을까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의 위험성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도 커지고 있다. 이에 기업들도 탈(脫) 플라스틱을 위한 대안을 찾고 있다.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①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감축하고 ② 대체할 재료를 찾거나 ③ 자연에서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것이다..

①감량 - 플라스틱을 줄여라

화장품 제조사 톤28이 개발한 종이 화장품 용기. 톤28

화장품 제조사 톤28이 개발한 종이 화장품 용기. 톤28

기업들의 일차적인 노력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데 집중된다.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이 가장 많은 코카콜라는 스타트업 파보코(PaBoCo)와 함께 종이 콜라병을 개발 중이다. 음료가 닿는 안쪽은 재활용 플라스틱, 병 겉면은 종이, 뚜껑은 페트로 만든 병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코카콜라는 지난 2월 이런 병에 과일 탄산음료를 담아 헝가리에서 시범 판매했다.

가전제품처럼 한번 사면 오래 쓰는 물품의 플라스틱을 줄이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기존 LCD TV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70% 적은 OLED TV 생산을 늘리고 있다. 또한 TV나 사운드바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약 30%를 폐가전에서 재활용한 원료로 조달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올해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1050t으로 늘이고 플라스틱 사용량은 1만t 정도 줄일 것이라 예상한다.

화장품업계도 종이 용기 개발과 리필시스템을 도입에 고심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사 ‘톤28’은 세계 최초로 화장품을 담는 종이용기를 개발했다. 대개 화장품 용기 하나당 플라스틱 60g이 사용되는데 이 회사 용기는 4.2g의 플라스틱만 사용한다. 화장품이 닿는 안쪽은 플라스틱(PE), 겉면은 종이다. 정마리아 대표는 “궁극적으론 PE도 생분해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소분판매중인 세제와 화장품들. 김정연 기자

서울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소분판매중인 세제와 화장품들. 김정연 기자

화장품 제조사 아로마티카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비중을 50%까지 높인 용기를 쓰고 있다. 최근 100% 재생 페트병을 활용한 용기도 개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코코넛 껍질과 무기질을 활용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30% 줄인 디스펜서를 공급하고 있다. 두 회사는 용기를 가져가면 내용물만 구매할 수 있는 ‘리필 스테이션’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용기들도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되지 않으면 플라스틱 감축의 의미가 없다. 녹색연합 허승은 팀장은 "화장품 용기에 쓰이는 플라스틱이 가장 천차만별인 데다 여러 소재가 섞여 있어, 그동안은 분리배출 표시가 있어도 90%가 재활용이 안 됐다"며 "플라스틱을 줄인 용기라면 플라스틱 사용량은 줄일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재활용이 안 되고 버려지면 결국 폐기물이 되기 때문에, 생산 단계부터 책임지고 재활용, 재사용, 반복사용 등 '엔딩'을 고려해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장품 용기 재질 개선 시급합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3일 오전 서울 신용산역 인근에서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의 재질 개선과 실질적인 재활용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1.6.3   pdj663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화장품 용기 재질 개선 시급합니다"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3일 오전 서울 신용산역 인근에서 '화장품 어택 시민행동'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재활용이 어려운 화장품 용기의 재질 개선과 실질적인 재활용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1.6.3 pdj663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②대체 - 천연 소재를 찾아라

서울 서대문구의 제로웨이스트샵 '디어얼스'에서 판매중인 빈랑 나무 잎과 껍질을 이용한 '본플라'의 일회용기. 김정연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제로웨이스트샵 '디어얼스'에서 판매중인 빈랑 나무 잎과 껍질을 이용한 '본플라'의 일회용기. 김정연 기자

플라스틱을 대체할 자연 소재를 발굴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본플라’라는 업체는 빈랑나무 잎과 껍질을 이용해 만든 일회용 접시를 판매한다. 자연적으로 떨어지는 빈랑나무의 잎과 외피를 수집해 깨끗한 지하수로 세척하는데, 화학제품과 첨가제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이 회사 이중근 팀장은 “옛날부터 인도에서 떨어지는 잎을 이용해 접시를 만드는 걸 알고 국내에 도입했다. 이왕 쓸 일회용품이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제품이 최선”이라고 밝혔다.

독일 wisefood 사의 'superhelm' 파스타빨대. 사진 나투어 제공

독일 wisefood 사의 'superhelm' 파스타빨대. 사진 나투어 제공

플라스틱 빨대를 대신할 ‘파스타 빨대’도 나온다. 이탈리아·영국 등 유럽산이 많은데, 파스타의 원료인 듀럼세몰리나 밀가루가 소재다. 파스타면과 다름없어 공산품이 아니라 식품으로 분류된다. 독일산 빨대를 국내에 들여오는 나투어 홍성진(45) 대표는 “플라스틱의 대안이라는 종이 빨대도 결국 폐기물이고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라고 해도 결국 일반쓰레기로 들어간다. 반면 파스타 빨대는 100% 자연에서 온 물질이라 폐기물이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판매중인 대체소재 빨대들. 스테인리스, 유리, 실리콘, 대나무 등이 흔히 재료로 쓰인다. 김정연 기자

서울 마포구의 제로웨이스트샵 '알맹상점'에서 판매중인 대체소재 빨대들. 스테인리스, 유리, 실리콘, 대나무 등이 흔히 재료로 쓰인다. 김정연 기자

비닐·랩 대신 면과 밀랍을 이용한 방수 포장재를 판매하는 곳도 늘고 있다. 밀랍을 먹은 천은 방수가 되기 때문에 음식물을 담을 수 있고 세척도 가능하다. 방수 기능이 줄면 밀랍을 새로 칠해 새것과 같은 상태로 되돌릴 수 있고 재사용도 가능하다. ㈜허니랩 김동은 대표는 “종이 원단에 밀랍‧송진‧코코넛 오일을 처리한 종이 랩 제품도 만들었다. 모두 미세 플라스틱을 남기지 않고 자연으로 사라지는 재료”라고 강조했다.

③분해 - 정 안되면, 생분해 플라스틱

PLA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생수병. 김정연 기자

PLA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 생수병. 김정연 기자

당장 플라스틱을 대체하기 어려운 기업은 ‘썩는 플라스틱’에 주목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 SK종합화학은 올해 3분기에 친환경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인 PBAT(Polybuthylene Adipate-co-Terephthalate)를 출시한다. PBAT는 자연에서 산소·열·빛과 효소 반응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으로 매립 시 6개월 안에 자연 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은 ‘행복한콩 두부’ 묶음 제품에 바다에서 분해되는 유일한 생분해 소재인 PHA(Polyhydroxyalkanoate)를 활용해 만든 투명 비닐을 적용했다. PHA로 만든 식품 포장 비닐을 시중 제품에 적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CJ제일제당은 이를 통해 연간 약 50t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산수생수는 사탕수수를 이용한 PLA 성분으로 '썩는 페트병'을 개발했다. 적절한 분해 환경에서 6개월 안에 분해된다. 기존의 생분해 플라스틱에 비해 쉽게 분해되는 구조라, 쓰레기로 분리돼 매립지에 들어가더라도 미세플라스틱으로 남지 않고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이창희 연구원은 “다 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다른 제품으로 만드는 것도 좋지만 가장 최선은 아예 사라지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왼쪽)30x40cm 크기로 만들어진 거미줄 플라스틱 필름. (오른쪽) 거미줄 플라스틱 필름을 열 가공해 만든 비닐백에 바나나를 담은 모습. 사진 Nature Communications / 논문 Controlled self-assembly of plant proteins into high-performance multifunctional nanostructured films

(왼쪽)30x40cm 크기로 만들어진 거미줄 플라스틱 필름. (오른쪽) 거미줄 플라스틱 필름을 열 가공해 만든 비닐백에 바나나를 담은 모습. 사진 Nature Communications / 논문 Controlled self-assembly of plant proteins into high-performance multifunctional nanostructured films

지난 10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연구진은 거미줄의 특성을 모방해 콩 단백질을 강하게 결합한 합성 고분자 필름을 개발했다. 이 역시 자연에서 분해된다. 연구진은 올해 연말까지 '거미줄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봉지, 캡슐 등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을 만들 계획이다.

따로 모아야 재생되지만, 따로 모을 수가 없다

물론 생분해 플라스틱도 한계가 있다. 따로 모아 생분해 시설에 들어가야 실질적인 생분해가 가능하고, 흙에 묻어 생분해되게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일반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에 맞춰져 있는 현재의 시스템에 생분해 플라스틱이 섞여 들어가면 기존 플라스틱의 재생 품질을 오히려 저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분해 플라스틱을 취급하는 별도의 재활용 코드도 없어, 따로 배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쉬운 조건에서 생분해가 되는 플라스틱이라고 해도, 집 마당에 생분해 폐기물을 배출할 장소(콤포스트, compost)'가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엔 가정용 생분해란 단어 자체가 낯설어 접근하기 어렵다. 아로마티카 김영균 대표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분해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재활용되지 않는다"며 생분해 플라스틱보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선호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수생수는 '닫힌 순환고리(closing the loop)'를 내세우며 생수를 정기배송하고 빈 병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김지훈 대표는 "시험적으로 빈 페트병을 모아 자체적으로 재생하고 있다"며 "전국의 오·폐수 처리장에서 사용하는 분해 기술을 응용해서 생분해 플라스틱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처음 PLA로 병을 만든다고 했을 때도 안된다고 했지만 결국 됐고, 찾으면 플라스틱을 쓰지 않을 수 있는 다른 대안이 분명히 나온다"며 "페트병이 땅에 묻히는 것보다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느리더라도 결국은 분해되고, 미세플라스틱이 되더라도 녹아 없어지고, 소각하더라도 유독가스가 없고 당분과 물만 남아 현재로써는 가장 나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탈(脫)플라스틱을 위한 아이디어나 사례를 이메일(sakehoon@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정종훈·김정연 기자, 왕준열PD, 곽민재 인턴, 장민순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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