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성탁의 시선

“이게 정책이냐?” 조롱 받는 신용카드 캐시백

중앙일보

입력 2021.07.02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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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성탁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21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브리핑한 뒤 합동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021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브리핑한 뒤 합동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그거 받으려고 과소비할 바보가 어디 있나. 국민을 우롱하는 이런 정책을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거냐.”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추경안 가운데 ‘상생소비지원금’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월평균 카드사용액보다 3% 이상 매월 카드를 더 쓰면 10%를 캐시백으로 돌려준다는 것이어서 '카드 캐시백'으로 불린다. 정부 예시에 따르면 2분기에 카드로 평균 100만원을 쓴 사람이 8월에 153만원을 쓰면, 늘어난 금액의 10%인 5만원 정도를 카드 캐시백으로 받을 수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80%로 정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지만, 온라인 게시판이나 청와대 청원 등에는 특히 이 정책에 대한 비판 글이 쏟아지고 있다.

10만원 받으려 100만원 쓰라고?
마트·온라인쇼핑 제외한 탁상행정
못 거른 청와대·여당이 더 문제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이 많은 것은 국민이 처한 현실을 모른 채 공무원들이 책상에 앉아 계산기를 두드려 만든 탁상행정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려운 분들은 좀 더 두텁게 (지원금을) 드리고, 상위 계층에 대해 고민해 설계한 게 상생소비지원금”이라며 소비 촉진과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당장 “10만원 혜택을 보려면 월 100만원을 더 써야 하는데, 물가는 오르고 교육비와 월세 막기도 힘든 마당에 쓸 돈이 어디 있느냐”는 토로가 이어진다.

 정부는 소비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용 정책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쓴 금액을 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상화한 소비 패턴을 무시하고 상생 취지만 생각한 것이다. 그러니 고소득자들조차 "시장에 가서 고기라도 엄청 사서 냉동실에 저장하라는 거냐"고 반문한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 오종택 기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1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당정협의. 오종택 기자

 기재부 등 부처 공무원들이 현실도 모르고 정책 안을 짜는 게 일차적인 원인이겠지만, 청와대와 여당이 이를 거르지 못하는 건 더 심각하다. 정책 발표 전 청와대 관련 담당자나 의원·보좌관 등 여당 관계자들이 대상이 될 국민의 여론을 살짝만 살폈어도 형편없는 정책이라는 평가는 피할 수 있다. 대규모 조사를 할 것도 없이 대기업에 다녀 연 수입 1억원이 넘는 지인들에게 전화 몇 통 돌려봤어도 지금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는 충분히 들었을 것이다.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을 하위소득 80%로 정한 것을 두고도 '소득 순위 79%에 부동산 10억 보유자와, 학자금 대출과 부모님 빚 5000만원이 있는 소득 순위 81% 대기업 직장인 중 후자가 지원금을 못 받는 게 합당하냐'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정부가 고율 세금을 성실히 내온 계층에도 어려운 시기에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를 전할 생각이었다면, 신용카드 캐시백이 아니라 연말정산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나 지역 화폐 할인을 통하는 게 낫다는 아이디어를 되레 국민이 내고 있다.

 정부·여당이 현장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는 또 다른 분야가 부동산이다. 서울 아무 동네나 찾아가 공인중개사나 주민 몇 명만 만나보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차 계약 1회 2년 연장 및 임대료 5%까지 인상 제한 정책에 대해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집주인이 늘어나는 세 부담을 전가하기 때문에 과거 6억 원대였던 해당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8억~9억원으로 올라 세 들어 살 곳을 찾는 이들이 골머리를 앓는다. 목돈이 필요 없는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바꿔 월 100만~150만원을 부르는 게 예사여서, 지금 전세를 사는 세입자들조차 몇 년 후를 걱정한다고 한다. 이 공인중개사는 "직접 거주하겠다며 세입자를 내보낸 뒤 아파트를 파는 집주인도 늘고 있다"며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고 했다. 목표가 좋았더라도 부작용이 발견되면 수정해야 할 텐데, 이런 조치는 아직 취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공직 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을 경질한 다음 날이다. LH 직원들의 일탈을 비롯해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투기 및 낮술 폭행 사건 등 공직 사회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다잡아야 할 공직 기강은 투기나 비리만이 아니다.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수많은 공무원들이 현장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정책을 만들고 이를 검증하지 못하는 공직 사회의 해이는 더 큰 폐해를 낳는다. 비리 공무원은 바꾸면 되지만, 탁상행정은 어려운 사람들을 더 어려운 처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김성탁 논설위원

김성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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