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 Review] 중국 10년 만에 최악 전력난…글로벌 공급망 비상

중앙일보

입력 2021.07.02 00:04

업데이트 2021.07.02 08:07

지면보기

경제 02면

지난 4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바퀴를 전동기계로 다듬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바퀴를 전동기계로 다듬고 있다.[AFP=연합뉴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에 10년 만에 최악의 전력난이 닥쳤다. 광둥성 등에선 전력 배급제로 하루하루 버틸 정도다. 홍콩과 가까운 광둥성은 중국의 핵심 산업지역으로 꼽힌다. 중국에서 전력난으로 생산차질이 심각해지면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에 ‘병목’ 현상이 생길 수 있다.

호주와 갈등에 탄소제로 겹쳐
석탄 수급 불안, 화력발전 차질
공장 가동까지 늘며 전력 가뭄

화웨이·비야디 공장 몰린 광둥성
주 4일 전력배급제 하는 곳도
올여름 폭염 예고, 2~3개월 고비

중국에서도 남부의 전력난이 가장 심하다. 미국 CNN 방송은 “광둥성뿐만 아니라 윈난·광시·저장성 등 적어도 아홉 개 성에서 배급제 등 전력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면적은 영국·독일·프랑스·일본을 합친 것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중국은 17개 성의 전력 사용을 제한했던 2011년 이후 가장 심각한 에너지 부족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중국 전력원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전력원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광둥성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중국 무역의 25%를 담당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부터 광둥성은 성도인 광저우와 선전·주하이·둥관 등 17개 도시에 전력 소비제한 조치를 발령했다. 광둥성에는 통신업체 화웨이, 가전업체 메이디와 TCL, 전기차 업체 비야디 등 주요 업체의 본사나 생산시설이 몰려 있다. 미국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입신정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중신궈지(SMIC) 등도 이 지역에 있다.

광둥성은 지역 내 기업에 전력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올해 말까지 전력 사용량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간대에는 공장을 최소한으로만 돌리도록 했다. 일주일에 며칠씩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전력 배급제도 시행 중이다. 차이신은 “둥관에선 일주일에 나흘만 공장을 돌리고 사흘은 닫으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올해 초 중국에서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장 가동 수요가 늘었다. 지난 5월부터 광둥성 등에선 이상고온으로 냉방기 사용도 크게 늘었다. 올여름 중국에선 폭염을 예고한 상태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향후 2~3개월간 고온으로 냉방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석탄 가격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석탄 가격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력 공급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의 전력 생산에서 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56.6%(지난해 기준)다. 수력발전(16.8%)이나 원자력 발전(2.3%)과 비교하면 화력발전의 비중이 매우 높다. 그런데 화력발전의 주원료인 석탄 가격이 치솟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초 중국의 석탄 가격은 t당 878위안(약 15만 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0%가량 비싸다.

석탄을 수입하는 여건도 나빠졌다. 호주와의 갈등 때문이다. 중국은 2019년까지 석탄 수입량의 60%가량을 호주에서 조달했다. 호주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발원지를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CNN은 “중국은 인도네시아와 남아공에서 석탄 수입을 늘렸다. 하지만 호주산 석탄의 수입 부족분을 다 메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자국 석탄 생산을 늘리기에도 여건이 만만치 않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6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대형 탄광의 작업을 중단시켰다. 야오페이 중국 수초증권 수석전략가는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의 야심 찬 목표가 자국의 석탄 감산을 초래했다. 그래서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전력난은 중국의 생산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에선 건설과 제조업의 전력 소비량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지난달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9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제조업이 위축한 배경 중 하나는 전력난”이라고 설명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