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다음 두타산, 숨어있던 비경이 열렸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2 00:03

업데이트 2021.07.0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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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6월 10일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7.3㎞)이 전면 개방됐다. 사진은 바위 중턱에 나무 계단을 설치해 만든 ‘두타산 협곡 마천루’ 전망대. 이 자리에 서면 웅장한 번쩍바위와 박달계곡, 용추폭포가 한눈에 담긴다. [사진 동해시]

지난 6월 10일 두타산 베틀바위 산성길(7.3㎞)이 전면 개방됐다. 사진은 바위 중턱에 나무 계단을 설치해 만든 ‘두타산 협곡 마천루’ 전망대. 이 자리에 서면 웅장한 번쩍바위와 박달계곡, 용추폭포가 한눈에 담긴다. [사진 동해시]

해외여행을 못 가는 시기가 길어져서일까. 국내 여행을 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광을 찾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는 등산객 사이에서 ‘한국의 장자제(張家界)’로 불리는 비경이 화제다. 6월 10일 강원도 동해 두타산(1352m) ‘베틀바위 산성길’ 7.3㎞가 전면 개방되면서다. 6월 25일 이 길을 걷고 왔다. 한국에 이런 협곡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베틀바위 산성길 7.3㎞ 전면개방
심장 터질 듯 가파른 오르막 끝엔
기암괴석의 연속, 한국판 장자제
바위 중턱 계단 오르는 아찔함도

10개월 만에 70만 명 방문

전망대에서 바라본 베틀바위. 뾰족뾰족한 암봉이 사선으로 이어진 모습이 중국 장자제 무릉원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8월 베틀바위 산성길이 부분 개방하면서 비로소 드러난 풍광이다. 최승표 기자

전망대에서 바라본 베틀바위. 뾰족뾰족한 암봉이 사선으로 이어진 모습이 중국 장자제 무릉원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8월 베틀바위 산성길이 부분 개방하면서 비로소 드러난 풍광이다. 최승표 기자

베틀바위 산성길은 지난해 8월 부분 개방했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에서 베틀바위 전망대에 이르는 2.7㎞ 구간만 먼저 열었다. 약 10개월 동안 70만 명이 방문했다. 주말이면 무릉계곡 관광지 3주차장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등산객이 몰린다. 다른 이와 거리를 유지하며 산행하고 싶다면 가급적 평일에 두타산을 찾는 게 좋다.

동해시와 동부지방산림청은 지난해 8월 개방한 2.7㎞ 구간에 더해 두타산성에서 박달계곡을 거쳐 무릉계곡 관광지로 돌아오는 4.6㎞ 구간도 새로 만들었다. 옛길을 정비해 정식 등산로를 구축했다.

정식 등산로가 생기기 전에도 일부 산꾼이 베틀바위를 보겠다며 험한 등반을 감행했다. 동해시시설관리공단 이상국 대리는 “길도 없고 가파른 절벽이 워낙 많아서 추락 사고가 빈번했다”며 “산성길을 조성했지만 여전히 위험한 구간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성길 들머리,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지나자마자 만만치 않은 경사가 이어졌다. 30분 만에 삼공암에 도착했다. 예부터 삼화사 승려들이 좌선했던 자리란다. 멀찍이 동해안이 보였다. 숨을 고른 뒤 다시 30분을 걸었다. 전망대로 가는 마지막 계단은 전체 코스에서 가장 가파른 오르막이었다. 허벅지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정선·삼척 넘나들던 길

두타산에는 폭포가 많다. 비가 많이 내리면 40개가 넘는 폭포가 보인다고 한다. 두 줄기 폭포가 V자 모양을 이루며 만나는 쌍폭포.

두타산에는 폭포가 많다. 비가 많이 내리면 40개가 넘는 폭포가 보인다고 한다. 두 줄기 폭포가 V자 모양을 이루며 만나는 쌍폭포.

“우와, 장자제다!”

계단을 다 오른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호들갑이 아니었다. 전망대에 서서 동쪽으로 몸을 돌리자 병풍 같은 기암괴석이 나타났다. 계속 바라보니 어렴풋이 옷감 짜는 베틀 모양이 아른거렸다.

천상에서 쫓겨난 선녀가 두타산 골짜기에서 삼베를 짜며 죄를 뉘우쳤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베틀바위가 됐다는데 다소 허무맹랑하다. 반면 베틀과 관련한 그럴싸한 이야기도 있다. 김미자 동해시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두타산과 청옥산 사이, 박달재를 지나면 정선 임계면과 삼척 하장면이 나옵니다. 옛날 삼을 많이 재배했던 지역인데, 농한기 때 아낙들이 옷감을 이고 동해 북평장으로 왔던 거죠. 그때 바위를 보고 베틀을 떠올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전망대를 뒤로하고 두타산성 방향으로 걸었다. 비교적 완만한 숲길이었다. 길섶에 산수국이 피어 있었고, 백두대간에서 보기 힘들다는 회양목 군락도 보였다. 회양목에서 짙은 허브 향이 풍겼다.

조선 전기에 축조했다는 산성 일부가 아직 남아 있었다. 길을 내면서 복원한 숯 가마터도 보였다. 주변에는 자기 조각이 나뒹굴었다. 이 험한 산에서 억척스럽게 살아간 사람이 있었다니,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대도시 고층빌딩 닮은 바위

두타산에는 폭포가 많다. 비가 많이 내리면 40개가 넘는 폭포가 보인다고 한다. 열두 번 꺾이며 흐르는 산성12폭포.

두타산에는 폭포가 많다. 비가 많이 내리면 40개가 넘는 폭포가 보인다고 한다. 열두 번 꺾이며 흐르는 산성12폭포.

산성길에는 베틀바위 말고도 멋진 바위가 많았다. 특히 산성 12폭포의 인상이 강렬했다. 열두 번 꺾이는 폭포와 큼직한 잿빛 바위, 바위 틈틈이 자란 소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이 수묵화 한 폭이었다. 너럭바위에 앉아 폭포를 감상하며 김밥을 먹었다.

12폭포에서 20분을 걸으니 보름 전 개방한 ‘두타산 협곡 마천루’에 닿았다. 바위 중턱에 계단을 쌓아 만든 전망대가 있었다. 또 다른 바위 세상이 펼쳐졌다. 박달계곡 건너편으로 번쩍바위와 용추폭포가 한눈에 담겼다. 그런데 왜 협곡 마천루일까. 동해시 신영선 관광과장의 설명이다.

“번쩍바위, 용추폭포는 전국 산에 흔하잖아요. 길을 내면서 조금 다르게 접근해보고 싶었어요. 협곡에서 바라본 웅장한 바위 형상이 대도시에 운집한 고층빌딩을 연상시켜서 이름을 정했죠.”

전망대에서 내려와 박달계곡을 끼고 걸었다. 세찬 물소리가 따라붙었다. 쌍폭포, 용추폭포, 선녀탕을 감상했다. 이번엔 물의 세상이었다. 조선 중기 문인 김효원(1542~90)은 ‘두타산일기’에서 “영동지방에서 으뜸은 금강산이고 다음은 두타산”이라며 “골짜기의 깊숙함과 수석의 기이함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게 오래됐다”고 썼다. 길이 없던 시절, 시인 묵객들이 베틀바위와 협곡의 절경을 보긴 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여행정보
베틀바위 산성길

베틀바위 산성길

서울시청에서 무릉계곡 관광지까지는 약 270㎞, 자동차로 3시간 30분 거리다. 무릉계곡 관리사무소에서 베틀바위 전망대를 다녀오면 왕복 2시간, 두타산 협곡 마천루를 거쳐 박달계곡 방향으로 순환하면 4~5시간 걸린다. 무릉계곡 관광지 입장료 어른 2000원, 소형차 주차비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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