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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삶 위기 직면, 강력 부흥책 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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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1일 대선 출마 선언에 나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첫 일성은 “강력한 경제부흥 정책을 즉시 시작하겠다”였다. 이 지사는 현재 대한민국을 ‘위기’로 규정하고 “대공황 시대의 뉴딜처럼 대전환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주도로 산업·경제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겠다는 ‘이재명식 뉴딜’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재명 유튜브로 대선출마 선언 #“대공황 때 뉴딜처럼 공공이 주도” #“기업 규제 합리화” 경제·성장 강조 #윤석열 출마 선언과 차별화 방점 #가족사 관련 도덕성 문제 정면대응 #“되돌아가면 어쩔지는 잘 모르겠다” #4000자 선언문, 경제 17번 성장 11번 #대표정책 ‘기본소득’은 한 번만 언급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영상을 통해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영상을 통해 대선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 지사가 이날 오전 유튜브 영상을 통해 낭독한 출마 선언문은 정치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됐다. 그는 “정치는 튼튼한 안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공정한 질서 위에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일궈내야 한다”며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치로 모두 함께 잘사는 대동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곤 14분10초 분량의 출마 영상에서 경제 정책을 축으로 외교안보, 복지, 부동산 정책, 사회적 대타협 등의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뤘다. 정치권에선 “‘정권교체’에만 목소리를 높였던 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과 차별화에 방점을 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출마 선언문은 이 지사가 혼자서 작성했다고 한다.

이 지사는 4000여 자 출마 선언문에서 ‘경제’를 17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경제는 민간과 시장의 몫이지만 대전환 시대의 대대적 산업·경제 구조 재편은 민간기업과 시장만으로는 감당이 어렵다”며 ‘공공 주도 경제부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규제 합리화로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자신의 정책이 ‘반(反)기업적’이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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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성장’을 언급한 건 모두 11차례였다. 경제와 성장에 방점을 둔 것은 결과적으로 이틀 전 윤 전 총장의 출마 선언문과 대비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비슷한 분량의 출마 선언문에서 경제는 5차례, 성장은 1차례 언급했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지사가 경제 어젠다를 야당에 넘겨주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고 평했다.

이 지사의 출마 선언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대한민국 위기론’이다. 이 지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청년 세대의 절망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국민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여당 후보이면서도 위기론을 앞세워 ‘이재명식 뉴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슬로건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역시 뉴딜 정책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정책 실행 능력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이 지사는 선언문에서 “누군가의 미래가 궁금하면 그의 과거를 보아야 한다”며 ▶계곡 정비 ▶청년배당 ▶극저신용자 대출 ▶재난기본소득 등 자신이 경기도·성남시에서 편 정책 사례를 일일이 열거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이 지사는 “한반도평화경제체제 수립, 대륙을 여는 북방경제 활성화도 새로운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력한 자주 국방력을 바탕으로 국익 중심 균형외교를 통해 평화 공존과 공동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며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다만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선 “기본소득 도입으로 부족한 소비를 늘려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기본소득 비판이 거센 걸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가족사와 관련된 도덕성 논란에 대해 “다 인정하고 제가 부족한 부분을 다 채우고 잘못한 거 사과드리고 충분히 설명해 드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가 가족에게 폭언한 건 사실인데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면 안 그러려고 노력하겠지만 어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면서다.

이 지사는 과거 형수와의 통화에서 욕설을 해 논란이 인 데 대해 “7남매에 인생을 바친 어머니가 협박을 받았다. 형님이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셔서 어머니를 협박했고 심지어 폭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야기를 하다 잠시 눈을 감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호흡을 가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국민들께서 그런 점 감안해 주시고 제 부족한 점에 대해 용서하기 바란다.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 지사가 이날 오후 일정으로 고향인 경북 안동을 방문해 유림서원, 선친 묘소를 잇따라 방문한 것도 가족사 논란을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됐다. 이 지사와 가까운 한 민주당 의원은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사과드리는 모습을 계속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윤 전 총장에 대해선 “특수과외까지 받으시면서 열공(열심히 공부)한다는데 국정이라는 게 그렇게 호락호락 쉽게 익혀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좀 더 열심히 공부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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