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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찾은 이재명 “나도 안동에 묻힐 것”…가족사 논란도 정면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선 출마선언 첫날 이재명 경기지사의 일정은 ‘정면돌파’에 초점이 맞춰졌다. 야도(野都)이면서 자신의 고향인 TK(대구·경북)을 찾아 교두보를 마련함과 동시에, 이른바 폭언 사건 등 가족사 논란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북유교 문화회관을 방문해 지역 유림에게 큰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북유교 문화회관을 방문해 지역 유림에게 큰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5시 경북 안동의 경북유교문화회관에 있는 유림서원을 찾았다. 오전 현충원 참배, 공명선거 서약식 등 당 공식 행사를 제외하면 사실상의 첫 공개 일정이었다. 안동은 이 지사가 13세까지 유·소년기를 보낸 곳이다. 이후 경기 성남으로 이주해 ‘무수저 소년공’ 시절을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자신의 뿌리부터 찾은 것이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북유교 문화회관을 방문해 지역 유림에게 큰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북유교 문화회관을 방문해 지역 유림에게 큰절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 어머님, 아버님, 조부모 증조부모님의 선영이 있는 고향이기도 하고, 제가 태어나서 어릴 적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제가 삶을 정리할 때 저 역시도 여기에 묻힐 가능성이 높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지역 유림과 고향 어르신들을 만나 큰절을 올리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 지사는 이어 “과거 군사독재 정권이 영호남을 분할해 지배전략으로 차별을 했을 때 상대적으로 영남이 혜택받았는지 모르지만 이젠 세상도 바뀌고 정치구조로 바뀌어 오히려 영남이 역차별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또 “정말 지역에 도움이 되는 정치인이 누군지 판단해 달라. 억울한 사람도, 지역도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저보다 나은 정치인은 없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디에 속했는지 입은 옷 색깔이 뭐가 중요하냐. 국가와 국민 중심으로 판단해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후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경상북도유교문화회관에서 지지자들의 환영에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뉴스1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후 고향인 경북 안동을 찾아 경상북도유교문화회관에서 지지자들의 환영에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뉴스1

현장에는 200여명가량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이 지사를 환영했다. ‘이재명은 합니다’ ‘대동세상’ 등 팻말과 함께 파란 풍선을 손에 든 채였다. 거리에도 ‘이재명 지사의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안동사람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같은 응원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나부꼈다. 이 지사 지지모임인 민주평화광장 소속으로 구미에서 찾아온 윤영철(56)씨는 “그동안 TK 대통령들이 여럿 나왔음에도 경북 북부는 항상 소외됐다. 지역에서는 이 지사가 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란 기대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지지자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이 TK에서 20% 득표를 못했다. 이 지사가 30% 이상 받으면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 지사는 이어 곧바로 인근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을 찾았다. “이 지사가 이육사의 꼿꼿한 삶을 언급하며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콕 집어 가겠다고 했다”는 게 이 지사 측 설명이다. 이육사 동상에 헌화한 이 지사는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인가 보다”란 구절로 유명한 시(詩) ‘절정(絶頂)’을 한참 동안 읽기도 했다. 방명록에는 “아름다운, 그러나 힘겨운 삶을 기억합니다”라고 썼다.

이어 이육사 시인의 생가를 복원한 육우당(六友堂)에선 권영세 안동시장(민주당 소속) 등 지역 인사들과 차담을 가졌다. 이 지사는 이 자리에서 “(해방 후) 미 점령군과 합작해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지 않나. 깨끗하게 나라가 출발되지 못해서 이육사 시인 같은 경우도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나 예우를 했는지 의문”이라며 “나라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출발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향에 왔다”고 말했다.

1일 안동시내에 걸린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 현수막. 한영익 기자

1일 안동시내에 걸린 이재명 경기지사 지지 현수막. 한영익 기자

이 지사는 이후 비공개 일정으로 인근에 있는 선친의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이 지사의 이날 유림서원 방문과 선친 묘소 참배는 가족사와 관련한 논란을 초반부터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도 읽힌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가족사 논란과 관련 “세월도 10년 지났고 저도 많이 성숙했다. 앞으로 다신 그런 참혹한 일이 안 생길 것”이라며 “국민께서 제 부족한 점에 대해 용서를 바란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지사 측 수도권 의원은 “이 지사는 가족사 논란을 자신의 미숙한 부분이라 여기고 많이 반성하고 있다. 유교의 상징인 유림서원과 선친 묘소를 찾는 것도 그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지사는 이날 안동에서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을 지낸 박병기씨도 만났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한 만큼 이 지사에게는 박씨가 마지막 은사다. 이 지사가 “어릴 때 맨날 고기 잡으러 다니고 자두밭에서 자두 줍다가 혼나고 그런 기억이 난다”며 과거를 회상하자, 박씨는 “학교에서는 이 지사를 크게 혼낸 일이 없는 것 같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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