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컵 카페,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기업도 '플라스틱 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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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컵 카페,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기업도 '플라스틱 빼기'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19:00

업데이트 2021.07.01 20:14

트래쉬버스트즈가 기업들의 사내 카페에 제공하고 있는 다회용 컵. 사용한 컵을 수거해 세척.소독한 뒤 다시 사내 카페에 제공한다. 트래쉬버스터즈

트래쉬버스트즈가 기업들의 사내 카페에 제공하고 있는 다회용 컵. 사용한 컵을 수거해 세척.소독한 뒤 다시 사내 카페에 제공한다. 트래쉬버스터즈

지난달 14일 오후 방문한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 이곳 카페에선 임직원에게 일회용 컵 대신 주황색 다회용 컵을 이용하게 하고 있었다. 사용한 컵을 반납하는 수거함 옆엔 '3408'이란 숫자가 표시돼 있었다. 다회용 컵으로 주문한 음료수만큼 줄인 일회용 컵의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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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사내 카페

KT 사내 카페

다회용 컵을 제공하고 재사용할 수 있게 수거·세척·소독하는 역할은 '트래쉬버스터즈'란 업체가 맡고 있다. 원래 축제·행사 때 다회용기를 제공했던 회사로, 지금까지 1만여 명이 참석한 21개 행사에서 2만개가 넘는 일회용품을 절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행사가 줄자 업체 측은 GS 서울 강남 사옥, CGV 용산점, KT 광화문 사옥 등의 사내 카페에 다회용 컵 렌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참여 기업이 늘면서 업체 직원도 25명으로 늘었다. 이 회사 곽재원 대표는 “일회용 컵과 비슷한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고객 회사는 기업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고 우리는 일자리를 늘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트레이 없앤 김

현대 그린푸드의 사내 카페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컵. 트래쉬버스터즈

현대 그린푸드의 사내 카페에서 사용하는 다회용 컵. 트래쉬버스터즈

이처럼 최근 들어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려 노력하는 국내 기업들의 다양한 실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곧바로 쓰레기가 되는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거나 기존 포장재에 들어있던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상품에서 플라스틱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최근 김 생산업체인 성경식품과 협업해 플라스틱 용기를 없앤 조미 김 상품을 출시했다. 비닐 포장 내 들어가던 플라스틱 트레이(제품 보호 용기)를 뺀 것이다.

동원F&B도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앤 ‘양반김 에코 패키지’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플라스틱 포장재 완전히 없앤 ‘노 플라스틱(No Plastic)’ 선물세트도 확대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마트에서 판매하 중인 플라스틱 용기 없는 조미김. 지난 9일 롯데마트가 성경식품과 협업해 플라스틱 용기를 없앤 조미김 상품을 출시했다. 롯데마트

롯데마트에서 판매하 중인 플라스틱 용기 없는 조미김. 지난 9일 롯데마트가 성경식품과 협업해 플라스틱 용기를 없앤 조미김 상품을 출시했다. 롯데마트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 “쓰레기 처리 비용 줄어”

한때 일회용품 사용이 당연시됐던 장례업계도 다회용기 전환에 노력 중이다. 환경부와 충남도는 지난해 12월 장례업계, 한국소비자원 등과 함께 일회용품 없는 장례문화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충남 공주·서산의료원은 지난 5월부터 다회용 식기를 공급·회수·세척·재공급하는 '일회용품 없는 장례식장 모델'을 시행 중이다. 문상객이 쓴 스테인리스 밥그릇·국그릇·숟가락·젓가락, 다회용 플라스틱 컵·접시를 자활센터에서 세척해서 다시 납품하는 방식이다.

공주의료원 관계자는 "일회용품 구매 비용과 다회용품을 세척·소독하는 비용이 비슷해 상주 측의 불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대개 상을 치르는 동안 200인분의 음식을 대접하는데, 일회용품 비용이 15만원에서 2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의료원 관계자는 "의료원으로선 일회용품 판매에서 얻는 수익이 줄었지만, 장례식장의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쓰레기 처리 비용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SKT·환경부 등 협력해 일회용 컵 없는 제주 만든다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ha:bit eco alliance)'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환경 플랫폼 '해피해빗' 앱을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실적을 기록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해피해빗 앱 이용화면. [연합뉴스, SK텔레콤 제공]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ha:bit eco alliance)'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환경 플랫폼 '해피해빗' 앱을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 줄이기 실적을 기록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은 해피해빗 앱 이용화면. [연합뉴스, SK텔레콤 제공]

'플라스틱 빼기' 캠페인에 직접 참여하거나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SK텔레콤 등은 지난해 11월 대규모 민관 연합체인 '해빗 에코 얼라이언스(ha:bit eco alliance)'의 출범을 지원했다. 환경부·외교부·서울시·수원시·KB금융그룹 등 23개 기관·기업이 함께 커피 전문점에서 텀블러와 개인용 머그잔 사용을 권장하는 '해피 해빗(happy habit)'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SKT는 환경부·제주특별자치도·CJ대한통운 등과 함께 '에코 제주 프로젝트' 협약을 맺고 제주 커피전문점을 중심으로 다회용컵 사용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을지로 SKT 사옥에서 열린 'ha:bit eco alliance(해빗 에코 얼라이언스)' 출범식.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 감소 및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 위한 이 민관 연합체에는 환경부, 외교부, 서울시, 경기 수원시, SKT, KB금융그룹, 태광그룹, 스타벅스코리아, 달콤 등 총 23개 기관 및 기업 관계자가 참여했다. 연합뉴스(SK텔레콤 제공)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을지로 SKT 사옥에서 열린 'ha:bit eco alliance(해빗 에코 얼라이언스)' 출범식.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량 감소 및 환경 보호를 실천하기 위한 이 민관 연합체에는 환경부, 외교부, 서울시, 경기 수원시, SKT, KB금융그룹, 태광그룹, 스타벅스코리아, 달콤 등 총 23개 기관 및 기업 관계자가 참여했다. 연합뉴스(SK텔레콤 제공)

이같은 기업의 움직임 뒤엔 코로나19를 계기로 재고된 시민 의식이 있다. 김병규 연세대 교수(경영)는 저서 ‘플라스틱은 어떻게 브랜드의 무기가 되는가’에서 “플라스틱 문제를 외면하는 기업은 언론과 소비자로부터 큰 비판을 받게 될 것이고,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기업에는 많은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플라스틱 오염 최소화와 재활용에 관심이 큰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기업들이 더욱 늘어갈 것이란 얘기다. 정부의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2030년까지 모든 업종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이 사라지도록 사용금지 업종을 확대해 나가고 재포장과 이중 포장도 엄격히 제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탈(脫)플라스틱을 위한 아이디어나 사례를 이메일(sakehoon@joongang.co.kr)로 보내주세요.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천권필·정종훈·김정연 기자, 왕준열PD, 곽민재 인턴, 장민순 리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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