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차별화 두드러진 이재명의 출마선언 "뉴딜로 경제부흥"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18:53

업데이트 2021.07.01 23:04

여권 지지율 1위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첫 일성은 “강력한 경제부흥 정책을 즉시 시작하겠다”였다. 이 지사는 현재 대한민국 상황을 ‘위기’로 규정하고 “대공황 시대의 뉴딜(New Deal)처럼 대전환의 시대에는 공공이 길을 내고 민간이 투자와 혁신을 감행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 주도로 산업·경제 구조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겠다는 ‘이재명식 뉴딜’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지사가 1일 오전 유튜브 영상을 통해 낭독한 출마 선언문은 정치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됐다. 이 지사는 “정치는 튼튼한 안보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공정한 질서 위에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일궈내야 한다”며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抑強扶弱·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도와줌)의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 세상을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억강부약'이란 단어 하나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히 선언한 셈이다.

그러곤 14분 10초 분량의 출마 영상에서 경제 정책을 축으로 외교·안보, 복지, 부동산 정책, 사회적 대타협 등의 분야를 종합적으로 다뤘다. 각 분야에 걸친 자신의 비전과 지향점을 비교적 명확히 제시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선 “‘정권교체’에만 목소리를 높였던 지난달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차별화에 방점을 둔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날 출마 선언문은 이 지사가 별도의 도움 없이 홀로 작성했다고 한다.

‘경제’ 17차례, ‘성장’ 11차례 언급…尹과 차별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 및 프레스데이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지사는 4000여 자에 달하는 출마 선언문에서 ‘경제’를 모두 17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경제는 민간과 시장의 몫이지만, 대전환시대의 대대적 산업경제구조 재편은 민간기업과 시장만으로는 감당이 어렵다”며 ‘공공 주도 경제부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정책으론 ▲규제 합리화 ▲기초·첨단 과학기술 육성 ▲문화예술 지원 강화 ▲대대적 인프라 확충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 등을 열거했다. 특히 “규제 합리화로 기업의 창의와 혁신이 가능한 자유로운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자신의 정책이 ‘반(反)기업적’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어 “투자 기회를 확대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일자리와 지속적 공정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걸음 늦으면 끌려가지만, 우리가 반걸음만 앞선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날 이 지사가 ‘성장’을 언급한 건 모두 11차례였다.

경제와 성장에 방점을 둔 탓에 결과적으로 이날 이 지사의 출마 선언은 이틀 전 윤 전 총장의 선언문과 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29일 윤 전 총장은 비슷한 분량의 선언문에서 경제는 5차례, 성장은 단 한 차례 언급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 지사가 ‘경제 어젠더’를 야당에 넘겨주지 않기로 작정한 듯하다”고 평했다.

대한민국 위기론…루스벨트 책 읽으며 선언문 준비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경상북도 유교문화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어린이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은 뒤 새끼손가락 걸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1일 오후 경북 안동시 경경상북도 유교문화회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어린이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은 뒤 새끼손가락 걸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이 지사의 출마 선언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은 ‘대한민국 위기론’이다. 이 지사는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삶은 위기를 맞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취약계층이 되어버린 청년세대의 절망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국민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라고 강조했다. 과거 선거에서 ‘국가 위기론’은 야당 후보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이 지사는 여당 후보이면서도 위기론을 앞세워 ‘이재명식 뉴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지사는 출마 선언문을 쓰기에 앞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온 아워 웨이(On Our Way)』를 읽으며 미국 대공황 시기의 뉴딜 정책에 대해 연구했다고 한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보며, 이 지사가 대규모 재정 투자를 통해 경제·산업·사회를 개편하고 미래 먹거리를 만드는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된 슬로건 ‘새로운 대한민국! 이재명은 합니다!’ 역시 뉴딜 정책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이 지사 측은 슬로건으로 ‘대한민국 대전환’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놓고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이재명은 한다’는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의 정책 실행능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 지사는 선언문에서 “누군가의 미래가 궁금하면 그의 과거를 보아야 한다”며 ▲계곡정비 ▲청년배당 ▲극저신용자 대출 ▲재난기본소득 등 경기도·성남시의 정책 사례를 일일이 열거했다. 이를 두고도 "검찰 경험 밖에 없는 윤 전 총장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외교·안보는 文 계승…기본소득은 1번만 언급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을 참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을 참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해 이 지사는 “한반도평화경제체제 수립, 대륙을 여는 북방경제 활성화도 새로운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력한 자주 국방력을 바탕으로 국익 중심 균형외교를 통해 평화 공존과 공동번영의 새 길을 열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주택 소유 목적에 따라 다르게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지사는 “실거주 주택은 더 보호하되, 투기용 주택의 세금과 금융제한을 강화하겠다”며 “적정한 분양주택 공급, 그리고 충분한 기본주택 공급으로 더 이상 집 문제로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자신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에 대해선 “기본소득 도입으로 부족한 소비를 늘려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한 차례 언급하는 데 그쳤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이 거센 걸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이 지사는 “실용적 민생개혁에 집중해서 사회 곳곳에서 작더라도 국민의 삶이 체감적으로 바뀌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역시 중도층을 겨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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