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 최악 전력난 맞은 中…글로벌 공급 병목의 뇌관되나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18:49

지난 4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위치한 한 패션기업 공장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4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위치한 한 패션기업 공장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중국과 세계 경제에 원투 펀치가 날아왔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 1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전력난이다. 광둥성 등 중국의 주요 산업단지에서는 전력 배급제로 하루하루를 연명할 정도다. 중국의 전력난이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광둥성 “일주일에 공장 4일만 돌려라”

지난 6월 22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옌톈항의 모습.[AFP=연합뉴스]

지난 6월 22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옌톈항의 모습.[AFP=연합뉴스]

중국에서 전력난이 극심한 곳은 남부 지역이다. 미 CNN 방송은 “광둥성뿐만 아니라 윈난성, 광시성, 저장성 등 최소 9개의 성에서 배급제를 비롯한 전력 규제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이들 지역의 면적은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을 합친 것만큼이 된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이처럼 전방위적인 전력 제한 조치가 이뤄진 건 10년 만이다. CNN은 “중국은 17개 성의 전력 사용을 제한했던 2011년 이후 가장 심각한 에너지 부족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중국 전체 무역의 25%를 담당하는 광둥성의 전력난이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지난 5월 중순부터 광둥성 성도 광저우와 선전, 주하이, 둥관 등 17개 도시에 전력 소비 제한 조치가 발령됐다.

광둥성에는 통신업체 화웨이, 가전업체 메이디와 TCL, 전기차 업체 비야디, 애플 부품 공급사인 입신정밀, 파운드리 업체 중신궈지(SMIC) 등 중국 주요 업체의 본사와 생산기지가 몰려있다.

광둥성 정부는 성내 기업에 전력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올해 말까지 오후 피크타임에 공장 가동을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 전력 배급제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일주일에 며칠씩 의무적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차이신은 “둥관에선 공장을 1주일에 4일만 돌리고 3일은 닫으라는 지침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이상 고온으로 전력수요 느는데 석탄은 품귀

지난 2016년 중국 안휘성의 한 석탄 채굴장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016년 중국 안휘성의 한 석탄 채굴장의 모습.[AP=연합뉴스]

전력난의 원인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다. 올해 초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중국 내 공장 가동 수요가 늘었다. 이런 가운데 5월부터 광둥성 등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며 냉방기구 사용도 크게 늘었다. 올여름 중국에 폭염이 예고되며 전력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기현 SK증권 연구원은 “5월 광둥성의 전력 부하량이 지난해 월간 기록을 모두 추월했다”며 “향후 2~3개월간 고온으로 인한 냉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 석탄 가격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석탄 가격 변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급증하는 수요에도 공급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기준 중국 전력 생산에서 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다. 가뭄이 이어지며 생산량이 줄어든 수력발전(16%)과 원자력 발전(2%)과 비교해도 절대적이다.

문제는 화력발전의 주원료인 석탄 가격이 치솟으며 전력 공급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초 중국의 석탄 가격은 t당 878위안(약 15만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70% 급등했다.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시진핑 탄소제로 방침 악재 겹쳐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석탄 수입 환경도 악화했다. 2019년까지 중국 석탄 수입량의 60%가량을 공급했던 호주와의 갈등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을 국제조사하자는 호주의 제안에 반발해 지난해 호주산 석탄 수입을 금지했다. CNN은 “중국은 호주산 석탄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산 석탄 수입을 늘렸지만, 차이를 메우지 못했다”고 전했다.

국내 생산을 늘리기도 만만치 않다. 206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계획 때문이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최근 대형 탄광의 작업을 중단시켰다. 야오페이 중국 수초증권 수석전략가는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인 중국의 야심 찬 목표가 자국 내 석탄 감산을 초래해 석탄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중국 전력원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국 전력원 비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전력난에 활력 떨어지는 중국경제…글로벌 공급망 위기  

지난 5월 중국 장쑤성 난퉁시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5월 중국 장쑤성 난퉁시의 한 공장에서 직원이 작업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전력난은 중국 경제와 세계 경제에 등장한 또 다른 악재다. 중국의 생산 활동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중국 전력의 약 70%가 건설과 제조업 분야에 쓰인 것을 감안하면 우려는 커진다.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9로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전력난이 제조업 동향을 위축되게 한 배경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문제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 부진은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을 악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CNN은 “중국의 전력난은 중국과 세계 경제에 원투펀치를 날리는 셈”이라며 “간신히 회복하던 중국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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