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불임 결정"…브리트니 폭탄발언이 깨운 美흑역사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18:32

업데이트 2021.07.01 20:06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후견인인 아버지가 체내 피임기구를 제거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후견인인 아버지가 체내 피임기구를 제거하는 것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팝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40)가 재판부에 털어놓은 이야기는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고등법원이 연 재판에서 스피어스는 “법정 후견인인 아버지 때문에 13년째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며 후견인 지위를 박탈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그의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며 “노예가 아닌, 내 삶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아메리칸 스윗 하트’로 꼽히며 2000년대 세계적인 인기를 끈 슈퍼스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피임 못 풀게 해” vs “법원이 조사해달라”  

브리트니의 아버지인 제이미 스피어스(왼쪽)은 법원에 "브리트니의 주장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AP=연합뉴스

브리트니의 아버지인 제이미 스피어스(왼쪽)은 법원에 "브리트니의 주장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했다. AP=연합뉴스

스피어스가 화상으로 약 20분 동안 쏟아낸 발언 중 특히 화제가 된 건 피임 시술 이야기였다. CNN 등에 따르면, 스피어스는 “체내 IUD(자궁강에 장착해 수정란의 착상을 막는 피임기구)를 제거하고 셋째를 갖고 싶었지만, 후견인 측에서 막았다”고 주장했다. 2006년 이혼한 전 남편 케빈 페더라인 사이에 두 아들을 둔 스피어스는 현 남자친구와 결혼해 아기를 갖고 싶다고 했다.

이외에도 스피어스는 정신질환 치료제인 리튬을 강제로 복용해야 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강력한 리튬 때문에 늘 취한 것 같은 상태였다”며 “이를 복용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지만, 부모는 간호사를 집으로 보내 나를 감시하게 했다”고 말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발언 이후 '브리트니를 자유롭게(Free Britney)'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EPA=연합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발언 이후 '브리트니를 자유롭게(Free Britney)'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EPA=연합뉴스

논란이 벌어진 지 약 일주일 만에 아버지도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CNN은 “브리트니의 아버지 제이미가 ‘법정에서 제기된 주장들을 조사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제이미는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치가 취해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후견인 지정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서 번진 ‘강제 피임·불임’ 논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발언은 미국에서 법으로 강제 피임·불임 시술을 규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AP=연합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발언은 미국에서 법으로 강제 피임·불임 시술을 규정할 수 있는 지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AP=연합뉴스

브리트니의 폭탄 발언은 미국에서 해묵은 논란 중 하나인 ‘강제 피임·불임 시술’ 문제로까지 번졌다.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법원은 강제 피임·불임을 용인해온 어두운 역사를 갖고 있지만, 최근의 법과 판결은 그것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는 추세”라며 “스피어스의 주장은 후견법과 생식권 분야의 전문가를 깊이 뒤흔들었다”고 조명했다.

NYT에 따르면, 20세기 초만 해도 미국 대법원은 국가의 강제 불임 결정을 관행처럼 받아들였다. 특히 가난하고, 유색인종인, 여성 수감자들에게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1940년대부터 강제 불임이 비인간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법원은 이를 묵인했다. 70년대 말까지 대부분의 주에서 강제 불임 시술 관련 법이 폐지되고 나서도, 구치소에 구금된 이민자 여성을 중심으로 의혹은 계속 제기됐다. 캘리포니아주는 2014년이 돼서야 동의 없는 시술을 공식적으로 금지했다.

문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경우처럼 후견인 제도와 관련해 피임·불임 시술을 규정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NYT는 신탁 전문가들을 인용해 “부모인 후견인이 법원에 피임 시술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 소수의 사건은 대부분 아기가 생기는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중증 장애 아동과 관련이 있다”며 “스피어스 사건이 얼마나 특이 케이스인지 보여준다”고 전했다. 앞으로 스피어스의 후견인 지위 박탈 재판이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되는 이유다.

아메리칸 스윗 하트의 시련

브리트니 스피어스(왼쪽)는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교제한 뒤 언론으로부터 성희롱적인 질문을 듣거나 집요한 파파라치를 당해야했다. AFP=연합뉴스

브리트니 스피어스(왼쪽)는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교제한 뒤 언론으로부터 성희롱적인 질문을 듣거나 집요한 파파라치를 당해야했다. AFP=연합뉴스

11세에 데뷔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베이비 원 모어 타임(Baby One More Time)’ ‘웁스 아이 디드 잇 어게인(Oops! I Did It Again)’ ‘톡식(Toxic)’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며 2000년대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팝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인기가 높아진 만큼 파파라치와 각종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교제한 뒤 언론의 성적 대상화와 괴롭힘은 더 심해졌다.

브리트니의 사생활을 다룬 타블로이드지. 중앙포토

브리트니의 사생활을 다룬 타블로이드지. 중앙포토

20대에 들어선 스피어스의 삶은 위태로웠다. 이혼 뒤 음주, 약물 중독, 곡예 운전 등으로 논란에 중심에 섰다. 결국 법원은 2008년 스피어스의 아버지를 후견인으로 지정했고, 스피어스는 재산과 일을 비롯해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후견인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었다. 이는 최근 다큐멘터리 ‘브리트니를 프레임에 가두다(Framing Britney)’를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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