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괴롭히면 머리 깨질 것" 시진핑 '중화 패권' 선언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18:03

업데이트 2021.07.01 21:23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회색 마오복 차림의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회색 마오복 차림의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이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68)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는 1일 ‘중화 패권’을 전세계에 선언했다.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연단에 올라 7만 인파를 향해 '중화민족의 시대'를 천명했다.

공산당 100주년서 53차례 ‘중화’ 외쳐
“중화민족 부흥" 차이나 퍼스트 선포
바이든 미국 향해 정면 대결 예고

시 주석은 “누구라도 중국을 속이거나 압박하거나 노예로 삼겠다는 망상을 품는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화 민족은 일어서고, 부유해지고, 강대해지는 위대한 비상을 맞이했다”며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되돌릴 수 없는 역사의 여정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1시간 5분에 걸친 연설의 키워드는 ‘중화’였다. 총 53차례나 언급했다. 시 주석이 세계를 향해 내놓은 말은 “중화 민족이 남에게 유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었다.

그의 표현은 이처럼 강렬했다. 과거 베이징에서 주변국 사절을 불러 ‘천상천하 중화 유일’을 알리던 시절을 방불케 하는 '차이나 퍼스트' 선포였다.

손인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공의 영웅적 서사(narrative)를 통해 중국식 당·국가 체제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강조했다”며 “글로벌 차원의 체제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 것을 대내외에 천명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미국을 향해서도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그는 “중국 인민은 구세계를 파괴하는 데 능숙하고,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데 능숙하다”며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앞세워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를 겨냥한 발언이다.

시 주석은 이날 천안문에 걸린 마오쩌둥(毛澤東) 초상화와 똑같은 연회색 마오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시 주석은 “중화 민족의 혈액에는 남을 침략하고 패권을 칭하는 유전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중공은 어떤 이익 집단, 어떤 권력 단체, 어떤 특권 계층의 이익도 대표하지 않는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국에 도전하는 자는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 임을 공언한 것이다.

시 주석은 “인류 문명의 모든 유익한 성과는 적극적으로 배우고, 모든 유익한 건의와 선의의 비평을 환영한다”면서도 “‘선생’처럼 기고만장한 설교는 절대 듣지 않겠다”며 신장(新疆)·홍콩 등 인권 압박은 중국에 통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이 끝나자 천안문 광장에 오색 풍선이 날아오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이 끝나자 천안문 광장에 오색 풍선이 날아오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대만 통일도 강조했다. 그는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공 초지일관의 역사 임무이자, 전체 중화 자녀의 공통 바램”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지난해 19기 5중 전회에서 결정한 “2027년 건군 100년 분투 목표”가 대만 통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천안문 광장에는 4개의 ‘100’을 등장시켜 창당 100년을 축하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전했다. 광장 동서로 각각 50개, 총 100개의 홍기가 펄럭였다. 사회를 본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행사 시작을 선포하자 천안문 광장 위로 최신예 즈(直)-10, 즈-19 헬기 29대가 숫자 100자 편대를 이뤄 천안문 상공을 비행했다. 이와 동시에 56문의 대포가 100발의 축포를 터뜨렸다. 마오쩌둥의 시신이 안치된 마오주석기념당에서 출발한 국기의장대는 정확히 100걸음에 맞춰 게양대까지 행진했다.

당내 통합도 과시했다. 행사 내내 시진핑 주석 옆으로 후진타오(胡錦濤·79) 전 주석이 자리했고 건강 악화설로 불참한 장쩌민(江澤民·95) 전 주석을 위해 옆 좌석을 비우는 예우를 표시했다. 원로 불화설을 일축한 대목이다.

“세계 인민 대단결 만세”라는 표어가 선명한 천안문에서 ‘인터내셔널가’가 울려 퍼진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세계 공산당 찬가인 인터내셔널가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공개행사에서는 금기시됐다. 시 주석은 “백 년 분투 여정 속에서 중공은 시종 통일전선을 중요한 위치에 놓았다”며 “애국 통일전선은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할 가장 중요한 ‘마법의 무기(法寶·법보)’”라고 강조했다.

손인주 교수는 “미국발 자유민주주의 동맹에 대항해 이른바 ‘세계 인민전선’을  추구하겠다는 제스처”라며 “중화권뿐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 친(親)중공 연대 추구를 시사했다”고 풀이했다.

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CCTV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산당 100주년 축전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중국 관영 CCTV]

1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CCTV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산당 100주년 축전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중국 관영 CCTV][중국 관영 CCTV]

중공의 통일전선전술 발표에 앞서 러시아는 사흘 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의 화상 정상회담으로 화답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중국과의 동행을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총비서 명의의 축전에서 “적대 세력들의 악랄한 비방 중상과 전면적인 압박은 단말마적인 발악에 불과하다”며 “조(북)·중 두 나라는 전투적 우의와 혈연적 유대의 위력으로 부닥치는 난관과 애로를 과감히 헤칠 것”이라며 유대를 과시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축전을 보냈다. 이날 오후 중국 관영 CCTV는 “국제 사회가 중국 공산당 성립 100주년을 열렬히 축하했다”며 김 위원장을 비롯해 송 대표가 축전을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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