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없이 만나자는 韓·美·日 밀어내고 中 밀착…北 ‘신냉전 촉진자’?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17:49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기념 축전과 꽃바구니를 보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기념 축전과 꽃바구니를 보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축전과 꽃바구니를 보내며 북·중 간 공고한 관계를 과시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축전을 통해 북·중 관계를 “생사고락을 같이한 진정한 동지이자 전우”라고 표현했고, 미·중 패권경쟁을 의식한 듯 “적대세력의 비방은 단말마적 발악”이라며 중국 편들기에 나섰다.

이는 일단 만나서 이야기부터 해보자며 손을 뻗는 한·미·일을 멀리 하는 것과 대조적 모양새다. 북한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조건 없는 대화 제안을 “꿈보다 해몽”(지난달 22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 “무의미한 접촉”(지난달 23일, 이선권 북한 외무상 담화) 등으로 규정하는가 하면, 일본을 “아시아판 나치 범죄국가”(지난달 30일 ‘우리민족끼리’ 논평)라고 비판했다. 북한이 ‘한·미·일 vs 북·중·러’ 신냉전 구도를 촉진하며 역으로 전략적 공간을 넓히려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때리기' 열 올리는 北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그간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수차례에 걸쳐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는 완전무결하게 해결됐다"며 대화에 임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그간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수차례에 걸쳐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는 완전무결하게 해결됐다"며 대화에 임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특히 일본에 대해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달 30일 논평에서 코로나19 위기 속 도쿄올림픽 강행을 문제 삼았다. “올림픽마저 불순한 정치적 야망 실현에 악용하려 든다”면서다. 이튿날인 1일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일본의 포경업 실태와 관련 “인류의 규탄을 받아 마땅한 야만국이며 눈앞의 좀스러운 이익을 위해서는 그 무엇도 서슴지 않는 위험한 나라”라고 비판했다.

북·일 간 오랜 현안인 일본인 납치자 문제 역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수차례에 걸쳐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 북한과의 협의 의사를 밝혔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북한은 “일본인 납치 문제는 완전무결하게 해결됐다”는 입장만을 강조하며 선을 긋고 있다. 게다가 일본이 북한과 직접 접촉·대화하는 창구로 활용했던 외교무대인 ‘울란바토르 대화’마저 코로나19 여파로 2년 연속 개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달 27일 “올해 울란바토르 대화가 무산되면 북한과의 대화 통로가 막힌 일본 정부 입장에선 큰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방역위기·경제난 가중에 中 쏠림현상 

사진은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지난 5월 공개한 화보. 2018년 3월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원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뉴스1]

사진은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지난 5월 공개한 화보. 2018년 3월 방중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양원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를 나누는 모습, [뉴스1]

북한이 이처럼 한·미·일을 멀리하고 중국과 밀착하는 것은 미국과의 대결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고 계속된 경제난 타개를 위한 지렛대로 중국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백신 확보는 당면한 현안 중 하나다. 중국 역시 지난달 29일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방역 중대사건’과 관련 “필요하다면 중국은 북한을 돕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라며 도움의 손길을 뻗은 상태다.

북한 입장에선 경제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 역시 대중 협력 외엔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 유지를 대북정책의 핵심 원칙으로 강조하는 상황에서, 제재 위반의 위험성을 무릅쓰면서까지 각종 대북지원에 나설 수 있는 국가는 중국 외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한국 정부 역시 인도적 지원을 명목으로 갖가지 대북 지원 사업을 설계해 왔지만, 북한의 거부로 현재 제대로 된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인도적 지원이 아니라 경제난 극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 경제협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대북 제재 원칙이 살아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이를 훼손하면서까지 노골적인 대북 지원은 할 수 없겠지만 현재 이뤄지는 식량·에너지 지원만 해도 북한 입장에선 가뭄의 단비처럼 느낄 것”이라며 “특히 미·중 패권 경쟁이 가열될수록 북한이 중국과 밀착하는 것은 대미 협상력을 올릴 수 있는 카드란 점에서 앞으로도 북한은 중국과 보조를 맞춰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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