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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아마존도 그는 피하고 싶다, 반독점 선봉장 32세 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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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지난 4월 21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지난 4월 21일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32세 '아마존 저격수', 반독점 선봉장 만큼은 피하고 싶다.

아마존이 기피 신청한 FTC위원장 #반독점 선봉장 리나 칸은 누구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반독점 소송에 대비하는 속셈이 이렇게 드러났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마존 저격수'로 알려진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대해 아마존 측이 기피신청을 했다고 보도했다. FTC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기관으로 독점을 규제하고 공정거래를 촉진하기 위해 설치된 미 대통령 직속의 독립 행정 기관이다.

아마존은 25페이지 분량의 신청서에서 "칸 위원장의 아마존에 대한 오랜 기록과 반(反)독점법을 위반했다는 반복적인 주장을 고려했을 때, 그가 아마존과 관련한 사안을 열린 마음으로 검토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FTC는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위원이 반독점법 위반을 여부를 검토하는데, 여기에서 칸 위원장을 제외해달라는 요구다.

아마존의 기피신청은 FTC와 아마존 모두에게 중요한 시기에 나왔다. 아마존은 최근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 MGM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FTC가 이번 인수에 대한 검토권을 확보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거래위원회(FTC) 빌딩의 모습.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32세의 반독점 전문가 리나 칸을 FT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AFP=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연방거래위원회(FTC) 빌딩의 모습.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32세의 반독점 전문가 리나 칸을 FT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AFP=연합뉴스]

미 행정부에서 반독점법 관할권은 법무부와 FTC 등 2개 부처가 가지고 있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칸 위원장이 이끄는 FTC가 훨씬 부담스러운 상대라고 WSJ은 설명했다.

아마존 측이 콕 집어 문제 삼은 리나 칸 위원장은 아마존과 같은 빅 테크 기업의 독점 문제에 대한 비판을 주도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1989년생인 칸은 불과 32세 나이에 FTC 역사상 최연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기업 독점에 대한 그의 관심은 2011년에 합류한 반독점 싱크탱크에서 시작됐다. 초기에 맡은 프로젝트 중 하나가 아마존이 점차 장악하고 있던 책 시장의 역사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프로젝트가 빅 테크와 기업 독점 분야의 주요 비평가로 자리를 잡은 그의 연구성과에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다 예일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2017년에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반독점 분야에서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그는 논문에서 아마존의 저가 공세가 소비자에게 주는 편익은 높이지만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몰아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반독점법이 아마존 같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폐해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대표적인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의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칸 위원장은 워싱턴에서도 16개월간 미 하원 독점금지위원회 핵심 고문으로 활약하며 실리콘 밸리 권력 전반에 대해 조사했다. 그는 당시 작성한 449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빅 테크 기업이 미래 경쟁자인 신생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권고한 바 있다.

미 상원은 지난달 15일 찬성 69표, 반대 28표로 리나 칸의 FTC 위원 임명을 인준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명씩 양분된 상원 구성을 고려하면 초당적인 지지를 얻었다는 평가다.

인준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리나 칸을 FTC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그의 임명은 바이든 정부의 빅 테크 기업 확장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CNBC는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경제위원회의 대통령 기술·경쟁정책 특별보좌관으로 빅 테크 기업에 비판적인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를 임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미 연방정부와 주(州)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움직임에 빅 테크 기업들 역시 잇따라 반격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은 지난달 28일 FTC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승리하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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