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건 행운" 미투 피해자 돕던 서울대 교수 '불법 꿍꿍이'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16:25

업데이트 2021.07.01 16:41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

학내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를 돕던 명문대 교수가 최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그는 피해 학생을 돕는 과정에서 가해 교수의 이메일을 무단 열람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미투 피해 학생돕던 교수 기소의견으로 송치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달 14일 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서울대 A교수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A교수는 지난 2019년에 서울대에서 발생한 미투 사건 당시 자신의 제자인 C강사와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같은 과 교수의 이메일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공유한 혐의로 지난해 6월 입건됐다.

과 지도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학내에 신고하고 대자보로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A교수와 C강사는 조력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당시 이들의 조력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지난해 11월 서울대는 자체 조사를 통해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위를 했다”며 A교수에 대한 중징계를 대학 총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미투 공론화 위해 제자와 공모해 불법

조사에 따르면 피해자가 서울대 인권센터에 성추행 신고서를 접수하자 C강사는 가해 교수의 이메일 계정과 비밀번호를 해킹했다. C강사는 해당 교수의 이메일을 수백 차례 무단으로 열람하면서 학교 측에 제출한 진술서 등을 빼돌려 A교수와 공유했다. A교수는 C강사에게 특정 내용이 담긴 메일을 찾아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러한 과정에서 A교수가 C강사와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봤다. 방배서 측은 “피고소인은 이메일을 권한 없이 열람하고 누설한 행위와 관련해 C강사와 공모한 후 실제 행위자인 C강사를 이용했다”며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형사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기소된 C강사는 지난 4월 정보통신망침해 등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검찰 송치, 징계는 끝나 교수 학교 복귀

한편 A교수는 이메일 무단열람과 함께 미투를 이용한 부적절한 행위로 인해 지난 3월 서울대 징계위에 회부돼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A교수와 C강사는 모바일 메신저의 단체대화방에서 성추행 가해 교수가 파면될 것을 염두에 두고 공석이 될 과 정교수 자리의 후임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OOO(성추행 피해자)의 일도 하늘이 내린 우리의 행운!!” “정말 고맙고 용감한 아이야” 등의 부적절한 대화를 주고 받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지난달 16일 정직 3개월의 징계가 종료된 A교수는 학교에 복귀해 2학기 강의 개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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