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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중에 7만명 모인 中천안문···붉은천 맨 수천명 "충성" 北 방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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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는 1949년 마오쩌둥이 신중국 성립을 선포한 천안문 광장에서 시민 7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중국신문망 캡쳐]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는 1949년 마오쩌둥이 신중국 성립을 선포한 천안문 광장에서 시민 7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중국신문망 캡쳐]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는 1949년 마오쩌둥이 신중국 성립을 선포한 천안문 광장에서 시민 7만 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됐다. 1951년 선농단 체육관에서 열린 30주년 기념식에 4만 명이 운집한 이래 최대 인파였다. 코로나19로 인해 대중 집회를 극단적으로 통제해 왔던 중국 당국이 이날 7만 명이 운집한 초대형 행사를 준비한 건 중국 내부와 국제사회를 향해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과시이기도 했다.

7만 인파 연호 내려다본 시진핑 #21세기 중화 '황제' 출범식 같았다 # 천안문 광장 운집...51년 이후 최대 인파 # 시 주석만 마오쩌둥과 같은 ‘중산복’ 차림 # “중국 건드리면 피 흘릴 것” 강경 발언 # 청년들 '충성 맹세' 복창, 광장에 쩌렁쩌렁

광장 중앙 인민영웅 기념비부터 천안문 망루까지 펼쳐진 창당 행사장은 배의 모습을 본땄다. '돛대'를 상징하는 영웅기념비를 기점으로 시민들은 반원 모양으로 둘러 앉았고, 천안문 망루가 조타수의 위치로 형상화됐다. 세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창당 100주년 행사장은 돛대를 상징하는 기념비를 기점으로 시민들은 반원 모양으로 둘러 앉으며 배의 모양을 형상화했다. [CCTV 캡쳐]

창당 100주년 행사장은 돛대를 상징하는 기념비를 기점으로 시민들은 반원 모양으로 둘러 앉으며 배의 모양을 형상화했다. [CCTV 캡쳐]

수만 명의 시민들은 행사 시작 3시간 전인 새벽 5시부터 창안(長安)대로를 통해 입장했다. 전날부터 허가된 인원 외에 천안문 인근 출입은 전면 통제된 상태였다. 국내외 취재진은 전날 밤 11시 사전 집결한 뒤 들어갈 수 있었다.

오전 8시, 시진핑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이 천안문 망루에 올라섰다. 장쩌민 전 주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리커창 총리,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전 총리 등 전현직 수뇌부가 총집결한 자리였다. 눈길을 끈 건 시진핑 주석의 복장. 모두 검정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하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시 주석만이 중산복(중국 정치가 쑨원이 고안한 중국 의복)을 입고 있었다.

시진핑 주석이 전현직 수뇌부 가운데 유일하게 중산복을 입고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시 주석의 오른쪽에 후진타오 전 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중국신문망 캡쳐]

시진핑 주석이 전현직 수뇌부 가운데 유일하게 중산복을 입고 행사에 입장하고 있다. 시 주석의 오른쪽에 후진타오 전 주석이 입장하고 있다. [중국신문망 캡쳐]

이로서 망루에 선 시진핑 주석과 천안문 가운데 걸린 마오쩌둥 전 주석이 같은 중산복을 입고 있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 장면은 관영 CCTV와 신화통신을 비롯, 중국 전 매체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랐다는 인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내년 10월 20차 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번째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이미 지난 2018년 당헌 개정을 통해 3선 연임 제한을 철폐한 상태다. 완어샹(萬鄂湘) 국가혁명위원회 중앙위원회 위원장은 축사에서 “시진핑 동지를 중심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뤄냈다”고 칭송했다.

흰색 상의에 빨간 스카프를 두른 중국 청년들이 ”우리는 당에 충성을 맹세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중국신문망 캡쳐]

흰색 상의에 빨간 스카프를 두른 중국 청년들이 ”우리는 당에 충성을 맹세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중국신문망 캡쳐]

북한을 방불케 하는 중국 청년들의 충성 맹세도 이어졌다. 흰색 상의에 빨간 스카프를 두른 10~20대가 “우리는 당에 충성을 맹세했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4명의 남녀가 선창하면 뒤에 도열한 수천 명이 복창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의 연호에 광장이 쩌렁쩌렁 울렸다. 인형같은 표정과 일사분란한 제스처, 다소 과장된 어조로 “조국이 필요한 곳에 가겠다. 중국을 통일하고 부흥시키자”고 외치는 모습은 2021년 현대 중국의 모습이 아닌 1970년대 ‘홍위병’을 연상시켰다. 21세기 중국에서 황제의 출범식을 연상케하는 장면이었다.

시진핑 주석은 1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릴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장성 앞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CCTV 캡쳐]

시진핑 주석은 1일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100주년 기념 연설에서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릴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장성 앞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CCTV 캡쳐]

하이라이트였던 시 주석의 연설. 시 주석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어떤 외세도 우리를 괴롭히고 억압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누구라도 중국을 건드릴 망상을 한다면 14억 중국 인민이 피와 살로 쌓아 올린 강철 장성 앞에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릴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시 주석의 이 발언이 끝나기도 전에 박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박수 소리에 시 주석은 더 큰 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에 대한 정면 대결 선포였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순간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천안문 가운데 걸린 마오쩌둥 전 주석의 초상화. 시진핑 주석이 같은 중산복을 입고 창당 10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CCTV 캡쳐]

천안문 가운데 걸린 마오쩌둥 전 주석의 초상화. 시진핑 주석이 같은 중산복을 입고 창당 10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CCTV 캡쳐]

이날 행사에선 열병식 대신 중국이 개발한 최초의 4세대 스텔스 전투기 J-20이 승리를 상징하는 ‘V’자 모양을 그리며 천안문 상공을 가로질렀고 J-10 전투기 편대가 ‘71’(7월1일)자 모양으로 비행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헬리콥터 편대는 ‘100’(100년)자 모양을 이루며 하늘을 날았다.

중국 J-10 전투기 편대가 ‘71’(7월1일)자 모양으로 천안문 상공을 비행했다. [중국신문망 캡쳐]

중국 J-10 전투기 편대가 ‘71’(7월1일)자 모양으로 천안문 상공을 비행했다. [중국신문망 캡쳐]

행사 전부터 철저한 보안 조치도 화제였다. 천안문 주변 반경 5㎞ 이상 출입이 봉쇄됐고 지하철 역, 주요 건물 입구마다 공안이 배치됐다. 행사장에는 중국 백신을 지난달 15일 전까지 접종한 사람만 출입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천안문 광장에서 3㎞ 가량 떨어진 허핑먼(和平門)시장에서는 행사 당일 화기 사용을 자제하라며 식권까지 발급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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