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사는 자식 있어도···소득 92만원 안 넘으면 생계비 받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11:56

업데이트 2021.07.01 13:34

10월부터 기초수급자 생계비 대상자를 선정할 때 자녀의 부양능력을 따지지 않게 된다. 중앙포토

10월부터 기초수급자 생계비 대상자를 선정할 때 자녀의 부양능력을 따지지 않게 된다. 중앙포토

오는 10월부터 잘 사는 자녀가 있어도 부모가 기초수급자가 돼 생계비를 받게 된다. 석 달 간 전국 5만 가구가 476억원의 혜택을 보게 된다. 올해 1월 부모 가구에 노인이 있으면 자녀의 부양 능력을 따지지 않은 데 이어 이번에는 64세 이하 부모에게도 확대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일 당정이 확정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런 내용의 예산을 포함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런 정책을 내년 1월 시행하기로 했는데, 이번에 석 달 앞당겨 시행한다.

기초수급자에게는 '4대 급여'가 돌아간다. 주거·교육·의료·생계 비용 지원이다. 당사자의 소득과 재산이 기준에 부합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부양의무자의 능력을 따진다. 소위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주거급여와 교육급여는 이미 이 기준이 폐지됐고, 이번에 생계급여를 앞당겨 폐지한다. 의료급여는 지금처럼 유지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극빈층 고령자의 빈곤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소득과 재산이 제법 갖춘 자녀가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는데도 부모가 생계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자녀 가구가 교육비·주거비 등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부모를 의무적으로 부양하라는 식으로 제도가 강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으로 부부 가구라면 자녀의 부양능력과 관계없이 소득인정액(재산의 소득환산액 포함)이 92만6420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생계비를 매달 받는다. 소득인정액이 60만원이라면 약 32만원을 받게 된다.

이미 기초수급자에 포함돼 생계비를 받던 사람의 생계비가 올라간다. 자녀의 부양능력을 따져서 일정액을 부모에게 부양하는 것으로 간주해(간주 부양비) 이만큼 빼고 생계비를 지급해왔다. 앞으로 이런 감액이 없어져 생계비가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이번에 5만 가구가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에 국비만 476억원(지방비 86억원 별도)이 들어간다. 다만 자녀 가구의 연간 소득이 1억원이 넘거나 재산이 9억원(공시가격 기준) 넘으면 지금처럼 부양의무자 기준을 따지게 된다. 고소득·고재산 자녀는 여전히 부모를 부양하라는 뜻이다.

생계비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2000년 기초생활 보장제도를 시행한지 21년 만이다. 자녀의 부모 부양 의식이 점점 엷어지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나 사회가 부양해야 한다는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자녀 때문에 국가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부모를 보호하려는 취지도 있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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