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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 “배터리 사업 분할 검토 중…수주 잔고 세계 TOP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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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에서 ‘파이낸셜 스토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SK이노베이션]

1962년 국내 최초 정유기업으로 출범한 SK이노베이션이 회사의 정체성을 탄소 중심에서 ‘그린’ 중심으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E&P) 사업 부문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배터리 사업 분할 소식에 주가는 8.8% 하락

SK이노베이션은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김준 총괄사장, 김종훈 이사회 의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2017년과 2019년 이후 세 번째로 열린 이번 스토리 데이에서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산업인 배터리 부문에 기반해 그린 사업을 새 성장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수주 잔고, 글로벌 TOP3 

이 자리에서 SK이노베이션은 현재 배터리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이라고 공개했다. 이는 2017년 5월 잔고와 비교해 약 17배 늘어난 것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30조원 이상 규모다. 전 세계 배터리 기업 가운데 수주 잔고가 1테라와트 이상인 곳은 SK를 포함해 모두 3개사다.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는 “내년 말에는 (수주뿐만 아니라) 월 판매량에서도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현재 40GWh 수준인 생산 규모도 2023년 85GWh, 2025년 200GWh로 커져 2030년에는 500GWh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세전 영업이익(EBITDA) 기준으로 올해 흑자를 달성한 뒤 2023년 1조원, 2025년 2조5000억원으로 이익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리튬이온전지분리막(LiBS) 사업 자회사인 SKIET 상장을 계기로 현재 14억㎡인 분리막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로 키우고 2025년에는 40억㎡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비즈니스 모델 강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폐배터리에서 수산화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자체 개발해 관련 특허 54건을 출원한 상태다. 이를 활용하면 리튬 채굴 시 발생하는 탄소를 40~70% 줄일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국내외 상업생산을 시작해 2025년 연간 30GWh 규모 배터리를 재활용하고 이를 통해 약 3000억원의 EBITDA를 창출할 계획이다.

석유화학 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리사이클 기반의 화학 사업 회사로 전환하고 폐플라스틱으로 다시 석유를 만드는 ‘도시 유전’ 사업 모델을 도입하기로 했다. 김준 총괄사장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전략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화석연료 사용에 대한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것”이라며 “SK종합화학이 생산하는 플라스틱 100%에 해당하는 물량을 재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은 “연간 25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등 재활용 가능 친환경 제품 비중을 100%까지 확대하겠다"며 “2025년까지 그린 사업으로만 EBITDA 기준 6000억원 이상을 창출하는 등 전체 1조1000억원 규모 사업에서 친환경 사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사업 분할 검토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집중하고 친환경 사업 영역에서의 연구·개발(R&D)과 신사업 개발,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가 최고경영자에 대한 평가와 보상, 승계 등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확보하고,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ESG 전략 방향성을 직접 검토하기로 했다. 김 총괄사장은 “그린 중심 성장을 위해 2025년까지 총 30조원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현재 30% 수준인 친환경 사업 자산 비중을 7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사업부 형태인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에 대해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총괄사장은 “아직 결정된 부분은 없지만 배터리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의 분할을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 주가는 8.8% 하락  

배터리 사업 분할 계획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주식 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날보다 2만6000원(8.8%) 내린 26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석유화학 시황 강세와 배터리 적자 축소 기대감으로 11% 상승했지만 이날 하루동안 지난 한달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증권가는 SK이노베이션이 물적 분할 형식으로 사업부를 분할해 IPO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부문을 100% 자회사로 두게 돼 일반주주들은 SK이노베이션을 통해 배터리 자회사를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방식이 된다. LG화학 역시 배터리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방식으로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분할 방식은 결정된 것이 없다”며 “기관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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