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김서형 “성 소수자 이야기 부담감? 내겐 하고 싶던 멜로”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11:14

지난달 29일 서울 신사동에서 드라마 ‘마인’ 종영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서형. [사진 키이스트]

지난달 29일 서울 신사동에서 드라마 ‘마인’ 종영 인터뷰를 진행한 배우 김서형. [사진 키이스트]

“멜로를 하고 싶었고,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배우 김서형(48)이 tvN 드라마 ‘마인’을 선택한 이유는 의외로 간결했다. 그가 맡은 재벌가 효원그룹의 첫째 며느리 정서현 역은 후계자 선정을 둘러싼 치열한 권력 다툼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었지만 그보다는 ‘사랑’이 중요했단 얘기다. 극 중 성 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정략결혼을 하고 갤러리 대표로서 동성 연인이자 화가인 수지 최(김정화)를 묵묵히 후방 지원하는 모습은 그의 새로운 얼굴을 끌어냈다. 그간 ‘SKY 캐슬’(2018~2019) 등 전작에서 보여준 카리스마 대신 안타까움과 애틋함이 뒤섞인 감성 연기로 호평받으며 작품의 성공을 견인했다. ‘마인’은 마지막 회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지난달 27일 종영했다.

재벌가 이끄는 며느리 역, 새 얼굴 보여줘
‘센 캐릭터’ 숨겨진 애틋한 감성 연기 호평
백미경 작가·이나정 PD 만나 “날개 달아”

지난달 29일 서울 신사동에서 만난 그는 “부담감보다는 마음껏 연기할 수 있다는 시원함이 더 컸다”고 했다. “영화 ‘캐롤’(2016)이나 드라마 ‘킬링 이브’(2018~) 같은 작품을 재미있게 봤어요. 연기를 너무 잘 해내니까 성 소수자 역할을 떠나서 몰입이 되더라고요. 언젠가 내게도 기회가 오면 정말 잘 해내고 싶다고 생각했죠. 요즘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많이 보니 엄청 특별하거나 남다른 이야기도 아니잖아요.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 대본은 거의 안 들어오는데 김서형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품위있는 그녀’(2017) 등 여성 서사로 새로운 장을 연 백미경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도 “날개를 단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성애·모성애…사랑의 종류는 다양”

김서형이 맡은 정서현은 극 중 재벌가 효원그룹을 이끌어가는 실세다. [사진 tvN]

김서형이 맡은 정서현은 극 중 재벌가 효원그룹을 이끌어가는 실세다. [사진 tvN]

동성 연인이었던 수지 최(김정화)와 함께 있는 모습. 평소 차가운 표정과 상반된다. [사진 tvN]

동성 연인이었던 수지 최(김정화)와 함께 있는 모습. 평소 차가운 표정과 상반된다. [사진 tvN]

그래서 수지 최와 만나는 짧은 장면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실제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두 달 뒤에나 만날 수 있었던 일정도 애틋함을 더했다. “다른 장면을 찍을 때도 항상 재회 장면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사실 누가 못 만나게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거잖아요. 그래서 서현이는 혼자 있을 때도 항상 눈이 그렁그렁해요. ‘성골 귀족’으로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정말 원하는 것 한 가지를 갖지 못한 사람이니까요.” 남다른 감정 표현의 비결에 대해서는 “연애를 쉰 지 오래 되어서 다양한 종류의 사랑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성애뿐 아니라 모성애나 부성애, 가족애, 반려견을 향한 마음 등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굉장히 폭이 넓다”고 답했다. “그리고 제가 눈이 좀 예쁜데 감독님도 그걸 알고 잘 잡아주신 것 같아요. 하하.”

다른 여성 캐릭터와 연대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둘째 며느리 서희수(이보영)는 물론 튜터 강자경(옥자연)을 비롯해 시어머니 양순혜(박원숙)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물을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했다. “효원가에서는 정서현뿐 아니라 공작새 노덕이까지 다 자기 자식이 아닌 남의 자식을 하나씩 키우고 있잖아요. 비록 어른들은 그러지 못했지만 아이들만큼은 정상적으로 길러내자는 공감대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서희수랑은 동서지간이지만 친구에 더 가까운 것 같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시나 명령을 하는데 희수랑은 조금이나마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잖아요. 이보영씨는처음 촬영하는 날부터 ‘형님’ 하면서 팔짱을 끼더라고요. 저는 감정 표현을 못하고 투박한 편인데 먼저 살갑게 다가와 줘서 고마웠죠. 두 사람이 워낙 다르니 시너지도 나고.”

“매년 새 작품 만날 때마다 ‘마인’ 찾는 중”

동서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김서형과 이보영. 이보영은 둘째 며느리 서희수 역을 맡았다. [사진 tvN]

동서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김서형과 이보영. 이보영은 둘째 며느리 서희수 역을 맡았다. [사진 tvN]

서재에서 주집사(박성연)의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tvN]

서재에서 주집사(박성연)의 보고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 tvN]

화면 밖에서 힘을 보태준 백미경 작가와 이나정 PD에 대해서도 남다른 애정을 표했다. “사실 다 저한테 의지하는 것 같지만 철저하게 외톨이였어요. 다른 인물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혼자 서재에서 고민하는 장면이 제일 많고, 누가 무슨 얘기를 하기 전에 그 상황을 다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잘못하면 감정선이 뚝뚝 끊어질 수도 있겠다 싶어 대사가 없을 때도 연기를 엄청 했어요. 그러다 보니 감독님도 앞뒤로 타이트하게 자르지 않고 공간을 주시더라고요. 그런 게 차곡차곡 쌓여서 감정선이 완성된 것 같아요. 서재에 있던 문양도 심장을 표현한 거래요. 효원가 서열 1위라는 의미도 있고. 워낙 디테일이 살아 있어서 머리카락, 솜털 한올까지 더 집중할 수 있었죠.”

그렇다면 김서형은 이번 작품을 통해 진짜 ‘나의 것(mine)’을 찾았을까. 1994년 데뷔해 올해로 28년차를 맞은 베테랑이지만 “매년 새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 여전히 답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악역 전문’ ‘센 캐릭터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싫을 때도 있었어요.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는데 왜 이런 역만 들어오지 싶고. 그렇다고 몇 년씩 쉴 순 없으니까 어떻게든 변주를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새로운 숙제를 받으면 너무 재밌거든요. 물론 나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왜 100점 안 주냐고 할 순 없지만 저는 자신을 믿거든요. 이제 새로운 역할도 좀 들어오지 않을까요. 저도 모르게 생긴 버릇이나 습관 같은 게 생겨서 과연 청순한 역을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내가 한번 해볼게’ 하는 용감한 제작진도 있겠죠? 그렇게 한 해 한 해 버텨가는 거죠. 뭐.”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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