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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텔링] 알츠하이머부터 건선 치료제까지…‘블록버스터 신약’ 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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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시구아트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바이엘의 연구진. [사진 바이엘코리아]

베리시구아트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바이엘의 연구진. [사진 바이엘코리아]

단일 제품인데 한해 1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는 신약을 제약·바이오업계는 ‘블록버스터 신약’이라고 칭한다. 올해 등장한 신약 중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높은 신약 목록이 공개됐다.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2021년 블록버스터 신약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연 매출 1조 이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는 신약 목록을 30일 발표했다.

① 베리시구아트(Vericiguat)

베리시구아트. 그래픽 차준홍 기자

베리시구아트. 그래픽 차준홍 기자

독일 바이엘과 미국 MSD가 공동 개발 중인 심부전 치료제다. 심부전 분야에서는 다양한 신약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 심박출계수감소심부전(HFpEF) 분야에선 성공적인 신약이 드물었다. 심부전은 심장의 기능 저하로 신체에 심장이 제대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인데, 심박출계수감소심부전은 좌심실의 수축 기능 문제로 발생한다.

심장에 들어온 혈액을 전신으로 내보내는 능력(박출률)이 저하된 고위험 환자를 대상으로 등장한 의약품이 베리시구아트다. 미국·일본에서 승인을 받았고, 유럽연합(EU)·중국에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클래리베이트에 따르면 베리시구아트의 성공 가능성은 95%, 5년 후 예상 매출은 12억1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다.

② 렐루골릭스(Relugolix)

렐루골릭스. 그래픽 차준홍 기자

렐루골릭스. 그래픽 차준홍 기자

전 세계 남성에게 발생하는 악성 종양 중 암종별 원인 2위가 전립선암이다. 또 가임기 여성의 10~15%에서 발생하는 자궁내막증도 수백만 명의 여성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전립선암은 전립선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이며,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 이외의 조직에 부착해 증식하는 질환이다.

스위스 마이오반트 사이언스가 개발한 렐루골릭스는 이 같은 전립선암·자궁내막증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다. 전립선암 치료제로 지난해 12월 미국 FDA 승인을 받고, 상업화를 위해 미국 화이자와 제휴했다. 화이자는 자궁내막증 치료제 허가를 FDA에 신청할 계획이다.

클래리베이트는 “주사가 아닌 입으로 약을 복용하는 데다 남성·여성에게 각각 빈번하게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 확률이 높다”며 성공 가능성을 93%로 평가했다. 5년 후 예상 매출은 14억8000만 달러(약 1조7000억원)다.

③ 비메키주맙(bimekizumab)

비메키주맙. 그래픽 차준홍 기자

비메키주맙. 그래픽 차준홍 기자

벨기에 UBC제약이 개발한 비메키주맙은 건선 치료제다. 건선은 피부가 두꺼워지면서 붉어지는 증상(홍반)과 하얀 각질이 일어나는 증상(인설)이 피부에 동시에 발생하는 병변이다. 전 세계 인구의 2~3%가 건선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미국피부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비메키주맙은 다른 건선 치료제(코센틱스·휴미라) 대비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현재 중등증·중증 건선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에 승인신청서가 제출된 상황이다.

클래리베이트는 “비메키주맙은 기존 치료제보다 후발 주자지만, 동급 최고의 효능을 갖췄고 심각한 부작용은 더 적다”며 성공 가능성을 95%로 평가했다. 2025년 예상 매출은 18억6000만 달러(약 2조1000억원)다.

④ 아두카누맙(Aducanumab) 

아두카누맙. 그래픽 차준홍 기자

아두카누맙. 그래픽 차준홍 기자

아두카누맙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최초의 질병 완화제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물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제품(제품명 애드유헬름)을 FDA가 지난 7일 승인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전 세계에서 알츠하이머로 고통받는 환자는 약 5000만 명이다. 다만 미국 내 일부 전문가가 “효능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바이오젠이 후속 연구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 승인이 철회될 수 있다. 때문에 클래리베이트는 아두카누맙의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49%)하고 있다. 다만 성공할 경우 2025년 연 매출은 37억4000만 달러(약 4조2000억원)가 기대된다. 다른 알츠하이머병 질병 완화 제재가 현재로써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신약, 어떻게 선정했나?

클래리베이트는 신약 개발 정보 플랫폼 코텔리스경쟁력정보(CCI)와 질병 정보 제공 플랫폼 드럭랜드스케이프&포어캐스트(DTSR), 그리고 신약 개발 인공지능(AI) 예측 프로그램 드럭타임라인&석세스레이트(DTSR)를 활용해 블록버스터 신약 후보군을 추렸다.

올해 출시한 신약을 기반으로 21명의 클래리베이트 컨설턴트가 향후 5년 후 블록버스터급 제품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의약품을 선정했다. 마이크 워드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생명과학·보건의료부문 최고책임자는 “의약품 연례보고서와 임상시험, 특허, 경쟁 제품 현황, 규제 등을 기반으로 의약품을 조사·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는 아직 블록버스터 신약이 없다. 지난해 국내 모든 제약·바이오 기업 중 전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곳은 10여 개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10일 ‘백신·신약 개발 지원을 위한 임상시험 인프라 확충방안’ 회의에서 국내 제약사에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글=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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