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은 추사 글씨, 뒤는 한석봉…유네스코 유산 2개 품은 마을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05:00

업데이트 2021.07.01 17:12

행복농촌① 경주 옥산마을

500년 세월을 지킨 독락당(옥산정사)의 모습. 희재 이언적 선생이 벼슬에서 내려온 뒤 낙향해 머물던 장소다. 백종현 기자

500년 세월을 지킨 독락당(옥산정사)의 모습. 희재 이언적 선생이 벼슬에서 내려온 뒤 낙향해 머물던 장소다. 백종현 기자

행복농촌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중앙일보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 진행한 ‘제7회 행복농촌 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우수 농촌 마을을 알리는 기획입니다. 15개 마을 중 경북 경주 옥산마을(소득·체험 은상), 충남 보령 성주4리마을(문화·복지 금상), 경북 영덕 옥산마을(경관‧환경 은상)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세 마을 모두 올여름에 놀러 가기 좋은 장소입니다.

서원(書院)은 조선 시대 사립 교육시설이다. 현재 우리 땅에는 670여 개 서원이 있다. 나라가 세운 향교가 고을 거점에 들어섰던 것과 달리 서원은 후미진 향촌이나 산수가 빼어난 산골에 주로 자리 잡았다. 출세보다 자연 속에서 수양하는 일에 치중한 선비에게는 서원 생활이 더 맞았을 테다. 예나 지금이나 서원이 틀어 앉은 마을은 하나같이 한적하고 단아하다. 경북 경주의 옥산마을 역시 마찬가지다.

뿌리 깊은 시골

옥산서원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구인당' 처마에 걸린 '옥산서원' 편액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 뒤쪽은 한석봉의 글씨다. 백종현 기자

옥산서원은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다. '구인당' 처마에 걸린 '옥산서원' 편액은 추사 김정희의 작품, 뒤쪽은 한석봉의 글씨다. 백종현 기자

경주 옥산마을은 자옥산(570m)‧도덕산(708m)‧어래산(571m)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시골 마을이다. 옥산리, 하곡리, 두류1리를 합쳐 대략 680세대 1600명이 모여 산다. 대부분이 논농사를 짓고, 자투리땅에 깨‧콩 따위를 키운다. 우리네 전형적인 시골 모습이다. 지금은 들녘이 온통 초록빛이다.

땅덩이는 커도, 길은 어렵지 않다. 마을 어디를 가나 ‘옥산서원’을 새긴 표지석과 팻말을 만나게 된다. 조선의 성리학자 회재(晦齋) 이언적(1491~1553)을 기리는 서원으로, 1572년 건립했다. 안동의 도산서원보다 2년이 앞선다. 옥산서원은 2019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아홉 개 서원 가운데 하나다.

옥산서원 너머 독락당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경주 양동마을이 2010년 지정될 때 옥산마을의 독락당도 포함됐다. 독락당은 회재 선생이 벼슬에서 내려와 7년간 기거한 고택이다. 1532년 세웠으니 대략 500년 세월을 헤아린다.

“문화재만 200개가 넘심니더, 그냥 시골이 아니라, 수백 년 세월을 휙휙 오가는 역사 마을이시더.”
이종희(68) 옥산마을 사무장의 마을 자랑이다. 괜한 호들갑이 아니다. 옥산서원은 곳곳이 보물급 유적이다. 서원 강당인 구인당의 처마 현판에 쓰인 ‘옥산서원’은 추사 김정희의 글씨다. 그 뒤 현판은 한석봉이 썼다. 독락당 뒤편에는 신라 시대에 세운 정혜사지 13층 석탑(국보 40호)이 서 있다.

더위 피해 먹고 자고  

옥산서원 옆은 맑은 개울이 흐르는 세심대다. 회재 이언적 선생이 '마음을 씻는 장소'라 하여 이름 붙인 곳이다. 백종현 기자

옥산서원 옆은 맑은 개울이 흐르는 세심대다. 회재 이언적 선생이 '마음을 씻는 장소'라 하여 이름 붙인 곳이다. 백종현 기자

옥산마을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명 ‘트랙터 꽃마차’를 타고 마을을 달리는 농촌 투어가 대표적인 방법이다. 옥산3리 농어촌인성학교(교육관)에서 출발해 옥산서원과 독락당을 거쳐 느릿느릿 마을로 돌아온다. 왕복 5㎞에 불과하고 길도 평탄해 걷는 것도 어렵지 않다.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으므로, 하룻밤 머물다 가는 것도 방법이다. 마을에서 운영하는 숙박 시설이 여럿 있다. 500년 고택 독락당에서도 잘 수 있다. 다만 제약이 따른다. 음주는 물론 음식 조리도 모두 금지다.

옥산서원 초입 맛집 시골밥상. 대표 메뉴는 '오늘의 시골밥상'이다. 직접 기르고 뜯어 요리한 제철 먹거리가 잔뜩 깔린다. 백종현 기자

옥산서원 초입 맛집 시골밥상. 대표 메뉴는 '오늘의 시골밥상'이다. 직접 기르고 뜯어 요리한 제철 먹거리가 잔뜩 깔린다. 백종현 기자

끼니 걱정은 덜어도 좋다. 마을에서 특산물인 참기름과 고추장을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연다. 7월 추수를 앞둔 깨밭에는 지금 하얀 깨꽃이 피어 있다. 8월엔 옥수수 체험이 인기다. 옥산서원 초입의 ‘시골밥상’처럼 직접 기른 채소, 뒷산에서 캔 나물로 밥상을 차리는 식당도 있다.

옥산서원과 독락당 옆에는 세찬 개울이 흐른다. 예부터 동네 꼬마들이 멱감던 장소란다. 가재와 버들치 따위가 사는 맑은 물이다. 옥산서원 옆 개울은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너럭바위가 받치고 있어 더위를 피해가기 좋다. 빼어난 경치의 산과 바위에 이름을 붙이길 좋아했던 회재 선생은 이곳을 세심대(洗心臺)라 불렀단다. ‘마음을 씻는 장소’ ‘근심을 지우는 장소’라는 의미에서다.

경주=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마을 한옥에서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독채를 하룻밤 빌리는 데 7만5000원을 받는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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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와 참기름, 고추장과 된장. 옥산마을이 자랑하는 특산물이다. 백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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