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웬 한중해저터널" 양승조 공약에 네티즌 불만 폭발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05:00

업데이트 2021.07.01 05:19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중해저터널 추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문진석 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가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중해저터널 추진'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문진석 민주당 의원. 오종택 기자

“이 시국에 중국과 왜 해저터널을 연결해야 하나. 중국에 잘 보이려는 의도냐.”

여권 대선주자인 양승조 충남지사가 ‘한중해저터널’을 공약으로 내놓자 30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불만 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친여(親與) 성향 커뮤니티에도 “중국 자본이 제주도에 얼마나 침투했는지 알고 하는 소리냐” “차라리 눈에 띄려면 ‘한미해저터널’을 뚫자고 해라”라는 등의 반응도 있었다.

‘한중해저터널’은 한·중이 절반씩 총 170조원을 들여 중국 산둥반도와 충남 태안반도를 323㎞짜리 해저터널(도로)로 연결하자는 매머드급 개발 공약이다. 4·7 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이 공약한 ‘한일해저터널’(총 길이 210㎞, 소요 예산 약 100조원)보다 규모가 크다. 양 지사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 최대의 시장을 우리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신념을 담아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로 한중해저터널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며 “275조원의 생산유발효과, 100조원 이상의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돌아온 건 여론의 뭇매였다.

‘차이나타운’ 뭇매 최문순

반중 정서에 홍역을 치른 대선 주자는 양 지사가 처음이 아니다. 역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도전장을 낸 최문순 강원지사도 반중 정서 탓에 지난 4월 대선 도전의 꿈을 접을 뻔했다. 강원 춘천시와 홍천군 일대 120만㎡ 부지에 중국문화체험 등 테마형 관광지를 짓자는 ‘한중문화타운’ 계획 때문이다.

지난 18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사진전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제주시 한 호텔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사진전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민 반발이 커지자 최 지사는 지난 4월 한 라디오에서 “강원도가 주최가 아니라 민간기업(코오롱글로벌)이 추진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나는 한중문화타운을 ‘문화 일대일로(중국 정부의 경제 벨트 구상)’라고 이름 붙였다”는 2019년 인민망(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판) 인터뷰가 재조명받아 역풍이 거셌다.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7만명이 참여할 정도였다. 이에 코오롱글로벌이 사업계획을 철회했고 5월 초 대선 도전을 선언하려고 했던 최 지사의 정치 일정은 한 달 이상 뒤로 밀렸다.

야권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도 최근 입길에 올랐다. 지난 18일 제주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7월 1일) 기념 사진전에 “중국과 대한민국은 오랜 친구이자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위한 운명공동체”라는 내용의 영상 축사를 보낸 게 화근이 됐다. 관련 기사엔 “제주도가 중국 땅이냐”는 등의 반응이 줄을 이었다.

“북한보다 중국이 위협”

외교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차기 정부의 필수 어젠다로 꼽는다. “경제연관성이 깊은 중국과의 협력과 사전적 갈등 조정은 상시적 과제”(김한권 국립외교원 중국연구센터 책임교수)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진영 불문하고 다자외교 등을 통한 대중 외교 해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선 주자 입장에선 이같은 방향을 외교 및 산업 분야 공약의 기조로 내걸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청년층의 반중 정서가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5~27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1.8%포인트, 응답률 14.7%)에선 중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쏟아졌다. 특히 20대의 68.1%, 30대의 61.8%가 이같이 답했다. 40대 역시 응답자 절반 수준인 48.9%가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했다. ‘어떤 나라가 한국에 위협이 되느냐’는 물음에 20대의 43.7%가 중국을 꼽았다. 북한이란 답(35.6%)보다 월등히 많은 숫자다.

지난 4월 법무부가 국적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등장한 청와대 국민청원. 외국인 자녀의 한국 국적 취득을 간소화하는 내용인데 '중국 특혜' 논란에 청와대는 ″국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 4월 법무부가 국적법 개정안을 추진하자 등장한 청와대 국민청원. 외국인 자녀의 한국 국적 취득을 간소화하는 내용인데 '중국 특혜' 논란에 청와대는 ″국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의 최초 발생지로 중국이 계속 거론되고 있는 데다 최근 양국 네티즌 사이에서 치열했던 김치·한복·태권도 종주국 논란과 국적법 개정안 논란이 기름을 부은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4월 법무부가 외국인 자녀의 한국 국적 취득절차를 간소화하는 국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정치권에서도 “중국인에 대한 특혜”(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적용 대상자의 94.8%(지난해 기준)가 중국 국적자라는 사실 때문에 발생한 논란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경제발전 이후 세대인 2030은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 직관적으로 반응한다”며 “대선주자들도 반중 정서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미·중갈등에, 반중 정서까지 겹쳐 이번 대선에선 중국 관련 이슈는 주자들에게 지뢰밭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의 빅 캠프들은 이런 분위기를 인식하고 있다. 이미 “중국 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낙연 캠프 인사)이라거나 “더 현실적인 대(對)중국 외교 전략을 선보일 것”(정세균 캠프 인사)이라는 신중론이 흐르고 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