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킥라니 범칙금 한달 8400만원인데…여전히 면허증 없이 된다?

중앙일보

입력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뉴스1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뉴스1

“나이도 어리고 무면허인데 (아이가) 어떻게 전동킥보드를 탔느냐고 물어보니, 모 킥보드는 면허인증도 안 했는데 이용이 가능했답니다. 다들 주의 한 번씩 시키시고 휴대폰에 앱이 깔려있는지 확인들 해보세요.”

한 온라인 맘 카페에 “전동킥보드 학생들 사용이 가능하다”는 제목으로 지난 27일 올라온 글이다. 작성자는 “문자 인증에 미성년자 주민등록번호가 들어갔는데도 가입이 됐다니 타는 애들도 문제지만, 앱을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지난 30일 또 다른 온라인 맘 카페에는 “밤늦은 시간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다 다쳐 쓰러진 학생을 봤다”며 “안전모 미착용에 미성년자로 면허 없이 탔으니 분명 위반이 맞지만, 과연 이 학생들만의 잘못일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 달 범칙금 8463만원 부과했지만…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이 시작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인도에서 마포경찰서 경찰들이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재개정 관련 내용 홍보 및 계도를 하고 있다. 경찰은 규정 변경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이날부터 한 달 동안 계도 위주의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2021.05.13. 김상선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이 시작된 13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인도에서 마포경찰서 경찰들이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민에게 재개정 관련 내용 홍보 및 계도를 하고 있다. 경찰은 규정 변경을 홍보하는 차원에서 이날부터 한 달 동안 계도 위주의 단속을 벌일 방침이다. 2021.05.13. 김상선

전동킥보드는 도로에 튀어나오는 고라니처럼 불쑥 나타난다는 이유로 ‘킥라니’라고도 불린다. ‘개인형 이동장치(PM)’에 대한 벌칙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이 지난달 13일부터 시행됐다. 승차 정원 위반,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운전, 음주 운전 등으로 적발된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자에게 범칙금을 부과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전동킥보드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안전 규제 강화 후 한 달 동안 부과된 범칙금은 총 8463만원이다.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6개월간 부과된 자전거 범칙금인 9503만원의 약 89%다. 경찰 관계자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유턴·횡단 등 금지 위반, 보도통행, 안전운전 불이행과 음주운전을 제외한 안전모 미착용 등 여러 위법 행위가 포함돼있다”고 말했다.

면허 등록 없이 이용할 수도

모 전동 킥보드 앱에서 QR코드를 스캔하기 전, 위와 같은 안내 문구가 뜬다. 앱 캡처

모 전동 킥보드 앱에서 QR코드를 스캔하기 전, 위와 같은 안내 문구가 뜬다. 앱 캡처

기자가 다섯 종류의 전동 킥보드 앱을 설치해 가입 절차를 거쳐보니, 두 개 사의 전동 킥보드는 면허 등록 없이 이용이 가능했다. 휴대폰 번호 인증과 카드 등록을 하고 나니 바로 킥보드의 QR코드를 스캔하는 창이 나왔다. QR코드 스캔 버튼을 누르자 ‘전동 킥보드 안전 수칙’이라며 바뀐 도로 개정안의 내용이 나왔다. 이에 동의한다는 버튼을 누르자 바로 킥보드 이용이 가능했다.

해당 전동 킥보드 업체는 “킥보드를 운행하기 전 운전면허 관련 고지를 팝업창을 통해 필수로 안내하고 있고, 운전면허를 인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킥보드를 3회 이상 탈 경우 이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용권 구매자 전원에게 안전모를 증정하는 이벤트 등을 통해 시민 안전 의식을 함께 향상할 수 있도록 계속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시국에 남의 땀 묻은 안전모 쓰겠나”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 교수는 “전동 킥보드 이용객이 반 토막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범칙금이 모였다는 이유는 안전모를 쓴 채로 이용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보통 지하철을 타러 가는 길 등 짧은 시간만 이용하는데 개인이 안전모를 들고 다니는 건 불가능하다”며 “일부 업체에서 안전모를 같이 대여해주는데 남의 땀이 묻은 안전모를 쓰고 다니는 건 이 시국에 불안할뿐더러 사이즈도 안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시속 25km로 달리는 건 정말 위험하다”며 “안전모를 쓰지 않는 대신 시속 15km로 속도를 규제하는 게 현실적이다”고 제언했다. 미성년자 이용 문제에 대해서는 “가입 시 인증 절차를 확실하게 하고, 타인의 휴대폰을 도용해 이용하는 건 법적 처벌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