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 오늘 스타트…경찰 내서도 "지자체장 사병화될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1.07.01 05:00

지면보기

종합 14면

7월부터 시행되는 자치경찰제를 놓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찰권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하는 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임명식에서 초대 위원장인 김학배 전 울산경찰청장(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임명식에서 초대 위원장인 김학배 전 울산경찰청장(왼쪽)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에 시행되는 자치경찰제는 경찰권 분산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올해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경찰 권력이 비대화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견제의 의미다. 자치단체장 소속으로 신설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서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자치경찰 사무를 담당한다. 자치경찰 정책 입안권과 자치경찰(신분은 국가직)에 대한 인사권, 징계·감찰 요구권도 있다.

전국 18개 시 ·도 자치경찰위원회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국 18개 시 ·도 자치경찰위원회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①상당수 자치경찰위원장이 단체장 측근

가장 큰 관심사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 여부다. 경찰청과 18개(경기남·북도 분할)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명단을 분석해보면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게 경찰 안팎의 지적이다.

자치단체장 소속 시도자치경찰위
단체장이 위원장 임명, 중립 논란
자치위원 126명 중 여성 25명뿐
“맞춤형 치안 서비스 가능” 반론도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모두 3년 임기이며 위원장(정무직 2급)과 사무국장(정무직 3급)이 상근직이다. 위원장 18명을 출신별로 살펴보니 교수(8명)가 가장 많았고, 공무원(5명), 경찰(3명), 법조인·시민단체(각 1명씩) 순이었다.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위원장은 벌써부터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의 정용환 위원장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선거캠프에 몸담았고, 경남의 김현태 위원장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의 후원회장을 지냈다. 제주의 김용구 위원장은 원희룡 제주지사 시절 도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했다. 인천의 이병록 위원장은 박남춘 인천시장과 행시 24회 동기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는데 선거 등을 앞두고 자치단체장 입맛에 맞게 흘러갈 우려가 있다. 자치단체장 사병화( 私兵化)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제를 일찌감치 도입한 영국에선 주민 직선으로 지역치안위원장을 선출한다.

②여성 비율도 논란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세부 구성을 보면 전원 남성이거나 경찰 또는 교수 출신이 과반을 차지해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시도자치경찰위원 126명 중 여성 위원은 25명(19.8%)이다. 강원·부산·대전·경남 지역의 위원회는 전원이 남성이다.

경찰청 인권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시도자치경찰위원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경찰법 제19조 2항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 사항으로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여성이나 아동 관련 정책을 추진할 때 여성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비율을 지킨 곳은 여성 위원을 3명(42.9%) 선발한 경기 남부와 경북 2곳뿐이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시청 별관에서 열린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임명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시청 별관에서 열린 '대구광역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임명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뉴스1

③지역 맞춤형 1호 시책 발굴한다는데…

위원회 대부분이 토착 지역민 출신이어서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치안활동 서비스가 발굴될  수 있다는 점은 자치경찰제의 장점으로 꼽힌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스쿨존 교통안전강화(인천), 고위험 정신질환자 응급입원체계 구축(대전), 고령자 교통사고 감소 및 노인학대 예방(전남)등을 1호 시책으로 내놨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교통사고 파악이나 범죄 예방 목적에서 CCTV 설치 확대 등에 지자체가 예산 지원을 하면 유기적으로 협력이 잘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당분간 업무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더 지배적이다. 초기 시행 단계에서 자치경찰 사무를 ‘칼로 무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을 제대로 시행하려면 시도지사가 지역 치안 수요에 맞는 조직을 갖추고 그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자체장 등과 유착 우려를 해소한다면 경찰 활동의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문희·권혜림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