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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세종문화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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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장주영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

1972년 12월 2일, 서울 광화문 서울시민회관에 큰불이 났다. 문화방송 개국 11주년 행사(10대 가수 청백전)가 끝나갈 때 즈음, 전기과열로 무대 조명이 터지면서 불길이 시작됐다. 관객들이 불길을 피해 이리저리 엉키며 아수라장이 됐다. 51명이 숨지고 76명이 다쳤다. 대연각 호텔 화재(1971), 청량리역 대왕코너 화재(1974)와 더불어 1970년대 서울에서 발생한 3대 화재로 기록된 참사였다.

세종문화회관 건립은 이 비극에서 출발했다. 화재로 훼손된 시민회관을 대체할 공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1974년 시민회관을 헐고 난 자리에서 공사가 시작됐고, 4년 후 개관했다. 1988년 예술의전당 음악당이 문을 열기 전까지, 세종문화회관은 10년간 한국 공연 예술의 역사 그 자체였다. 여러 차례 증축과 개보수를 거쳐 3개의 공연장과 1개의 미술관, 2개의 상설전시관 등 현재 모습을 갖췄다.

내로라하는 공연팀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1984년 베를린 필하모닉이 최초의 내한공연을 펼쳤고, 빈 필하모닉이나 뉴욕 필하모닉 같은 유명 교향악단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다.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현 국립발레단장)이 속해있던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시어터(ABT),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 역시 여러 차례 이곳을 찾았다.

40년 넘게 광화문광장 한쪽을 지킨 세종문화회관에도 변화가 필요할까. 서울시가 세종문화회관을 대대적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자문기구인 ‘서울 비전 2030 위원회’가 최근 이런 방안을 오세훈 시장에게 보고했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나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처럼 세계적인 공연장으로 만들어, 서울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킨다는 것이다. 위원회에선 “다시 짓는 수준으로 공사하고, 이름도 글로벌하게 바꾸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오랜 공사 기간과 천문학적 예산을 고려하면 섣불리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서울시는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인다는 계획이지만, 얼마나 많은 기업이 참여할지도 미지수다. 이름을 바꾸고 건물을 새로 지으면서, 동시에 세종문화회관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어떻게 보존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다 충족한다 해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남는다. 시민이 원해야 한다.

장주영 내셔널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