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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4년간 17% 올랐다니 부동산 통계 조작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3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25개 자치구 내 75개 아파트단지에 대해 공시가격과 시세를 조사 분석한 결과, 4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17%(1억) 올랐다고 주장해온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은 86%(3.6억)나 올렸다며 국가통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30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 25개 자치구 내 75개 아파트단지에 대해 공시가격과 시세를 조사 분석한 결과, 4년 동안 서울 아파트값이 17%(1억) 올랐다고 주장해온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은 86%(3.6억)나 올렸다며 국가통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1]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땜질에 땜질이 꼬리를 물면서 굵직한 대책만 25차례 쏟아졌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무거운 세금과 보유 제한으로 겹겹이 규제를 만들고 공급을 틀어막았다. 상당수 국민은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 생활을 고통에 빠뜨리는 부동산 투기만 잡게 된다면 어떤 수고도 감수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 정부 통계 믿을 수 없어 #경실련 조사, 같은 기간 시세 79% 상승

어제 발표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조사 결과는 이런 믿음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아무리 거칠고 조잡해도 정부 정책에는 신뢰성이 있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주택 가격 통계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면서다. 이 의심의 핵심은 실제 아파트값과 정부 통계가 다르다는 점이다. 경실련은 2017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25개 자치구 내 75개 아파트단지 11만5000가구의 시세와 공시가격을 분석했다. 서울 30평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86% 오르고, 시세는 79% 뛴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 누구나 체감하고 있는 수치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어떻게 설명해 왔나. 정부는 2017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17.17%라고 답했다. 지난해 6월에도 한국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를 근거로 비슷한 대답을 내놓았다. 국민이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다고 여기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설명을 내놓을 수 있나. 그제 발표된 월간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6월 서울 강북 아파트 평균 가격은 9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11월 8억원을 돌파했던 서울 강북 14개 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올 6월 9억290만원으로 8개월 만에 1억원이 뛰었다. 뛰는 집값에 서울 거주자는 도심에서 먼 곳으로 계속 밀려나더니 급기야 수도권 평균 매매가격도 처음으로 7억원을 넘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부동산 정책으로 국민 고통이 극한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 정부는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집값이 내린다”는 희망 고문도 부족해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정신 승리와 함께 지난 4년간 집값 상승률이 17.17%라는 비현실적인 통계를 국민에게 믿으라고 강요해 왔다. 세상에 이런 모순이 있을 수 있을까. 지난 4년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17%에 불과하다면 공시가격을 86%나 올려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만은 원상 복구하겠다”고 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대책을 꺼낼 때마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고 해 왔다. 어느 누가 이런 설명을 더 믿겠는가. 믿어 봐야 벼락 거지가 될 뿐이라는 분노만 치솟지 않겠나.

경실련은 “정부는 17%의 산출 근거 및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더 이상 국민을 속이지 말고 지금 당장 깜깜이 통계, 조작 왜곡 통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의 참모들과 경제부총리는 경실련의 지적에 응답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