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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테 박희준, 종주국 하늘에 태극기 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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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룬 박희준은 아버지에게 메달을 선물할 꿈을 꾼다. [사진 박희준]

극적으로 올림픽 출전 꿈을 이룬 박희준은 아버지에게 메달을 선물할 꿈을 꾼다. [사진 박희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올림픽. 가라테 국가대표 박희준(27)은 아버지께 드릴 메달을 꿈꾼다.

도쿄올림픽 한국 유일한 출전자 #최종 예선 3위 깜짝 메달 기대 #“전폭지원 아버지께 메달 드릴 것”

일본 전통 격투기 가라테(공수도)는 1970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 종목이 됐다. 하지만 유사 격투기 종목인 태권도에 밀려 올림픽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그러다가 자국이 개최하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됐다. 도쿄올림픽 가라테에 걸린 금메달은 8개다. 남·여 쿠미테(태권도의 겨루기 같은 종목)에 6개, 남·여 카타(形, 품새와 비슷한 종목)에 2개다.

한국에서는 남자 카타의 박희준이 유일한 출전 선수다. 그는 지난달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출전 선수 49명 중 3위에 올랐다. 그는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출전권을 획득할) 가능성이 희박했기 때문에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도쿄에 가는 게 실감 난다”고 말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쿠미테 선수들은 카자흐스탄으로 전지훈련을 떠났지만, 박희준은 차승민 코치와 진천선수촌에서 단둘이 훈련했다. 2018년부터 자신을 가르쳤던 신조 타케루 코치는 코로나19로 함께할 수 없었다. 박희준은 “예선 당시 코로나19 검사를 매일 받았다. (밖에 못 나가) 에펠탑도 먼발치에서 봤다. 그래도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좋아했다.

박희준은 “처음에는 유도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기계체조 선수였던 아버지가 검도를 권했다. 가라테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접했다. 이듬해 곧바로 청소년 대표로 뽑혔고, 그 뒤로 가라테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17세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박희준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카타에서 메달(동)을 땄다. 2019년 아시아선수권에서도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가라테는 비인기 종목이다. ‘국기’ 태권도에 밀려서다. 등록 선수는 100여명에 불과하고, 전국체전 종목도 아니라서 실업팀도 없다. 한국에서 유도가 종주국 일본을 넘어섰던 것과 달리, 가라테는 아직도 일본과 격차가 크다. 박희준도 친일 비난에 상처도 받았다. 박희준은 “아시안게임 동메달로 관심을 받아 기뻤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친일파냐, 왜놈이냐’, ‘왜 태권도 대신 가라테를 하냐’ 등 비난 댓글이 달려 가족들이 마음 아파했다”고 떠올렸다.

박희준이 가라테를 계속할 수 있었던 건 고교 수학 교사인 아버지(박경식·58) 응원 덕분이다. 박희준은 “고등학교 때 가라테를 그만두려고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나를 가라테 강국인 말레이시아에 데려가셨다. 두 달 훈련비용이 1000만원이 넘었다.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떠올렸다.

대회에서는 여러 가지 카타 연기를 펼친다. 박희준의 필살기는 ‘오한 다이’다. 박희준은 “우렁찬 기합과 힘이 돋보이는 카타다. 더 힘 있고, 멋진 연기를 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24위인 박희준은 올림픽 예선에서 세 라운드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세계적 강자를 제쳤다.

올림픽에는 11명만 출전한다. 깜짝 메달도 가능하다. 박희준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가라테가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일 수도 있다. 그만큼 자부심도 크고 책임감도 느낀다. 무엇보다 아버지를 위해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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