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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늘그막’인가, ‘늙으막’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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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귀소본능이 동물에게만 있는 현상은 아닌가 보다. 나이가 들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늘그막에는 고향으로 내려가 텃밭을 가꾸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 “고향에 집을 지어 형제들과 모여 사는 것이 늙으막의 유일한 꿈이다”와 같이 말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늙어 가는 무렵, 즉 노년을 뜻하는 단어로 위에서와 같이 ‘늘그막’이나 ‘늙으막’이 함께 사용되고 있다. 어느 것이 올바른 말일까?

‘늙다’를 활용할 때 ‘늘금’이 아니라 ‘늙음’이라고 하듯 보통 ‘늙다’의 어간인 ‘늙-’을 살려 ‘늙으막’이라고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올바른 표현은 ‘늘그막’이다.

한글맞춤법 제19항에 따르면 어간에 ‘-이, -음’이 아닌 그 외 모음으로 시작된 접미사가 붙어 다른 품사로 바뀐 말은 그 어간의 원형을 밝히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적는다고 돼 있다.

‘늘그막’은 ‘-이’나 ‘-음’이 접미사로 붙은 형태가 아니므로 ‘늙으막’과 같이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이 아니라 ‘늘그막’처럼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것이 바르다.

시간이나 기한이 매우 늦다는 의미를 지닌 형용사인 ‘느지막하다’가 있다. ‘늘그막’을 떠올려서인지 이 역시 “나는 좀 느즈막하게 일어나는 것을 좋아한다”에서와 같이 ‘느즈막하다’로 쓰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느즈막하다’가 아니라 ‘느지막하다’가 맞는 말이다.

‘느지막하다’뿐만 아니라 우리말에서 ‘-즈막하다’로 끝나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큼지막하다’ ‘높지막하다’ ‘나지막하다’처럼 ‘-지막하다’로 끝나는 단어만 있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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