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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만 펫심의 힘…반려동물과 사랑에 빠진 대선주자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유권자가 아닌 반려동물도 내년 대선의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이재명 “개 식용 금지 공론 부쳐야” #이낙연 “물건으로 규정 민법 개정” #정세균 “의료수가제 정착시킬 것” #윤석열 “난 토리아빠” SNS에 사진

유력 대선주자들이 최근 잇따라 ‘애견 행보’를 보이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선주자의 동물 사랑은 이제 일반화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월 유기동물 복지시설인 카라 더봄센터를 방문했다. [SNS 캡처]

대선주자의 동물 사랑은 이제 일반화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월 유기동물 복지시설인 카라 더봄센터를 방문했다. [SNS 캡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지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영양이 문제가 되는 시대도 지났기 때문에 개 식용 금지 관련 법률을 사회적 공론에 부치고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장 밖에선 육견협회의 항의 집회가 열렸다. 하지만 이 지사는 “항의 집회를 보고 들어왔는데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성남 모란시장도 5년 동안 노력한 결과 지금은 깨끗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개 식용 반대로 잃는 표보다 얻는 표가 더 많을 거란 계산이 반영된 발언이다. 경기도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조사 결과에선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찬성하는 시민(64%)이 반대(32%)의 두 배였다.

대선주자의 동물 사랑은 이제 일반화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협약식에서 반려견 ‘심쿵’을 안았다. [SNS 캡처]

대선주자의 동물 사랑은 이제 일반화됐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월 협약식에서 반려견 ‘심쿵’을 안았다. [SNS 캡처]

대선주자의 동물 사랑은 이제 일반화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5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펫페어를 찾기도 했다. [뉴스1]

대선주자의 동물 사랑은 이제 일반화됐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5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펫페어를 찾기도 했다. [뉴스1]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13일 서울 보라매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를 찾아갔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지만 이 전 대표는 이날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한 민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동물권 개념 도입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지난 5월 31일 경기도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K펫페어’에 방문했다. 정 전 총리는 “반려동물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동물병원 의료수가제를 정착시키고 반려동물 보험과 호텔 등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주자의 동물 사랑은 이제 일반화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 반려견 ‘토리’를 소개했다. [SNS 캡처]

대선주자의 동물 사랑은 이제 일반화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페이스북에 반려견 ‘토리’를 소개했다. [SNS 캡처]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같은 날 공개한 페이스북에 반려견과 함께 한 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 소개란엔 ‘토리아빠’ ‘나비집사’라고 적어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에도 정치인들이 반려동물을 공개한 경우는 적지 않았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대선후보일 당시 진돗개 ‘홍이’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반려동물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7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19살 노견 ‘테리’를 보살피는 모습을 찍어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반려견 마루·토리·곰이, 반려묘 찡찡이와 청와대에서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종종 공개했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반려 생활이 보편화하는 등 반려 인구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KB금융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1448만 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응답자 중 62.7%는 “반려동물 유기와 관련된 법을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 2018년보다 10.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광고·홍보에서 동물과 함께 나오는 것은 긍정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전형적인 방식” “개와 산책하는 모습 등으로 반려인의 동질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정치 컨설턴트의 진단도 있다.

특히 21대 국회엔 동물 관련 법안이 120여 개 발의돼 있다. 동물병원 진료비의 표준화 체계를 만드는 수의사법 개정안, 동물 보험을 제도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강제집행을 할 때 반려동물은 압류를 금지하는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냈다.

다만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정치인이 반려동물 마케팅을 통해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선거철에 이미지 관리 수단으로만 써먹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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