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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군 해방군, 미군은 점령군’ 김원웅 고교생용 영상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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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원웅

김원웅

김원웅(사진) 광복회장이 지난달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영상 메시지에서 “해방 이후에 들어온 소련군은 해방군이었고, 미군은 점령군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 해방사 왜곡 영상 메시지 #전문가 “북 주장 그대로 인용하나 #약탈 반발 무마용 소련 선전문을 #역사 배경 앞뒤 잘라내고 주장”

김 회장은 지난달 21일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친일 잔재 청산 프로젝트’ 활동에 참여한 경기도 양주백석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13분 분량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영상은 현재 광복회 계정으로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다.

김 회장은 간단히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문제의 발언을 했다.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려서 북한은 소련군이 들어오고 남한은 미군이 들어왔다. 소련군은 들어와서 곳곳에 포고문을 붙였다. ‘조선인이 독립과 자유를 되찾은 것을 참 축하드린다’ ‘조선인의 운명은 향후 조선인들이 하기에 달렸다’ ‘조선 해방 만세’. 이렇게 포고문이 돼 있다. 그런데 비슷한 시점에 미군이 남한을 점령했다. 맥아더 장군이 남한을 점령하면서 이렇게 썼다. ‘우리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다’ ‘앞으로 조선인들은 내 말을 잘 들어야 된다’ ‘내 말을 안 들을 경우에는 군법회의에 회부해서 처벌하겠다’ ‘그리고 모든 공용어는 영어다’. 이런 포고문을 곳곳에 붙였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당시 미 군정이 워싱턴에 “남한을 식민지로 써야 한다”는 비밀 보고서를 올렸다는 주장을 이어나갔다. 그는 “국회에서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지내면서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보고서를 많이 접할 기회가 있었다”며 “(내가 본) 보고서의 핵심은 이렇다. ‘남한을 일본에 이어서 미국의 식민지로 써야겠다’ ‘겉으로는 독립시키고 실제로는 식민지로 써야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동신문 같은 북한 매체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역사 왜곡”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소련의 북한 군정사 등을 연구해온 이지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시 소련군이 주둔하면서 양민을 약탈하거나 부녀자를 겁탈하는 등 만행이 빈발하자 학생들 주도의 반발 의거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다”며 “소련군이 이런 성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냈던 포고문 내용을 앞뒤 다 자르고 말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오히려 미 군정하에선 소련군과 같은 피해는 없었다”며 “만일 공용어가 영어였다면 왜 미 군정에서 통역관을 채용해 썼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이런 왜곡된 역사 인식을 청소년에게 설파하는 것은 책임 있는 사람의 자세가 아니다”며 “교육청에서 이런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 없이 묵인했다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복회 측은 “김원웅 회장이 역사적 기록을 직접 보고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학생들에게 전달한 것”이라며 “색깔론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국 사회를 분열시키는 발언을 이어왔다. 그는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에 “대한민국은 친일파의 나라다” “애국가는 친일에 앞장섰던 안익태의 작품이다” “이승만이 집권해 국군을 창설하던 초대 육군참모총장부터 무려 21대까지 한 명도 예외 없이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가 육군참모총장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철재·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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