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만 1500만명…요즘 대선주자들, 개 끌어안고 웃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30 21:00

업데이트 2021.06.30 21:52

반려동물 관련 행사가 대선 주자의 필수 방문 코스로 부상하고 있다.

22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반려동물 매매 관련 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및 참석자들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22일 오전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개 식용·반려동물 매매 관련 제도 개선' 국회 토론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및 참석자들이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개 식용 및 반려동물 매매 제도 개선’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지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고 영양이 문제가 되는 시대도 지났기 때문에 개 식용 금지 관련 법률을 사회적 공론에 부치고 논의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장 밖에선 육견협회의 항의 집회가 열렸다. 이 지사는 “항의 집회를 보고 들어왔는데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성남 모란시장도 5년 동안 노력한 결과 지금은 깨끗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개 식용 금지를 반대하면서 잃는 표보다 찬성으로 얻는 표가 더 많을 거란 계산이 반영된 발언이다. 경기도가 지난 21일 공개한 조사결과에선 ‘개 식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찬성하는 시민(64%)이 반대(32%)의 약 두 배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보라매 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를 방문해 반려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보라매 공원 내 반려견 놀이터를 방문해 반려인과 이야기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 보라매공원 내 반려견놀이터를 찾아갔다.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 없는 이 전 대표는 어색한 몸짓으로 반려견을 안고 쓰다듬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한 민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동물권 개념 도입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반려인’(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겐 “하천 부지에 반려견 놀이터를 더 만들 수 있도록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K펫페어에서 반려견을 안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경기도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K펫페어에서 반려견을 안고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경기 일산시 킨텍스에서 열린 ‘K펫페어’에 방문했다. 정 전 총리는 “반려동물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동물병원 의료수가제를 정착시키고 반려동물 보험과 호텔 등을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반려동물 마케팅…정책은 제자리

윤석열 전 총장 페이스북 프로필사진

윤석열 전 총장 페이스북 프로필사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공개한 페이스북에 반려견과 함께 한 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올렸다. 소개란엔 ‘토리아빠’ ‘나비집사’라고 적어 개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 컨설턴트들 사이에선 “광고·홍보에서 동물과 함께 나오는 것은 긍정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전형적인 방식”, “개와 산책하는 모습 등으로 반려인의 동질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준표(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반려견과 함께 있는 모습

홍준표(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반려견과 함께 있는 모습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종종 자신의 반려동물을 대중에게 공개한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대선 후보일 때 자신이 기르는 진돗개 ‘홍이’와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반려동물 관련 정책 패키지를 발표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17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19살 된 노견 ‘테리’를 보살피는 모습을 찍어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반려견 마루·토리·곰이, 반려묘 찡찡이와 청와대에서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종종 공개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퍼스트 도그' 토리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퍼스트 도그' 토리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정치인이 반려동물 마케팅을 통해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선거철에 이미지 관리 수단으로만 써먹고 동물 관련 정책은 매년 제자리 걸음이란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1500만명 표심 걸린 반려동물 관련 법안

KB금융 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1448만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노령층부터 청년층까지 모든 세대가 관심을 갖는 주제이기도 하다. 응답자 중 62.7%는 "반려동물 유기와 관련된 법을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 2018년보다 10.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21대 국회 동물 관련 주요 발의 법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1대 국회 동물 관련 주요 발의 법안.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런 관심을 반영해 21대 국회엔 동물 관련 법안이 120여개 발의돼 있다. 대부분 동물 학대를 방지하고 유기 동물을 관리하는 방안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이다. 반려인의 편의를 위해 동물병원 진료비의 표준화 체계를 만드는 수의사법 개정안, 동물 보험을 제도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동물의 지위를 법의 보호를 받는 권리 주체로 높이려는 시도도 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민법 제98조 ‘물건의 정의’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더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강제집행을 할 때 반려동물은 압류를 금지하는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냈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3월 발의한 개헌안에도 “국가는 동물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매 회기마다 동물 관련 법안의 발의 건수는 많지만 담당 상임위인 농림축산위원회를 통과하는 법안은 드물다”며 “동물 보호 법안을 발의했다고 홍보만 해놓고 처리는 신경 안 쓰는 의원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송승환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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