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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번호는 3,2,1…지금 생방송입니다" 피싱범 혼쭐낸 앵커[영상]

중앙일보

입력

한 뉴스 앵커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휴대전화 너머의 남성은 앵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2700달러(약 304만원)를 연체했어요. 이 돈을 즉시 갚지 않으면 체포될 것입니다. "

이 남성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하자 앵커는 "내 저 지금 신용카드 준비돼 있어요"하고 답한다. "그럼 카드 번호를 알려달라"는 남성의 말에 앵커는 숫자를 부른다.

"3, 2, 1 … "

폭스5의 앵커 지넷 레이스가 보이스피싱범과 통화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폭스5의 앵커 지넷 레이스가 보이스피싱범과 통화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 전화는 사실 보이스피싱이었다. 그런데 앵커는 남성의 말에 속아 정말 자신의 신용카드 번호를 알려주려 한 것일까.

미국 매체 폭스5의 앵커 지넷 레이스는 최근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온 보이스피싱범을 혼쭐냈다. 자신의 직업적 특기를 살려 기지를 발휘한 것이다. 그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당시 통화 모습이 담긴 영상은 며칠 만에 16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레이스는 '3, 2, 1'이란 카운트다운을 한 뒤 생방송 뉴스를 진행할 때의 '앵커 톤'으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지금 텔레비전 생방송으로 전화 금융 사기에 대해 보도 중입니다. 지금 FBI도 전화 연결이 돼 있습니다. FBI가 현재 이 전화번호를 추적하고 있어요.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폭스5의 앵커 지넷 레이스가 생방송 뉴스를 진행할 때의 모습. [트위터 캡처]

폭스5의 앵커 지넷 레이스가 생방송 뉴스를 진행할 때의 모습. [트위터 캡처]

범인은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레이스를 속이려던 보이스피싱범은 오히려 레이스의 '생방송 뉴스 상황극'에 속고 만 것이다.

레이스가 올린 영상에는 다른 이들의 보이스피싱 경험담들도 올라왔다.

한 사람은 "그들은 항상 '세금이 미납됐다'고 하거나 '내 딸이 진료비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며 "그런데 난 딸이 없다"고 적었다.

또 다른 사람은 "나는 전화 사기범에게 '내 남편이 경찰이고, 사기범을 잡는 부서에서 일하는데, 남편이 혹시 사기 전화를 대비해 녹음을 하라고 일러줬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말했다"고 썼다.

앵커 레이스가 자신이 진행하는 폭스5의 프로그램에서 보이스피싱범을 혼쭐낸 경험담을 전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앵커 레이스가 자신이 진행하는 폭스5의 프로그램에서 보이스피싱범을 혼쭐낸 경험담을 전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통신을 이용한 금융 사기는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보이스피싱은 경찰이 파악한 것만 매년 수만건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실제 금융 기관들은 전화 등으로 고객들에게 본인 인증을 위한 비밀번호와 같은 세부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주의를 당부한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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