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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국가교육위법 또 단독 처리…與 김종민조차 “관례상 어긋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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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기습적으로 열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설치법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이 지난 10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지 20일 만의 단독 처리다. 국교위는 중장기 교육제도 개선과 국가교육과정 기준 수립 등을 담당할 대통령 직속 교육기구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사위 전체회의 중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편의 국민의힘 법사위원 자리가 비어있다. 오종택 기자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가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사위 전체회의 중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편의 국민의힘 법사위원 자리가 비어있다. 오종택 기자

개회 42분 전 野에 통보…與 김종민조차 “관례상 어긋나”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국교위 설치법,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사회서비스원 설립법, 의사면허 취소법, 손실보상법 등 5개 법안을 안건에 부쳤다.

지난 10일 곽상도, 김병욱, 배준영,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법안 처리와 관련해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지난 10일 곽상도, 김병욱, 배준영,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법안 처리와 관련해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야 이견이 첨예한 법안들이었음에도 국민의힘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점심시간이자 개의 42분 전인 오후 12시 18분에 야당 의원들에게 개의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앞서 오전 여야 원내대표 회동 후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가 “오후에 다시 만나서 수석 간에도 논의를 좀 하고 마지막에는 의장하고 다시 보고 더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말한지 20분 만에 이를 뒤집고 기습적으로 회의를 연 것이다.

국민의힘 의원 없이 열린 회의에서 박주민 법사위원장 직무대리는 첫 번째 안건으로 국교위 설치법을 상정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유은혜 교육장관이 질의응답을 몇 차례 가진 뒤, 박 직무대리는 “더 이상 토론하실 위원님이 없으시면 의결하겠다”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뒤늦게 나타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런 날치기가 어디 있냐”(권성동 의원)고 항의했다. 권 의원은 “1시 회의를 12시 18분에 통지하는 게 어디 있나. 대통령 공약사항은 100% 다 통과시켜야 하냐”라고 말했다. 국교위 설치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고,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국교위 연내 출범”을 주문했다.

국민의힘에선 “이렇게 법을 만들면 법이 흉기가 되는 거다. 창피하지 않나”(유상범 의원), “군사작전 개시하듯 일방 통보”(전주혜 의원) “날치기 중독인가”(장제원 의원) 같은 비판이 이어졌다.

비판의 대열엔 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박 직무대리에게 “말씀을 들어 보니까 여야 간사 간에 충분히 합의가 안 된 것 같다”며 “40분 전에 통보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11시쯤에 회의를 소집하시든가 2시쯤 (개의를) 하시지 왜 1시에 한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박 직무대리는 “(여야) 합의는 안 됐지만, 협의는 계속해왔다”고 답했고, 김 의원은 “일상적이지 않고, 관례상 어긋나는 시간대가 잡힌 것 같다”고 재차 말했다. 야당의 항의가 계속되자, 회의는 오후 2시 정회했다.

편향성 논란 국교위법…출범 날짜 6개월 후→1년 후로 변경

민주당이 두 번 연속 날치기 처리한 이 법안에 대해 국민의힘은 "법안이 편항됐다"며 반대해왔다. “정권 성향 인사로 사람을 채울 수 있게 돼 있다. 다음 세대, 다음 정권의 교육정책을 알박기하려는 법”(10일 곽상도 교육위 간사)이라는 주장이다.

법안에 따르면 국교위는 대통령 추천 5명, 국회 추천 9명, 교육부 차관 1명, 교육감협의회 1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ㆍ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2명, 교원단체 2명, 시도지사ㆍ기초단체장협의체 1명 등 21명으로 구성된다. 정부ㆍ여당이 위원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구조다.

2019년 3월 12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당정청 협의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해영 최고위원, 유 장관,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 김 의장,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한정애 의원(오른쪽부터).  중앙포토

2019년 3월 12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당정청 협의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둘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해영 최고위원, 유 장관,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 김 의장,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한정애 의원(오른쪽부터). 중앙포토

다만 이날 민주당은 부칙을 고쳐 편향성 논란 해소를 도모했다.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쓰여있는 부칙 제1조를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로 고쳤다. 민주당 법사위원은 “국민의힘이 국교위의 정부 편향성을 걱정하니깐, 아예 다음 정부 시기인 1년 후로 출범 시기를 고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법사위원은 “누가 정권을 잡든, 정부가 국가 교육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드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계도 찬반으로 나뉘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권 편향 국교위 설치법 일방 처리 개탄스럽다”는 비판 성명을 낸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국교위 출범은 늦었지만 의미가 있다”는 환영 논평을 냈다.

손실보상법도 與 단독 처리

민주당은 회의 막바지에 손실보상법(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단독 처리했다. 집합금지 조치 등으로 소상공인이 심각한 손실을 볼 경우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이 심의를 거쳐 손실을 보상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소급 적용 조항이 빠진 대신, 과거 손실에 대해서는 ‘피해 지원’ 형태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부칙에 담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소급적용이 배제된 것과 관련해 항의했지만, 박 직무대리는 “우선 이 법을 통과시키고 이후에 피해지원의 방식이든, 이 제도를 좀 보완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기립 표결을 강행했다.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들은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전망이다.

김준영ㆍ남수현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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