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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한복판서 '헤드록' 봉변…英 코로나 방역 책임자의 수난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국 정부 코로나19 방역 최고 책임자 크리스 휘티 교수가 27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두 남성에게 붙들려 괴롭힘 당했다.[SNS영상 캡처]

영국 정부 코로나19 방역 최고 책임자 크리스 휘티 교수가 27일(현지시간) 런던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두 남성에게 붙들려 괴롭힘 당했다.[SNS영상 캡처]

“당신은 살인자.”

영국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책임지는 고위 인사들이 길거리에서 공개 조롱을 당하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발 확진자 급증에 봉쇄 조치를 재개하자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일이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부 최고의료책임자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지난 27일 런던 세인트제임스 공원을 걷던 중 청년들에게 붙잡힌 채 조롱당했다.

지난27일(현지시간) 영국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가 런던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두 남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SNS캡처]

지난27일(현지시간) 영국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가 런던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두 남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SNS캡처]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을 보면 두 남성이 팔로 휘티 교수의 목을 감싸고는 고함을 지르며 비웃는다. 휘티 교수는 이들에게서 빠져나가려고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애쓰지만, 남성들은 끝까지 휘티 교수를 뒤쫓아가 어깨동무하고 비웃는다.

영국의 코로나 방역사령관으로 불리는 휘티 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초부터 줄곧 강력한 봉쇄 정책을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봉쇄 반대자들의 비난 표적이 돼 왔다.

지난27일(현지시간) 영국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가 런던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두 남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SNS캡처]

지난27일(현지시간) 영국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가 런던 세인트제임스 공원에서 두 남성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SNS캡처]

전날에는 봉쇄 반대자 수십 명이 휘티 교수의 집 앞으로 몰려가 확성기를 들고 “살인자”, “반역자”라고 소리쳤다. 지난 2월에는 런던 웨스트민스터 거리의 한 노점상 앞에서 낯선 청년으로부터 “거짓말쟁이”라는 폭언도 들었다.

문제는 공개 조롱이 휘티 교수에서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5일에는 BBC 기자가 봉쇄 반대 시위 현장을 지나던 중 시위대에 둘러싸인 채 욕설을 들어야 했고, 23일에는 영국 보건부 자문위원인 조너선 반-탐 교수가 거리에서 백신 반대론자로부터 계속 질문을 받는 괴롭힘을 당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거리에서 코로나19 봉쇄 및 백신 접종 반대 시위대 수만 명이 행진을 하고 있다. [SNS 캡처]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거리에서 코로나19 봉쇄 및 백신 접종 반대 시위대 수만 명이 행진을 하고 있다. [SNS 캡처]

이번 사건은 최근 봉쇄 연장과 백신 접종에 대한 반대 시위가 거세지는 가운데 발생해 영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정부는 6월 21일로 예정했던 봉쇄 해제 일정을 한달 연기한 뒤 봉쇄 반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 맷 핸콕 영국 보건장관의 불륜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보건 당국에 대한 신뢰는 곤두박질한 상황이다.

지난 26일에는 봉쇄와 백신접종 반대 시위대 수만 명이 런던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봉쇄 때문에 자유와 권리가 희생됐다"며 7월19일 자유의날을 계획대로 선언하라고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국회의사당을 향해 테니스공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거리에서 열린 코로나19 봉쇄 및 백신 접종 반대 시위 [AFP=연합뉴스]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거리에서 열린 코로나19 봉쇄 및 백신 접종 반대 시위 [AFP=연합뉴스]

시위대의 거센 압박에 영국 정부도 봉쇄 전면 해제 조치를 준비 중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사지드 자비드 신임 보건장관은 전날 7월19일 예정대로 봉쇄를 전면 해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방역 완화를 요구하는 거센 여론과 여당에 휘말려 방역 효과보다 날짜에만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28일 신규 확진자 수는 2만2782명으로 약 5개월 만에 가장 많은 확진자수를 기록해 자칫 또 대유행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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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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