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에 상륙한 '메타버스'…펀드 출시에 수혜주 찾기 분주

중앙일보

입력 2021.06.30 17:36

직장인 임모(36)씨는 최근 메타버스 펀드에 500만원을 투자했다. 초등생 딸이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푹 빠져 있는 것을 본 게 투자를 결심한 계기였다. 제페토는 3차원(3D)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로, 최근 이용자가 2억명을 넘어섰다. 임씨는 "메타버스가 성장성이 높은 분야라는 생각에 펀드에 가입했다"고 말했다.

제페토에는 구찌 IP를 활용한 의상과 액세서리 60여종,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3D 월드맵 '구찌 빌라'가 있다. 사진 네이버제트

제페토에는 구찌 IP를 활용한 의상과 액세서리 60여종, 구찌 본사가 있는 이탈리아 피렌체 배경의 3D 월드맵 '구찌 빌라'가 있다. 사진 네이버제트

KB운용 이어 삼성운용도 펀드 출시

전 세계를 휩쓴 '메타버스 열풍'이 국내 증권가에도 상륙했다. 자산운용사는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이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나섰다. 증권사들은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메타버스가 신산업의 화두로 떠오르자 차세대 먹거리로 본 것이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세계와 현실이 뒤섞여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세상을 뜻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는 2019년 50조원이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30년엔 1700조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메타버스 펀드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KB자산운용이다. 지난 14일 업계 최초로 'KB 글로벌 메타버스경제' 펀드를 출시했다. 가상현실(VR)·AR 기기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업(애플·페이스북)과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엔비디아·유니티 소프트웨어), 플랫폼·콘텐트 기업(로블록스·네이버·하이브) 등에 투자한다.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는 "메타버스 펀드 출시로 개인 투자자가 메가 트렌드로 급부상하는 메타버스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호응하듯 펀드 출시한 지 보름 만에 54억원이 몰렸다. 이 기간 수익률은 2.1%를 기록 중이다.

지난 28일엔 삼성자산운용이 바통을 이어받아 '삼성 글로벌 메타버스' 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총 8개 테마에 투자한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VR 등 2개 테마에 장기적으로 투자하고, 모빌리티·온라인 게임·온라인 결제·온라인 플랫폼·3D 디자인 툴·럭셔리 상품 등 6개 테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한다. 페이스북·페이팔·로블록스·스퀘어·네이버 등을 담고 있다.

메타버스 펀드 시장 선점에 나선 운용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메타버스 펀드 시장 선점에 나선 운용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메타버스株, 주가도 고공행진

증권사들은 메타버스 수혜주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관련 보고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은 최근 메타버스 관련주로 네이버·엔씨소프트·위지윅스튜디오·자이언트스텝·LG이노텍을 꼽았다. 엔씨소프트는 K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서비스 중이고, 시각특수효과(VFX) 업체인 위지윅스튜디오와 자이언트스텝은 가상공간을 만든다. LG이노텍은 AR 구현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메타버스 시대에 AR 글라스 시장이 고성장하면서 카메라와 3D 센싱 모듈이 LG이노텍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했다. 그 외 하이브와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주도 메타버스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 관련주로 꼽힌 기업은 주가 흐름도 괜찮다. 위지윅스튜디오가 올해 들어 119.1% 급등한 것을 비롯해 하이브(82.8%), 네이버(42.7%), LG이노텍(22.2%)도 많이 올랐다.

메타버스 시장 규모 전망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메타버스 시장 규모 전망치.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삼성운용, 국내 기업 대상 펀드 출시 검토

발 빠른 서학 개미(해외 주식 투자자)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9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로블록스(8115만 달러)였다. 페이스북도 4265만 달러어치 순매수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메타버스 기업만을 담은 펀드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메타버스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검토 중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메타버스 시장의 이용층 상당수가 MZ(밀레니얼+Z세대)세대인 만큼, 이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증권업계의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며 "가상공간 안에서 주식 투자 등 금융 서비스를 연계시키는 모델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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