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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겹경사 맞았는데 저커버그가 웃지 못하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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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한 비즈니스 사이트가 조사한 '직원이 뽑은 최고의 CEO 순위'에서 처음으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AFP=연합뉴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한 비즈니스 사이트가 조사한 '직원이 뽑은 최고의 CEO 순위'에서 처음으로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AFP=연합뉴스

회사는 승승장구하는데 최고경영자(CEO)는 위기인 곳.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최근 미국 정부와의 반(反)독점 소송에서 승리한 데 이어,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27조원)를 돌파하는 등 겹경사를 맞았다. 상장 10년이 채 되지 않아 시총 10배 성장의 성과를 달성한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성장을 거듭해온 페이스북에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히는 존재가 그 CEO인 마크 저커버그(37)의 리더십이다. 그는 2004년 페이스북을 창업한 이래로 쭉 CEO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CNBC 등은 세계 비즈니스 전문 사이트 글래스도어를 인용해 “직원이 뽑은 최고의 CEO 100위 목록에 저커버그가 들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순위는 매년 직원들이 직접 점수를 매겨 결정된다. 저커버그는 지난 2013년 1위에 올랐지만 점차 순위가 떨어지더니 올핸 처음으로 리스트 밖으로 사라졌다. 포브스는 “저커버그의 인기 하락은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중요한 교훈이 된다”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페이스북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마크 주커버그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외신들은 페이스북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마크 주커버그가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을 겪은 지난해와 올해 저커버그에 대한 지지도가 특히 낮아졌다. 포브스는 “온라인 서비스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에 대한 신뢰를 잃은 점”을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았다. 저커버그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나 반응을 내놓지 못했다는 취지다. 지난해 9월 마케팅 전문기업 인사이더 인텔리전스가 실시한 디지털 플랫폼 신뢰도 설문조사에서 페이스북은 꼴찌를 차지했다.

사용자가 신뢰를 잃은 요인 중 하나는 끊임없이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문제다. CNN에 따르면 지난 4월에도 페이스북 이용자 5억명의 이름·거주지·연락처 등이 유출됐다. 심지어 여기엔 저커버그 본인의 정보도 포함됐다고 한다. 당시 페이스북은 진정성 있는 사과나 대책 없이 “유출된 정보는 오래된 자료이고, 지난 2019년에 바꾼 보안 체계와 관련된 문제”라는 입장만 밝혔다. 이번 뿐 아니라 지난 2016년에도 87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50억달러(약 5조635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고, 2019년에도 2억6700만명의 정보가 새어나갔다.

지난 4월 페이스북 사용자 5억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당시, 한 연구원이 마크 저커버그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트위터 캡쳐]

지난 4월 페이스북 사용자 5억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당시, 한 연구원이 마크 저커버그의 개인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트위터 캡쳐]

내부에서 제기된 불만 중 하나는 저커버그의 ‘제왕적 리더십’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저커버그가 의결권 지분의 약 60%를 통제하기 때문에 이사회는 감독보단 자문위원처럼 일한다”고 지적했다. 저커버그 혼자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구성, 개인정보 설정, 메시지 도달 범위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라는 거다. 포브스는 “세계적으로 SNS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저커버그가 주변의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1984년 유대계 미국인 집안에서 태어난 저커버그는 의사 부모 아래서 유복하게 자랐다. 어려서부터 컴퓨터에 큰 흥미를 보였고, 12세 땐 환자가 도착하면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정도로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하버드대에 진학해 친구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이게 곧 페이스북의 전신이 됐다. 하버드대를 자퇴한 뒤 2004년 회사를 설립하고 본격 사업가의 길을 걸었다. 올해 페이스북의 시가총액은 미국 기업 중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의 모기업)·아마존에 이어 다섯 번째에 올랐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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